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지사, '2001년 평화포럼' 연설 상기해야

 조선일보 15일자 인터넷판은 해군이 당분간 ‘대양해군’구호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군 관계자의 입을 빌어 보도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의 국민정서와 연안방어능력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는 해군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군은 천안함 사건 이후의 군사력 건설 방향을 대잠수함 작전과 연안에서의 북한의 기습도발 등에 필요한 전력을 우선 확보하는 쪽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 정부 최종 발표가 여전히 의혹을 받고 있다. 만일, 천안한 침몰이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는 국토연안 안보에 구멍이 뚫렸음을 시인한 셈이다. 때문에 연안 해군력도 확보가 안되는 실정에 대양해군론이 과연 맞는가 하는 국민정서는 사실 타당하다.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석연치 않은 징후들

 한편, 국내 유력 주간지 「시사 인」은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거대 무기자본을 낀 미국의 수출정책의 결과이자 사실상 미국의 본토 방어용이며, 제주기지는 한․중 관계만 해칠뿐이라고 주장하는 어느 미국 언론인의 주장을 크게 다루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나면서 후텐마의 미군기지의 한국 이설 제안을 다룬 일본 문예춘추 보도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의미 없는 립서비스라고 하기에는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은 누구나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1937년 일제가 알뜨르에 군비행장을 건설한 이후, 제주는 15년 주기로 끊임없는 군사기지 건설시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만큼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해군기지가 추진되던 지난 2007년에는 공군기지 계획이 드러나 파문을 겪은 적이 있다. 지금은 탐색구조부대로 격하된 듯 보이지만 언제든지 공군전략기지로 둔갑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퍼져 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이어서 공군기지도 건설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해군기지 문제를 염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절반의 도민들에게 정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사고 속에서도 제주는 군사 요충지로서 군력강화의 집적지로 규정하는 언급을 요로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후텐마 기지이전 언급은 단지 립서비스로만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한미 군사동맹의 유지․강화가 대한민국 보수의 논리를 투영한 것이라는 「시사 인」 편집장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하는 한나라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후텐마 기지 이전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후텐마 기지가 한국으로 이전한다면 그 장소는 과연 어디가 될 까?

 우근민 지사, 2001년 연설문을 상기해야

 우근민 지사는 지난 2001년 6월, 제1회 제주평화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제주에는 어떠한 군사시설도 위험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다음은 우지사가 당시 행한 연설문 내용의 일부이다.

 “만일 일단의 팽창주의적 움직임 속에서 제주에 대규모 군사시설이 들어선다면 제주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이 타국의 팽창주의적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든, 그러한 시설에 의하여 타국이 팽창주의적 압박을 느끼게 되든, 제주는 국제적 위험성 앞에 노출되고 말 것입니다.”

 그랬던 우근민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과정과 이후를 통틀어, 자신은 단 한 번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본 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물론, 이미 해군기지 건설이 기정사실화 된 마당에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발휘해야 할 정치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발언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적어도 새로운 도정은 제주미래의 100년을 좌우할 이 중대한 문제에 그 진척도야 어떻든 원점부터 신중히 접근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더구나 작금의 상황이 전술한 바와 같다면, 우선 이의 동향 파악과 태도 결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해군기지 입지재선정 논의할 때가 아니다.

 지금 제주 해군기지가 빚은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지재선정을 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이야, 3년여에 걸친 저항의 피로와 사실상 어찌해볼 수 없는 무력감 앞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의 제안을 했다지만, 도 당국이 이를 덥석 수용해 그것도 불과 한 달여 만에 결론을 내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지 모른다. 좀 극적으로 얘기하면, 2010년 가을, 불과 한 달 사이에 제주의 100년 미래가 갈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지나친 것일까?

 해군 스스로가 ‘대양해군’을 뒷전으로 밀려둔 상황에서 정작 제주 안에서는 이를 매듭짓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그 매듭짓기란 다름 아닌, 빠른 시간 내에 해군기지 건설을 ‘도민 스스로 확정’하자는 것에 다름 아닌데, 그렇게 되면 국민적 입장에서도, 해군 스스로도 뒷전에 밀어놓은 대양해군이 앞장서 살아나 난맥상을 연출하는 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연안해군 전력 강화를 우선시 하면서, 한편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대양해군의기지를 동시 추진하면 국민비용 부담만 증가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거기에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안에서 제주의 위상마저 ‘위험’의 방향으로  급선회 할 것이라는 예상과 지적도 빠르게 가시화 될 것이다.

▲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장
  적어도 도정은 해군이 아니라 정부에게 물어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과연 여전히 타당하고, 해군의 말대로 매우 시급한 과제인지 말이다. 가뜩이나 10년 가까이 표류하며 갈등만 양산해 온 해군기지 건설이 국가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겠는지, 해군 스스로 보류해 놓은 ‘대양해군’의 기지를 지금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정부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해군이 아닌 정부에게 물어야 한다./ 고 유 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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