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 부원장, '제주 전통음식과 로컬푸드' 강연
향토음식에 대한 자기비하 '자긍심'으로 바꿔야

“제주음식이 투박하고 단순한데다 거칠어 전라도.경상도 음식에 뒤진다고요?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이용해 만들어 몸에 좋다는 ‘로컬푸드’가 바로 제주의 ‘낭푼밥상’입니다”

▲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은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고 생산자는 제값을 받을 수 있어 주목받고 있는 ‘로컬푸드’는 제주인 스스로가 비하해 왔던 ‘제주 향토음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즉, 현대적 ‘로컬푸드’의 뿌리에 제주 음식문화가 깃들여 있다는 것.

양 부원장은 또 제주의 로컬푸드에는 ‘제주다움’이 빠져선 안된다며 ‘낭푼밥상’을 둘러싸고 펼쳐진 제주인의 음식 이야기가 결부돼 스토리텔링 됐을 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1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제주지역 로컬푸드 체계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제주 전통음식과 로컬푸드’를 주제로 강연한 양 부원장은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제주 향토음식에 대한 현대적 시각이 ‘자기비하’식이어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양념이 발달하지 않았고, 조리법이 단순하고, 쌀 밥 없이 거친 잡곡밥이 오른 ‘낭푼밥상’을 조리법이 복잡하고 양념음식이 많고 화려한 타지역 밥상보다 못하다는 일부의 생각에 대한 지적이다.

양 부원장은 “안동 간고등어는 바다에서부터 고등어가 오랜 시간 걸려 내륙으로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간을 하지 않고선 먹을 수 없었기에 나온 조리법이다. 제주는 앞바다에서 막 잡아올린 생선을 먹기에 조리법이 발달하지 않은 것”이라며 “생선이 들어간 냉국에 대해서도 ‘비려서 어떻게 먹나’하지만 싱싱한 식재료의 본맛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제주인들은 신선한 식재료를 살릴 줄 알았던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론했다.

또 일부에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이 많은 대신 요리할 시간이 없어 제주여자들의 조리법이 단순하다’는 데 대해서도 “제주인들은 졸지에 ‘여성 노동력 착취를 보여주는 지역이 돼 버렸다”면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가장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 제주 여성들의 지혜가 ‘낭푼밥상’에 있다”고 말했다.

▲ 강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과 토론회를 지켜봤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양 부원장은 “지난 30여년간 현대 조리법에 밀려 제주 향토음식 조리법을 정리하지 못하고 지내왔다”면서 “음식문화의 뿌리를 살려, ‘뿌리 있는’ 제주음식이 돼야 한다”며 향토음식 조리법 정리의 시급성을 거론했다.

이와 함께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로컬푸드와 결합되기 위해서는 ▲전통 식재료의 안정적 생산 ▲안정적인 소비와 공급 ▲일반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 ▲문화적 가치창출을 위한 스토리텔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향토음식은 100% 로컬푸드”라며 “1차 식재료가 근대화로 인해 향토성이 사라진 로컬음식이 제대로 된 로컬음식인지 고민해야 한다. 제주다움이 있는 로컬푸드로 경쟁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제주MBC착한경제위원회, 한살림제주생활협동조합, 흙살림제주도연합회,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안동우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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