시사만화가 김경수 화백 '좌충우돌 제주올레' 펴내
여름방학 맞아 부모와 함께 제주올레 걷기 길잡이

▲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 중에서. 도시 아이, 호진이는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PC와 놀거나 학원에 가고, 햄버거와 피자를 자주 먹는다. ⓒ제주의소리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 호진이에게 학교와 바쁜 부모를 대신하는 건 PC와 닌텐도, 무선 자동차다. '신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됐는데 막상 갈 곳은 학원뿐이다.

대한민국 초등학생, 호진이가 제주올레를 걷기 시작했다. 온갖 핑계로 학원을 빠지고 '투다다다' 컴퓨터 게임만 하던 호진이. 이 녀석이 PC도 TV도, 변변한 놀이터도 없는 제주올레에서 만난 것은 무엇일까?

어린이를 위한 첫 번째 제주올레 책,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이하 좌충우돌 제주올레, 시사IN북)가 발간됐다. '좌충우돌 제주올레'는 제주도 저지리예술인마을에 입주해 있는 시사만화가 김경수 화백이 '요즘' 아이들을 위해 내린 극약 처방서다. 워커홀릭이 돼버린 부모를 따라 덩달아 메말라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제주올레'의 치유는 절실하다.

▲ 제주올레 1코스를 걷다 광치기 해안에 도착한 호진이와 시로미가 바다를 만나 반가워하며 뛰어들고 있다. ⓒ제주의소리

여름방학을 맞은 호진이가 외가가 있는 제주도로 떠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개발로 몸살 앓고 있는 제주의 뻥뚫린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은 시로미, 중산간에 무리지어 살며 사람과 적대관계가 된 제주 들개 '깜상', 옛부터 제주인들에게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좋은 사냥감이었던 꿩  '큰생이' 등 사연 넘치는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다함께 탐험을 떠나게 된다. 제주올레 1코스가 무대다.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였던 호진이. 여러 고비를 넘기며 마음의 문이 열리고 아이다운 천진한 모습을 찾아간다.

책의 백미는 제주 특유의 지형지물과 문화가 적절히 버무려진 스토리 전개다. 올레 걷기에 적극적이지 않던 호진이가 천혜의 풍광에 반하며 여행 자체를 즐기게 된다든지 티격태격 다투던 호진이와 시로미가 보말찾기를 하다 마음을 푸는 식이다.

여행이 중반으로 들어설 무렵엔 '제주 안개'에 길을 잃기도 한다. 중산간의 악명 높은 제주 안개가 심술궂은 '안개 하르방'으로 형상화됐다.

▲ 심술궂은 '안개 하르방'을 만나 길을 잃을 위기에 처한 서울서 온 호진이. ⓒ제주의소리

시사 주간지 '시사IN'에 촌철 살인의 시사만평을 싣고 있는 김 화백은 몇 년 전 제주에 반해 제주도 저지예술인마을에 입주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제주의소리>에 제주어 만화인 '나의 벗, 나의 제주'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좌충우돌 제주올레' 발간 계기가 되기도 한 '나의 벗, 나의 제주'에서 김 화백은 제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개발주의로 상처입고 있는 제주에 대한 예리한 메시지 등을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좌충우돌 제주올레'는 김 화백이 제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을 지켜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서 이사장의 추천을 받은 시사IN이 머리를 맞대 이룬 결과다.

서 이사장은 '좌충우돌 제주올레'가 "시사지에서 갈고 닦은 예리한 비판 정신, '세계 자연유산의 섬' 제주에서 살면서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체득한 자연주의 정신, '육지것'으로서 제주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한결 더 깊어진 휴머니즘과 유머 감각을 완벽하게 버무려 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 산담을 보고 호진이가 "누가 훔쳐 갈까 돌담을 쌓았나?"라고 묻고 있다. 뒤에서 '큭큭' 웃고 있는 시로미. ⓒ제주의소리

김 화백은 "제주올레가 그냥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는 관광 상품이 아닌, 도시인들의 병든 심신, 그 상처 속에 돋아나는 새살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제주올레의 상징 시흥리와 광치기 해안까지의 제1코스에서 벌이는 치유와 생명의 이야기가 이 만화책을 펼쳐 든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로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아이들을 위한 첫 번째 제주올래 책 '호진이와 시로미의 좌충우돌 제주올레' ⓒ제주의소리
'좌충우돌 제주올레'는 총 3권으로 발간될 예정이며 이번 1권에 이은 2권째에서는 제주 서귀포와 중산간에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1968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난 김경수 화백은 계명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후 매일신문, 내일신문, 시사IN 등에서 만평을 그렸다. 현재 경기도 일산과 제주도 저지리예술인마을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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