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관광지 기대한다면서 카지노 체험?

▲ 섭지코지 올인 세트장 입구.
이병헌ㆍ송혜교 주연으로 2년 전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SBS TV 드라마 '올인' 기념관 '올인 하우스'가 지난 3일 개관했다.

드라마세트장이 관광지로 된 경우는 있으나, 독자적인 드라마 기념관으로 관광상품을 만든 것은 국내 최초다.

'올인'의 주요 촬영지였던 남제주군 섭지코지에 위치한 '올인 하우스'는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했던 성당과 수녀원 건물 등을 복원해 전시, 체험관으로 운영된다.

이 기념관은 남제주군과 '올인' 제작사 ㈜초록뱀엠엔씨가 공동 출자하는 제3섹터 방식으로 33억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했다.

간이건물이었던 '올인' 세트장이 2003년 9월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고 철거된 이후, 그 자리에 지난 해 6월부터 복원공사를 시작 이번에 완공한 것이다.

올인기념관은 지상 1층, 지하 2층 연건평 250평 규모로 지어졌다.

   
기념관 실내에는 올인 촬영당시 사용했던 드라마 소품과 메이킹 필름 등이 전시돼 있으며, 인하(이병헌)와 수연(송혜교)의 사랑 매개체였던 오르골 전시 공간이 한쪽에 마련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올인'의 영상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올인 시네마', '올인의 꿈'을 비롯해 기념품 가게와 카페 등이 마련돼 있다.

   
남제주군과 초록뱀 측은 이병헌, 송혜교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제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뒤늦게(5일) 기념관을 현장을 찾은 기자는 이러한 기대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몇가지 우려를 감출 수 었없다.

첫째는 성산 일출봉과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섭지코지’ 관광지 명칭이 자칫 ‘올인기념관’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수많은 전설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섭지코지의 비중이 올인하우스와 등치될 수는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우이기 바란다.

둘째는 명칭이다. 공식적으로는‘올인하우스’란 명칭이 붙긴 했지만, 홍보자료에 '올인기념관'이란 단어가 거슬린다. 영화를 상품화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도‘기념관’이란 명칭을 쓰는 것은 과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정말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 들고...

셋째로, 체험 프로그램으로 권하고 있는‘카지노 체험관’문제다. 아무리 체험할 것이 없어도 그렇지 꼭 카지노를 체험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개관 이후 이곳을 찾았던 한 관광객의 말을 빌자면 자기는 카지노를 전혀 모르는데 처음 ‘블랙잭’을 가르쳐 줘 해보았는데 재미있었다며 기회가 있다면 한번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단다. 잘못하면 카지노 중독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느낌은 물론 제주가 도박의 섬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 체험프로그램은 재고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넷째, 기념품을 파는데 이병헌의 모습은 보이지만 송혜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송혜교 측과 초상권 사용을 통한 상품개발 조율이 실패하여 그렇다는데, 어쩌면 반쪽 짜리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

마지막으로 지난 6월 3일 있었던 개관식에 정작 주인공이었던 이병헌, 송혜교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제주군은 '올인기념관' 개관식에 주인공 이병헌을 초청, 팬사인회를 열 계획이라고 지난 4월 29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병헌 소속 기획사인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는 이 보도가 나간 후, 5월 1일 "참석할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플레이어 엔터테인먼트는 "한차례 섭외 요청을 받긴 했으나 스케쥴 문제로 참석을 못한다는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던 것이다.

이에 대해 남제주군은 올인기념관 개관식에 반드시 이병헌을 초청, 팬사인회를 갖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개관식에 이병헌,송혜교는 고사하고 탤런트 조경환씨를 제외하곤 조연급 배우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사와 군수까지 참석한 행사에 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기념관에 정작 주인공은 안 보였다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초청하지도 못할 대상을 반드시 오게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남군의 입장도 그다지 탐탁치 않아 보인다.

돌아오는 길, 신양해수욕장을 뒤덮은 파래는 제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우리를 더욱 씁슬하게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