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간 700mm 호우로 한때 한천 범람위기 '저류지'가 구해

▲ 2007년 태풍 나리의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으로 한천교가 처참이 부서진 모습. ⓒ 제주의소리 DB

[기사수정]  3년전 태풍 ‘나리’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제주 산간지역에 최대 700mm가 넘는 국지성 호우를 뿌린 제4호 태풍 ‘뎬무’로 제주시 최대 하천 한천의 교량들이 턱 밑까지 물이 차올라 범람 위기에 처하면서다.

위기를 구한 건 다름 아닌 제주시 한천 제1저류지(용량 47만2000톤)와 제2저류지(용량 45만9000톤) 등 완공된 7개의 저류지다.

많은 비를 몰고 왔던 중형급 태풍 ‘뎬무’가 11일 제주를 완전히 빠져나갔고, 우려했던 하천범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제주시가 추진해온 저류지 설치사업이 비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 태풍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717㎜, 진달래밭 654㎜, 어리목 456㎜, 성판악 341㎜ 등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수준의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관측됐다.

제주가 태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10일, 제주시내 하천 대부분은 급격히 불어난 빗물로 아슬아슬한 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제주시 한천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제주시 재난안전상황실에선 시시각각 불어나는 하천 수위를 체크하고 대응매뉴얼을 가동시키는데 상황실 모든 직원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한천 하류의 ‘한천교’에 더욱 시선이 쏠렸다. 태풍 ‘나리’ 당시 불어난 빗물이 범람, 많은 재산피해와 귀중한 생명들을 앗아갔던 곳이다.

▲ 제주시 오등동 1882-95번지 일대에 47만2000톤의 하천수를 유입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된 한천 제1저류지 전경. ⓒ제주의소리 DB
▲ 2007년 태풍 '나리'로 제주시 한천이 범람하면서 '한천교' 상판에 균열이 일어났다. ⓒ 제주의소리 DB

이 때문에 한천 교량과 차오른 빗물 사이의 여유고가 시시각각 상황실로 보고됐다. 오후3시 2.5m, 오후4시 3m, 오후5시 3.5m로 조금씩 여유를 되찾는가 했더니, 오후6시 다시 3m, 오후7시 2.5m, 오후8시 2.2m, 오후9시 1.8m…, 교량 턱 밑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소방방재청으로부터 한천 교통통제 요청이 온 것도 그 시각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제주시도 오전부터 단계별로 개방해온 한천 제1저류지와 제2저류지의 수문을 완전 개방했다. 이후 교량 여유고가 밤10시 2.5m, 밤11시 4m를 기록하는 등 위험수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3년 만에 엄청난 국지성 호우를 안고 찾아온 제4호 태풍 ‘뎬무’가 제주산간에 물폭탄을 뿌렸지만 한천 등 도심 주요하천변 7곳에 완공된 저류지가 하천 수위를 낮추는 등 자칫 발생할 수 있었던 인적.물적피해를 예방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낸 셈이다.

김찬종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은 11일 태풍경보 해제 뒤 “태풍 '나리' 당시 피해가 집중된 도심하천의 홍수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해온 저류지 사업이 이번 태풍 ‘뎬무’의 홍수피해를 막는 효과를 톡톡히 해냈다”고 말했다.

한편 총 811억원이 투입되는 제주시 저류지 사업은 1단계(2008~2009년)로 한천2저류지와 병문천 1·4저류지, 산지천 1·2·3저류지, 독사천 1저류지를 포함한 7개 저류지의 사업을 완공했고, 2단계(2009 ~2010년)로 한천 제1저류지가 지난 5월9일 완공된데 이어 나머지 병문천 2·3저류지와 독사천 2저류지 사업이 오는 11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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