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종 송신E&C 회장
일본서 자수성가 '비굴착' 특허기술..."제주출신 일 잘해"

▲ 송창종 송신E&C 회장 ⓒ제주의소리
일본서 자수성가-종업원 절반이 제주출신 "자격만 된다면..."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질 않습니다. 저도 젊었을 때 일자리가 없어서 무지 고생했습니다. 지금 청년들의 마음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고향후배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습니다. 자격만 된다면요…”

17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학교, 제주상공회의소, 서울제주도민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공동 주관한 ‘2010 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박람회’에 참여하는 송창종(55) 송신(松信)E&C㈜ 회장은 “제주출신 청년들을 쓰는 게 이왕이면 좋지 않겠느냐”는 고향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송창종 회장이나 송신E&C는 제주에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창업한지도 8년밖에 안된다. 하지만 송신E&C는 비굴착공법 특허기술을 지닌 우리나라 토목계에선 알아주는 기업. 거기에 송 회장의 이력을 보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가 고향인 송 회장은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후 부산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귀금속을 배웠다. 가게도 열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 안되자 부인을 부산에 남겨두고 29살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잠깐 다녀온다는 게 30년 가까이 돼서야 돌아 왔습니다. 29살에 떠나서 54살에 돌아 왔으니 말이죠.”

오사카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연고로 현해탄을 건넌 송 회장은 일본에서 우연한 기회에 지하굴착공사와 연을 맺게 됐다. “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닙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우연히 일을 하게 했는데, 하다보니 재미있고 적성도 맞아서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팠습니다.”

송 회장이 지닌 비굴착공법은 우리나라에선 최근에야 뜨는 지하굴착기술이다. 지하철이나 상하수도 공사를 할 때 땅을 공사구간을 전부 파 내려가는 게 아니라, 일정한 지점에 갱을 판 후 그 안으로 장비를 집어 넣어 마치 두더지처럼 지하공간을 파 들어 가는 기술이다. 장비만 지하로 집어 넣은 후 지상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조종한다.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훨씬 절감된다. 공사민원도 거의 없다. 

일본으로 건너간지 4년만에 기술을 배워 개인으로 공사를 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 해에 아사히수히신공업이란 전문건설업을 설립해 종업원 40여명에 연매출 20억엔의 기업으로 키웠다.

▲ 송창종 송신E&C 회장 ⓒ제주의소리
송 회장이 한국에 눈을 돌린 것은 2002년,

“그 때만해도 한국엔 대기업에 가까운 3군데 업체가 비굴착공법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우리가 부산 모 현장에서 1년 가까이 걸쳐 설계변경을 해서 공사를 마친 적이 있는데 그 후부턴 국내업자들이 와서 일을 해 달라고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는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공항철도공사 일부 구간을 우리가 한 게 계기가 돼 아예 한국에서 다시 오게 된 거죠.”

송 회장은 송신E&C와 함께 2007년에는 송신KJ건설을 설립해 한전이나 가스공사 사업에 참여하다 2009년 10월에 일본에 있는 기업을 완전히 매각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현재 송신E&C는 직원 40여명에 매출이 100억원 정도된다. 이중 20명 가량이 제주출신이다.

“이왕이면 국내에 와서 사업하려면 제주출신을 쓰는 게 좋지 않냐는 생각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일자리가 없어서 일본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제주에 태어났는데, 일자리가 없어서야 되겠느냐는 그런 의미입니다. 제주출신들이 일도 잘합니다. 또 아무래도 같은 고향이다 보니 말도 잘 통하는 것 같고, 저희에게는 그게 좋은 것 같습니다.”

송신E&C는 이번 열리는 일자리박람회에서 20명 가량 채용을 원하고 있다.

“토목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당장 없으면 예정자도 있을 것입니다. 자격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인원을 뽑는 게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원하는 희망자가 있으면 뽑고 싶다.”

송 회장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적극적이고 열심히 일하는 친구들이 아무래도 회사를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고…적극적인 사람은 분명히 자기 할 일을 합니다.”

송 회장은 또 이번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하는 청년들에게 “뭔가 일을 배우려면 처음 3년은 고생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 회장은 “솔직히 말해서 신입직원에게는 회사가 아무 것도 바랄 게 없습니다. 최소한 3년 정도는 다녀야 본인도 일을 할 수 있고, 회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힘들면 1년도 버티지 못해 나가버리고, 넥타이 메고 기획실에서 일하는 것을 동경하는데 신입사원에게 그런 자리를 주는 기업은 없습니다. 최소한 3년은 버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아침 5시에 기상한다. 출근하기 전 반드시 공사현장에 들러 관계자들 미팅을 하고, 잘못되는 점이 있으면 조언을 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현장 아침미팅이 직원들로서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솔직히 불평도 한다고 털어 놓는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임원들도 새벽 현장 미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기술자들의 기술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한번 실수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고, 공기가 늦춰지게 됩니다. 또 이 일은 한 조가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현장회의는 꼭 합니다.

송 회장에게 이제 남은 꿈이 있다.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이 공사를 독점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만큼은 성장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탄탄한 회사를 만들어 후세들에게 물려주는 게 마지막 남은 일입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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