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JDC글로벌아카데미] (19)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제주 정낭과 IT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제주 정낭이 이웃들에게 배려와 소통의 정보를 준 현대 디지털 효시로 볼 수 있을까? 국내 굴지의 IT기업 CEO의 이런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17일 오후 서귀포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19번째 서귀포JDC글로벌아카데미 강연자로 제주출신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가 초청됐다.

오경수 대표이사의 이날 강연 주제는 '정낭으로 본 제주 IT'. 정낭을 제주 3無 중 하나인 대문 대신에 있는 것이다. 오 대표는 정낭이 770년 전인 고려 고종 21년에 처음 사용됐고, 목적은 마소로부터 안전하게 가옥을 지키고, 두번째는 집에 사람이 있고 없음을 알리는 신호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제주 사람들은 정낭을 통해서 출입 통제도 하고, 소통하기도 했다"며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 지 100년이 됐고, 활성화가 된 지 불과 30년 밖에 안됐지만 제주인들은 770년 전 정낭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제주의소리

이어 오 대표는 "디지털은 0과 1이라는 조합으로 이뤄진 것으로 핸드폰과 컴퓨터 등 정보화기기를 만든다"며 "왜 정낭이 디지털이냐 하면 전북대 이문호 교수가 '디지털 통신의 효시로서의 정낭'이라는 논문에 나온다"고 주장했다.

정낭은 3개의 구멍에 막대기 3개로 이뤄져 있다. 정낭에 나무가 하나도 걸쳐 있지 않으면 집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고, 하나만 걸쳐 있으면 집안에 사람이 없지만 곧 돌아온다는 의미, 두개의 정낭이 걸쳐져 있으면 금일 중에 돌아온다는 표시, 세개의 정낭이 모두 걸쳐 있으면 집에서 먼 곳으로 나갔다는 표시다.

오 대표는 이 교수의 논문을 토대로 구멍 3개와 막대기 3개로 신호등 체계처럼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고, 000, 001, 011, 111로 디지털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17일 서귀포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서귀포시민ⓒ제주의소리

오 대표는 "정낭에 담긴 조상들의 생각은 단순히 마소가 못들어 오게 한 위험관리만이 아니라 이웃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동네 주민들이 방문했을 때 집안에 대한 소통이자 배려로 현대로 치면 정보를 관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는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대표는 "정낭을 만든 주인은 정보관리자로서 자기의 위치를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준 것"이라며 "정보를 공개해서 독점하지 않고 오픈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규범이자 약속이 됐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제주 사람들은 정낭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었지만 외부와는 여전히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작은 로마가 서구를 1000년이나 지배한 원인이 좋은 점을 배우고, 개방적이었기 때문으로 제주도 역시 외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IT시대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관광서비스와 스마트카드를 활용한 선후불 카드 도입으로 관광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제주의소리

이와 함께 오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원에서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라는 것으로 나왔다"며 "사람과 어떤 협력 관계를 갖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휴먼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정보화시대에 제주도민은 가만히 앉아서 관광객이 오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바뀌어야 한다"며 "먼저 변화해야 기회가 오고, 도전할 수 있는데 그것이 정낭에 숨어 있는 조상들의 지혜이자 현대의 IT정신"이라고 당부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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