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4명당 자동차 1대?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의 고민은 제주입니다. 화가이긴 하지만, 그림그리는 창작활동보다는 지역의 얽힌 문제를 풀어나가는 운동가에 가깝습니다. 민중미술 판화운동에서 시작해 20여년동안 4.3문제에 매달리고, 또 제주 최초의 출판사인  <각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도 제주의 '오늘'을 보는 사색의 결과입니다. 문화예술판에서 인기도 별로 없는 <제주전통문화연구소>를 만들고 지금까지 붙들어 온 것도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박 소장은 문화평론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 폭넓은 인식과 날카로운 사유를 보여줍니다. 박경훈 소장이 <제주의소리>를 통해 그가 꿈꾸고 생각하는 제주의 담론을 풀어 냅니다.  제주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우리의 미래을 위한 격이 없는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28일 도의회 문광위 소관부서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노면전차인 ‘트램’ 도입을 위한 용역비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우근민 지사의 공약이었던 ‘트램’(노면전차) 도입이 현실성이 없다는 도의원들의 지적이 그것이다. 특히 인수위 기간 동안 재정위기를 강조했던 제주도정이 건설비용만 1㎞당 150억~200억 원 정도 소요되는 ‘트램’을 서둘러 도입하려는 배경에 의혹이 쏠린다고도 한다.

이번 ‘트램(Tram)’을 포함해 노면전차 문제는 과거 진철훈 씨의 경전철(Light Rail)공약 때부터 도마에 올랐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자칫 정치적 해석과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할 사업마저 사장시켜 친환경교통수단의 도입에 우리가 너무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적어도 ‘트램’ 논란은 카지노나 영리병원문제들과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필자의 시각에서는 어느 지사의 공약의 되든 상관없이 노면전차 도입은 늦출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 이것은 누가 도지사가 되어도 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는 더 나아가 제주도의 전략적 친환경 교통체계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친환경·대중교통·자전거 등에 대해서는 필자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우 도정의 ‘트램’ 도입 구상과 관련해 좀 더 바란다면, 제주도 교통체계의 전면적인 마스터플랜의 혁명, 즉 친환경녹색교통시스템으로 대중교통의 중추신경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할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까지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싶다.

▲ 호주 맬버른에서 운행중인 트램 ⓒ 신승진 http://photo.naver.com/view/2009080122154278675

 # ‘트램’공약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상상?

‘트램’을 포함해 새로운 교통체계를 도입하는 데는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에 대한 장·단기 재정조달 방안이나 운영시의 수익구조,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의 총체적 효과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유지하고 있는 교통체제도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피크오일’시대의 진입이 동시대의 문제로 부각되는 만큼 이 논의마저 한참 늦은 셈이다. 그동안 도시화의 진행과 관광산업의 발전을 통해 이동수단의 중심을 자동차 중심체제로 지속·발달시켜온 제주도정의 교통시스템은 결국 자동차만 편리한 교통체제의 편중화를 불러 왔고, 자전거 도로라고 이곳저곳에 깔아 놓았지만, 생활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여가용 또는 관광용이 태반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자전거를 이용하여 다녀 본 결과, 자전거를 일상생활에 이용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점이다.

