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교수, 해녀 연구 외곽지서 '출가 해녀' 연구서 펴내‘해녀 노젓는소리 연구’ 출가 해녀 생애와 소리 총체적 조명

   
제주도 조천 출신인 이성훈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가 최근 ‘해녀 노젓는소리 연구’를 펴냈다.

이 교수는 육지부로 넘어와 활동하고 있는 제주출신 해녀들의 생애와 그들이 부르는 ‘해녀노젓는소리’를 2000년부터 조사 연구해 왔다.

해녀연구는 제주에 집중돼 있어 육지부에서 활동한 해녀(출가해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이 사실. 해녀박물관의 좌혜경 박사도 "제주도 밖에 나간 제주 해녀를 조명하는 이 교수의 연구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2005년도에 펴낸 ‘해녀의 삶과 그 노래’와 ‘제주도 해녀 노 젓는 소리의 본토 전승양상에 관한 조사 연구’가 서부경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구서적이었다면 ‘해녀 노젓는소리 연구’는 제주도와 육지부를 총체적으로 다룬 후속 결과물이다.

이 교수의 연구 영역은 광활하다. 동해 북부 해안가로부터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남해안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강원도 속초시와 삼척시, 경상북도 경주.포항시,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사천.통영.거제시.남해군이다.

한국민요학회 이사기도 한 이 교수는 출가해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특히 ‘해녀노젓는소리’에 집중했다.

해녀소리의 형성 과정과 전승양상, 가창 방식과 율격, 사설의 분류와 교섭, 가창자의 생애와 의식 등을 현장론적 측면과 작가론적 측면에서 밝히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이라고 이 교수는 밝히고 있다.

책의 백미는 10여년간 채록해온 생생한 해녀들의 증언에 있다.

1934년 제주도 우도면에서 출생해 6살에 어머니와 함께 경남 거제시로 옮겨간 윤미자 씨는 사실상 고향은 거제도라고 할 수 있지만 정서적인 고향을 여전히 제주도라고 느끼고 있다. 그녀가 부르는 ‘해녀소리’에 나타난 제주도는 ‘전라남도 제주도’라고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소리를 배우던 시기가 전라남도에 속해 있던 시대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004년에 채록한 소리에서도 여전히 ‘전라남도 제주도’라고 남아있는 것을 두고 저자는 “윤미자는 ‘해녀노젓는소리’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출가 해녀들의 소리에는 ‘타향살이’에 대한 서러움과 고향 제주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묻어난다. 1945년 제주도 성산읍 온평리에서 태어나 현재 경상남도 통영시에 거주하고 있는 현영자 씨가 부른 제주는 돌아갈 수 없는 타향이 돼있다.

“우리나 고향/언제나 가나/고향은/타향이 되고/타향은/고향이 되고”

생활 공간인 타향은 벗어날 수 없는 고향이 되고 고향이던 제주는 정체성의 원형이 있는 곳이긴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는 타향이 됐다.

이 외에도 제주도 ‘해녀소리’가 서부경남지역에 전파되면서 전승되는 동안 경상방언으로 변이가 돼 전승되는 등 섬 밖 ‘해녀소리’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해녀 연구의 외곽지역이랄 수 있는 육지부에서 해녀 연구에 열성을 기울이는 데 대해 “해녀의 삶과 실상을 제대로 알려면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면서 “그들의 삶과 노래를 바로 알고 배우기 위해 조사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책이 한국의 해녀와 ‘해녀노젓는소리’를 연구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고방. 3만원.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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