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도전만 첫 번째 완주 기쁨 누린 '진정한 철인'
전국 일주의 꿈 다시 한번 꿈꿔..."희열을 다시한번"

▲ "60은 나이에 불과하다!" 진정한 '철인' 김성산 씨가 첫 완주의 기쁨을 회상하며 활짝 웃었다. ⓒ제주의소리

김성산는 늦깎이 ‘철인’이다. 훤칠한 키에 잘 다져진 근육, 환한 웃음으로 선뜻 나이를 알아볼 수는 없지만 그의 나이 이제 60이다.

정년퇴직 후 50세의 나이에 걸음마를 배우듯이 운동을 시작했다. 은퇴 기념으로 달고 나온다는 ‘당뇨’를 털어내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자전거로 시작했다. 그러다 한라산 윗세오름을 오르내리게 됐고 관절이 단단해지자 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의 50대 철인생활은 시작됐다.

그는 가족도 말릴 수 없는 ‘운동광’이 돼 갔다. 자동차는 달리는 날보다 서있는 날이 더 많아졌고, 대신 자전거가 그의 발이 됐다. 어딜가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고바위’가 많다는 제주의 도로는 그의 다리를 단련시키는 훌륭한 훈련코스 역할을 했다.

자전거와 달리기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내친김에 수영에도 도전했다. ‘철인 3종경기’의 세 종목이 아니던가. 그것이 2005년이었다. 그때 창단했던 철인 3종 클럽이 바로 ‘스코리아애슬런클럽’이었다. ‘스코리아’는 제주의 화산석 송이를 말한다.

수영이라곤 ‘개헤엄’밖에 모르던 김성산 씨에게 제주바다는 거칠었지만 제주 중산간의 고바위만큼이나 훌륭한 훈련 조교가 돼 주었다.

▲ 김성산 씨가 첫 완주의 기쁨을 안은 '2010 녹색 전남 마이티맨 국제철인 3종 경기대회' 모습.ⓒ제주의소리

거센 제주 바다와 한라산의 고바위가 키운 그의 체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5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2010 녹색 전남 마이티맨 국제철인 3종 경기대회’에서 드디어 진짜 ‘철인’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 씨가 첫 번째 철인경기 완주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완주'는 그의 '꿈'이었다.

한라산이 키운 그의 다리는 영암의 언덕을 평탄하게 만들었고 제주바다가 키운 그의 수영 실력은 목포 앞바다를 잔잔한 호수로 느끼게 했다. 헤엄치고(3.8㎞), 자전거 타고(180.2㎞), 달음박질(42.195㎞) 한 거리만 226.195㎞이었다.

10년간 준비한 끝에 성공한 것이어서 그 기쁨 누구보다도 컸다. 그것도 세 번째 도전만에 성공한 것이었다. 김 씨는 “’진짜’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이 대단했다”고 그날의 희열을 회상하듯 말했다.

▲ 완주 후 그의 동료 '스코리아애슬론팀' 회원들과 함께 기쁨을 누렸다. ⓒ제주의소리

그는 50대 나이로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사실 우리 나이에 운동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영부터 시작해 자전거, 달리기 쉬운게 하나도 없다”

그래서 ‘왜 하나’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길을 가다 철인 경기 포스터만 보면 다시 한번 ‘골인점을 통과하는 성취’를 맛보고 싶어 다시 달리고야 만다.

그래서 그는 경기 일정만 잡히면 성산포와 돈내코를 오르고 또 오른다. 지난 여름에는 남들이 잠 잘 시간에 자전거로 8시간 만에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다. 1100도로를 끊임없이 오르기도 한다.

김 씨는 '기부와 나눔' 문화를 전파하는 마라톤 대회인 '아름다운 제주국제 마라톤대회'에 대해서도 "달려볼 만한 대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건강을 위해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면서 어려운 사람도 돕는 일석이조의 대회여서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일주를 해보고 싶다”는 김 씨. 10년의 꿈을 달성한 그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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