2009년 제주도의 행정통계에 나타난 자동차의 등록대수는 233,518대이며, 이 중 자가용승용차가 137,498대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좀 심하다. 인구 56만 명에 자동차 대수가 23만 대라면, 대충 잡아 도민 2.4명당 자동차 1대씩 가지고 산다는 말인데, 이건 우리들의 교통체계가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생계형이나 영업용이 아니라 개인 이동용 차량인 자가용 대수가 13만 대를 넘어선다는 것은, 이 작은 섬 땅에서 생활하기 위해 인구의 절반이나 되는 자동차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가 몽골의 광활한 땅덩이도 아닌데, 도대체 이 작은 섬 땅에 이 많은 자동차가 필요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이 비정상적인 자동차천국의 배경은 ‘일상생활에 필요하니까, 좀 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라는 당연한 답이 꼬리를 문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화는, 이동의 편리성은 자동차를 이용한 체계로만 발달해 왔다는 것 아닌가? 아닌 게 아니라 제주도에서 평생 살아 온 필자도 제주의 경관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아파트와 자동차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와 아파트라. 제주도 또한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국의 어디를 가나 비슷한 풍경들, 간판들, 쭉쭉 잘 뽑은 4차선 6차선 도로들, 그럼에도 출퇴근시간이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걸음마운전에 넘쳐나는 자동차들. 그 짜증나는 발전상에 제주도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함께해 왔다니. 개성과 차별이 상품인 이 시대에 구태의연한 발전상을 좇아온 셈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자동차 만능주의는 무엇보다도 자가용을 능가하는 쾌적한 대중교통수단의 부재가 가장 큰 배경일 것이다. 한 정거장에서 몇 십 분씩 기다려야 하고, 길고 긴 코스를 참아야 하고, 어떨 땐 시간표대로 운행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려 해도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고, 인도를 세낸 자전거 전용도로 역시 가다 끊기기 일쑤다. 날씨는 왜 이리 들쭉날쭉인지, 결국 차 한 대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제주도의 중추도로인 번영로 및 평화로와 일주도로를 자동차 경주도로 모양으로 잘 뽑아 놓은 덕에 제주도는 유래 없는 속도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속도의 대가는 비사기도 하지만, 묵시록적이기도 하다. 이미 알려진 대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배기가스의 배출과 이 어렵게 얻은 값싼 석유문화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 시점에 와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기를 다르게 잡아도 가까운 시기에 도래할 ‘피크오일(Peak oil)’시대로의 진입은 이 속도의 시대를 재앙적으로 마감할 것이라는 예측을 수많은 과학자·미래학자들이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2030계획이나, 장기적인 도시발전계획 등에는 이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저 세상은 무한으로 증식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경쟁력 논리’만 가득하다. 그 속에서 현재의 교통체계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비전은 없다. 바로 ‘트램’에 대한 논쟁은 여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빠르면 10년, 길게 잡아 20년이 학자들의 ‘피크오일’에 대한 평균적인 옐로카드라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은 감이 있다. 비오일(석유)연료를 사용하는 대중교통체계의 계획 수립에서 전도의 교통체계를 바꾸는 일은 이미 상당히 늦은 일이다. 단순히 도로체계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생활수단으로서 다양한 비오일·비석유 에너지 체계가 도입되려면 이는 총체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 2020년 피크오일의 도래와 자동차문화

2009년 IEA는 12월 10일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피크오일이 2020년에 닥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다나카 노부오 사무총장은 지난 7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너지 기술 전망 2010’ 설명회에서 “피크 오일(석유생산 정점)이 앞으로 20년 뒤인 2030~2035년에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두 예에서 보듯 그동안 “30~40년 안에는 피크오일이 오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해 온 IEA가 이처럼 급작스럽게 달라진 것은 그만큼 피크오일의 문제가 이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것임을 말해준다. 2020년이면 10년 뒤의 현실이다. 또한 20년 뒤가 아니라 이미 도래했다고 밝힐 날이 언제일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공식적인 인정은 늘 한 발자국 느리다. 그것이 안정적이라는 명분만으로.)

미국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도시를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세계석유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와 생활패턴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를 발전시켜 온 덕에 그들은 약국을 가건 학교를 가건 심지어 슈퍼에 가기 위해서도 자동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석유의존적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피크오일이 온다면 미국인들의 일상생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미국에서도 전혀 다른 방향의 선택을 한 도시가 있다. 바로 친환경교통체계에 대한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단골로 떠오르는 포틀랜드시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 시는 ‘피크오일’의 도래시기를 2018년으로 잡고 지난 20여 년간 경전철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체계로 바꾸는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도로를 걷어 내고 그 자리에 궤도를 깔면서 노면전차 등 다양한 경전철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체계에 자동차·자전거 등이 동등하게 발달되도록 대대적인 사업을 벌여 왔다. 특히 포틀랜드시의 Tri-Met(포틀랜드 대중교통체계)는 포틀랜드 인근 지역의 버스, MAX(경량전철), Streetcar(전차), 버스 등이 상보적으로 결합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러한 시의 대중교통체계를 이용하여 쾌적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포틀랜드는 교통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산물의 생산과 소비, 자전거 교통의 천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한마디로 미래를 대비한 친환경시스템으로 도시를 탈바꿈시킨 것이다.

