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JDC글로벌아카데미] (17) 부부갈등 전문가 김병후 원장

“부부는 왜 화를 내는 걸까요? 부인이 화를 내는 이유는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랑 때문입니다. 반대로 남편이 화를 내는 것은 간섭을 받아서 입니다. 화 내는 이유를 서로가 이해한다면 계속되는 다툼을 멈출 수 있습니다”

부부갈등을 푸는 전문가인 김병후 정신과 원장이 5일 서귀포JDC글로벌아카데미 강단에 섰다.

김 원장은 ‘인간은 왜 화를 내는가’를 주제로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책을 준비하면서 사람이 화를 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화를 왜 낼까, 조사해 봤더니 여성분들은 남편의 사랑이 부족할 때고 남성분들은 부인의 간섭을 느낄 때 였죠.”

▲ 남편과 부인이 화를 내는 이유가 달라서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거라고 말하는 김병후 정신과 원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김 원장은 인간이 화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고 ‘화의 원인’은 옳기까지 하다고 했다. “화란 인간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에요.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화가 나는 경우가 그렇죠. 화가 지나치면 문제가 되지만 화의 원인은 옳다고 할 수 있죠”

문제는 화를 내는 이유가 각기 다른데다가 각자 자신의 이유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김 원장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한 부부가 남편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피곤해 하는 친구를 위해 평소 배워둔 지압을 공들여 하는 남편. 친구에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에 부인은 화를 냈다. ‘당신이 저자세인 것이 싫다’는 말과 함께. 남편도 화를 냈다. ‘저자세인 적이 없고 잘못한 것도 없다. 거기에 화를 내는 당신이 잘못하고 있는 거다’라는 것.

김 원장은 이런 상황이면 싸움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부인이 볼 때는 남편이 친구한테 너무 잘해주면 마치 나도 그 친구한테 잘 해줘야 하는 것 같아 싫은 거예요. 남편이 그 마음을 받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화를 내는 당신이 잘못했다며 화를 냅니다. 하지만 그런 입장일 수 있겠구나 하면 화해가 됩니다.”

제때 화해를 하지 못하면 남편은 술로 화를 풀고, 부인은 ‘갱년기 우울증’ 증상으로 나타난다. 김 원장은 “평생 배우자가 무엇 때문에 속상한지 모르고 죽는다. 이것은 반대로 내가 속상한 이유를 얘기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얘기다”라고 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화를 내는 이유도 다르지만 행복을 느끼는 이유도 남편과 부인은 다르다. “부인이 생각하는 행복은 바로 ‘사랑’이에요. 사랑에서 기본은 무엇이냐. 스킨십입니다. 집단을 이루는 동물들은 모두 이것을 원합니다. 몸의 가장 바깥에 있는 피부와 피부가 접촉하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자궁수축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옥시토신은 엔돌핀과 비슷하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정되고 평온하게 한다. 이는 특히 아이들,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온다. 남성들은 옥시토신의 분비량도 적고, 요구량도 적다. 김 원장은 이를 두고 “사랑의 양이 남성이나 아이들에 비해 여성들이 5배나 많다. 여성들은 행복을 잘 아는 반면 남성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여성들의 ‘수다’ 역시 옥시토신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피부 접촉의 연장선이다. 피부를 접촉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공명현상’이라고 했다. 수다 역시 피부접촉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남성의 언어와 여성의 언어는 달라요. 여성들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것이 수다입니다. 피부접촉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수다는 재미있는데 대신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특징이 있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 애정을 교감하는 거죠”

나이가 들면 상황은 역전된다. 김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떨어지고 은퇴한 후에는 예전에 한심하다고 했던 여성들이 좋아하던 것을 남성들이 좋아하게 된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노년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가족들과 밥을 먹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기를 쓰고 안하려던 것이다. 노년이 된 남편이 가족들과 한끼 식사를 원할 때 부인과 자식들은 남편을 싫어하게 된 후라고 김 원장은 우려했다.

“나이든 아버지가 홀로 고독하게 있는 경우가 참 많아요.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고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던 거죠. 가족들은 잘 어울리는 가장을 좋아해요. 재벌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김 원장은 돈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남편이 되길 당부했다. 김 원장은 “가정에서의 행복을 추구하세요. 그것이 오래가는 행복입니다. 지금이라도 같이 밥 먹으면서 얼굴만 마주쳐도 돼요. 아내의 아픈점을 묻고 인정만 해준다면 모든 가정의 아픔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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