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JDC글로벌아카데미] (20) 자신만의 '행복론' 펼친 김병준 변호사

“50대가 다 돼서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보니, 결국 살아가는 모습이 다 비슷하더라. 지금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는지, 우울해 지더라”

잘 나가는 변호사 김병준이 강연을 통해 열띤 언변을 쏟아낸 것은 ‘생활 법률’이나 ‘법률 지식’이 아닌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의외였다.

그는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며 그가 나름으로 터득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전파했다.

김병준 변호사가 26일 스무 번째 서귀포시JDC글로벌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섰다.

▲ 김병준 변호사가 '행복 조건' 다섯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직업, 여행, 운동, 외국어, 신앙이다. ⓒ제주의소리

김 변호사는 우선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부모에게서 독립해야 한다. 그래야 혼자서 살 수 있는 독립적인 인격체라 할 수 있다. 요즘 취업난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다 기회는 온다. 1980년대 신문을 펼쳐보면 그 때에도 취직이 안돼 매일 자살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공부하던 지방대학생이 자살하면 다음날은 부산, 다음날은 대구서 떨어진다. 취업난이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취업 못해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로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자신처럼 법조인이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특기’를 직업을 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취미라 한다. 취미 중에서도 가장 잘 하는 것이 특기다. 이 특기를 직업화 해서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거다. 이런 직업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은 판검사, 의사 시키려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판검사, 의사 되면 모두 굶어 죽는다. 다 판검사 하면 누가 사고칠 건가.”

▲ 김병준 변호사. ⓒ제주의소리
김 변호사 역시 아이들의 아버지다. 그는 아이들에게도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강요하지 말고 여러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지혜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하나의 행복 조건은 ‘여행’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년간 제주도를 들락날락 거렸다. 지난 7월에는 생애 처음으로 한라산도 정복했다. 국내 여행만 해도 평생 다 못 돌아보니 열심히 여행하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외유성 여행’으로 지탄받고는 하는 공무원들의 ‘해외연수’에도 너그럽다.

김 변호사는 “공무원들이 해외연수 명목하에 외유성 관광을 간다고 비판하지만, 나는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떳떳하게 해외 관광 이름 달아도 된다. 해외에 나가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걸 보고 와서 좋은 변화를 가져오면 되는거다”라고 했다.

행복을 위한 조건에는 ‘외국어’도 포함됐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과는 별개다. 자녀의 외국어 교육도 ‘제발’ 왜 시키는 지 이유를 알고 시키라고 강조한다. 김 변호사는 “한국말만 알면 한국말 하는 사람만 사귄다. 외국어를 안다는 것은 시야가 넓어지는 거랑 같다. 외국어로 된 정보를 취하고 친구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점수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 행복 조건은 ‘운동’이다. 김 변호사는 “나쁜 습관은 빨리 몸에 베지만 좋은 습관은 몸에 익히기 굉장히 힘들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 서귀포시JDC글로벌아카데미 수강자들이 김병준 변호사의 '행복론'에 귀 기울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그는 “운동을 언제부터 시작하나? 40세가 넘어 다리 관절이 아플 때부터 시작한다. 나는 고시 공부할 때 매일 수영했다. 이게 제일 좋다. 옷 값이 저렵하다. 사계절 한 벌로 버틴다. 나이 들어서는 등산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강조된 행복 조건은 ‘신앙 생활’이다. 특정 종교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 그는 신앙에 관해서는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영혼의 건강을 위해서 어떤 신이라도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그가 생각하는 신이란 불교의 부처님이든 기독교의 하느님이든, 이슬람의 알라든 이름만 다를 뿐 하나의 신이라고 생각한다.

김 변호사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정신과 영혼도 건강해야 한다. 외로울 때가 있다. 결국 저혼자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온다. 이때 누군가한테 의지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신이다. 단, 신앙생활을 하되, 환자 말고 신자가 돼라”고 했다. 환자란 맹목적인 종교생활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김 변호사는 “힘든 결정을 할 때 혼자 있지 말고 아무 책이라도 펼치거나 신에게 매달려 봐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해결방법이 툭 떠오른다. 영감일 수도 있고 신의 해결방법일 수도 있다”며 힘든 고비를 지혜롭게 넘겨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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