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대리 "북미대화로 문제해결 안돼"…프리처드 "힐 차관보 평양 보내야"

▲ 마크 민튼 주한 미 대사대리는 북핵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다자간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남북접촉은 6자회담의 보완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측에서 첫번째가 민튼 대사대리  
제주평화포럼 마지막 날인 11일 열린 외교관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동북아 외교관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은 다자간 협상인 6자회담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는 게 지금의 위기를 해결한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 속에서의 북핵해결을 강조한 반면, 러시아는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 직접 협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또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특사였던 찰리 프리처드 브리킹스 연구소 연구원도 북미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6자회담을 둘러싼 참여 당사자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마크 민튼 주한 미국 대리대사(부대사)는 '외교관 라운드 테이블'에서 행한 연설에서 "다자대화가 양자적 접근방식에 정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밝힌 후 "다만 남북한 양자접촉은 6자회담의 보완이라는 측면에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튼 주한 미국 대리대사(부대사)는 6자회담이 1년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북미 직접협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의식한 듯 장시간에 걸쳐 다자간 협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자간 협상이 필요하다는 데 모든 참가국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북핵 해결을 위한 대가를 한 국가가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큰 문제"라면서 "한 국가(미국)가 강하고, 부유하고, 또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고 하더라도 이는 감내하기 힘든 문제"라고 밝혀 미국이 다자간 협상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북핵 타결 대가로 제공될 경제원조의 부담을 혼자 지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음을 밝혔다.

민튼 대리대사는 또 "다자간협상은 북한이 다른 국가와 국가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것을 억제시킬 수 있으며, 다자간 협상이 진행될 때만이 한국이 대화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협의에서 북한 때문에 한국정부가 참여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한국이 회담장에 나오려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이는 다자체제의 외교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문제가 북한과 미국이 양자 대화로 나가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킬 뿐이며, 한국을 외교협상의 종속적인 관계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민튼 대리대사는 "핵문제를 단지 미국의 문제로만 보려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한반도 긴장해결은 물론, 동북아 역내 안정,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관련된 문제로 결코 북미 양자간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을 지연시키고 관련 국가들을 이간질 시키는 것 외에도 북핵문제가 자신들과 미국간의 양자문제라고 부각시키고 있으나 이는 국제적인 문제"라고 못박았다.

북미간의 직접 대화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그는 다만 6자회담의 '보완'으로 남북간의 직접대화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튼 대리대사는 "미국은 한국과 북간한의 양자접촉이 중요하고, 다자협상의 보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다자간 협상이 마치 양자대화의 반대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는 그렇지 않으며 미국은 한국과 북한간 양자접촉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완적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밀튼 대리대사의 주장과는 달리 러시아는 북미간 양자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알렉산드르 미나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반도의 핵무장을 막고 평화적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정책"이라고 밝힌 후 "북한과 미국은 직접 협력을 통해 평화적인 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나예프 대사는 "북한과 미국은 94년 '기본합의' 정신을 존중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면서 "현재 북미간 신뢰가 결여돼 있으나 이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당사자간 북미 협상이 필요하며, 러시아는 평화적으로 핵 위기를 해결하는 데 원칙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혀 6자 협상 틀 내에서 북미협상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찰리 프리처드 전 대북특사(브리킹수 연구소 연구원)도 북핵위기 타결을 위한 해법으로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 차관보의 방북을 제안했다.

프리처드 전 특사는 북핵위기를 풀수 있는 해법은 북미 직접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북에 달려 있다면서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에 맞춰 힐 차관보가 직접 평양으로 건너가 북한과 성실한 논의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을 방문할 때 북한으로 하여금 차기 6자회담 복귀 일정을 제시하도록 해야 하며, 일 차관보가 후진타오 주석의 북한 방문 일정에 맞춰 비공식(non-negotiating)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해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북한의 우려사항을 직접 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측 대표단 또는 뉴욕채널(유엔 주재대사)을 통해 힐 차관보의 메시지에 대한 답변을 전달하는 과정 등 직접대화를 통해 지금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프리처드 연구원은 "6자 회담 체제 내에서 진행하는 역동적인 북미간 양자간 회의는 미국이 필요한 다자간 개념을 새롭게 하는 기반을 조성하게 되며, 북한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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