또한 포틀랜드의 자전거 시스템은 우리처럼, 인도(人道)를 먹고 들어가 깔아 놓은 생색내기용·관광객용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출·퇴근, 외출, 장보기 등에도 실제교통방편이 되도록 자동차 도로를 함께 쓰고 있다. 즉, 포틀랜드에서 자전거는 중요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포틀랜드의 중심도시는 북미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인류가 지향해야 할 미래형 지속가능도시의 모델로 평가될 정도이다. 포틀랜드가 그렇게 변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요소들이 영향을 끼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교통체계의 개편을 들 수 있다. 포틀랜드는 왜 피크오일의 도래시기를 2018년으로 잡고, 이러한 대중교통시스템의 역발상과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인가? 정답은 간단하다. 단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피크오일의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비추면 혁명적인 일인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총체적인 문제의식과 미래예측보다는 의례적인 예산의 효율성 문제로 이를 다룬다면, 그 재앙의 충격파는 후일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인천을 비롯한 지자체들에서는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비교적 저렴하고(35%~50%), 입체적 도로공간 활용이 가능하며, 철도와 버스의 중간 수송력을 가지고 있어 도시철도 건설이 적합하지 않은 노선에 적절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경량전철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지금의 자동차중심체계로서만은 미래의 수요와 피크오일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가 아는 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피크오일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오일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값싼 석유의 시대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그에 대한 대안은 원자력과 천연가스뿐인데, 원자력은 한 세대용이요, 이후 관리의 위험성이 너무 커서 발명 초기부터 항상 최상의 대안에서 제외되어 왔으며, 천연가스로는 30년 정도 버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구사람들은 그 30년 내에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 30년간을 버텨야 할 교통체계를 지금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가들은 전기차의 개발과 상용적 기반을 위하여 송전시스템 및 관련 기간망의 구축을 위한 실행에 착수하여 관련 산업 분야가 일체가 되어 구체적 예산은 물론 실행일정에 따라 그 단계별 이행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일을 탱크에 주입하고 이를 매달고 태우면서 굴러다니는 지금의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교통수단은 대책 없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전철을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한다. 특히 제주도의 중추적인 교통체계를 이러한 경전철을 도입해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 석유종말시계의 미래와 우리의 불감도

   
<석유종말시계>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석유의 공급 부족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며 사실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의 수석기자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Christopher Steiner)는 공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답게 화학, 건축, 토목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이 석유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상승에 의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또한 그동안 미래학자들이 제출한 비현실적이거나 대안이 부재한 그리고 환경근본주의적인 편향을 어느 정도 균형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저널리스트의 글다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송도신도시를 의미 있게 다루는 부분이나 현실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원자력 발전이 적극 권장되고 있는 부분 등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책은 2020년에 다가올 ‘피크오일’ 시대의 면면을 매우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1갤런(1갤런=약 3.5리터)당 유가가 2달러씩 오를 때마다 경제와 사회,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하나씩 정리해 준다. 물론, 미국의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도 대부분 적용되는 이야기들이다. 특히 제주도의 현실에서 보면, 더욱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많은 책이기도 하다. 그것은 사실상 제주도의 미래와도 관계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유가가 1갤런당 4달러였던 2008년, 대중교통 이용횟수가 전년보다 3억 회가 늘어나 한때 시민들이 등한시하던 도시통근철도인 BART는 입석으로라도 더 많은 승객이 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는 대목, 8달러시대에는 항공사의 대학살이 벌어진다는 대목, 중산층이라 해도 원거리 여행을 즐길 수 없다는 대목, 라스베이거스 같은 외딴 행락지는 몰락할 것이라는 예견, 지하철, 고속철도 등 철도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라는 예견, 10달러 시대에는 도시 조밀화 현상이 가속화되며, 교외는 인기가 떨어지고, 16달러 시대에는 운송비용이 높아지면서 세계의 식품 수입망이 재편될 것이며, 그로 인해 미국에서 초밥이 사라진다는 얘기, 교외 거주지였던 도시의 배후지는 지역 농장으로 바뀔 것이라는 얘기, 1970년대 이후로 원자력 발전소를 하나도 짓지 않은 미국도 마침내 원자로를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 등이 그것이다.

유가가 현재보다 가장 소폭 상승한 4달러시대가 되면, 현재 자동차중심교통체계인 제주도의 사정은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1인 1대의 출·퇴근과 원거리 주행이 자유로울까? 대중교통체계 역시 이러한 수요를 받쳐 주지 못한다면, 겨우 2달러 상승했을 뿐인데, 유가가 8달러에 이르면, 하루 20,000여 명을 실어 나르는 현재의 항공교통체계는 어떻게 될까? 새로 조성할 신공항은 어떻게 될까? 제주도 경제의 핵심산업인 관광산업은 어떻게 될까? 철저하게 값싼 석유문명의 하나인 대중관광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면, 제주도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앞의 예견들은 제주도의 장기비전을 마련함에 있어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논점들을 함의하고 있다. 거시적인 도정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책을 봐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우 도정의 ‘트램’ 도입 구상이 이 책에서 언급한 미국의 2008년도 유가 폭등 시 대중교통수단 이용의 경험으로부터 배운 미래상에 대비하거나 예측한 것이길 바란다.

▲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그런 측면에서 ‘트램’ 도입문제는 단순히 관광활성화용이나 수익을 따지는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살리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번에 시작된 ‘트램’ 논란이 향후 용역이 진행되는 과정을 포함해 전반적인 ‘피크오일’에 대비한 ‘친환경녹색교통체제’로의 전면적 전환을 전제로 한 생산적인 논란이 되기를 바란다.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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