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의회 법률검토 착수…주민투표 권한이 핵심

김영훈 제주시장이 주민투표와 관련한 권한쟁의 청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제주시의회도 권한쟁의 심판을 위한 법률적 검토에 착수해 이 문제가 실제 헌법재판소에 가게 될 지 주목되고 있다.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권한쟁의 청구소송 검토를 밝힌 김영훈 시장은 23일 오전 도청 출입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도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제주에 있는 변호사와 서울 변호사, 그리고 헌법학 교수에게 다툼을 가릴 필요가 있는 지 자문을 밟고 있다"면서 "이에 필요한 자료들은 서울(변호사)에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현재 이 문제는 제주시차원에서만 하고 있을 뿐 타 시장 군수와는 아직 협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검토결과 문제가 없다면 (시장 군수가) 모일 필요가 없지만, 다툴 필요가 있는 것으로 검토된다면 함께 모여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어 "검토 시기는 빨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 후 "제주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변호사를 만나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학림 제주시의원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제주도가 기초자치단체를 사형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한 혁신안을 주민투표에 부치면서 시장 군수와 기초의회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게 당연 한 게 아니냐"면서 "어떻게 사형수에게 마지막 할 말이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사형시킬 수 있느냐"며 성토했다.

문 의원은 "도와 마찬가지로 시군도 엄연한 법인격인데 제주도가 타 자치단체(시군)를 폐치하는 것을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느냐를 법률적으로 자문받고 있다"면서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과 평등권 문제 등 위헌문제에 대해서도 검토 중에 있다. 빠른 시일내에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권한쟁의 심판 검토 대상은 주민투표법 제7조와 8조

제주시와 제주시의회가 검토하고 있는 권한쟁의 검토내용은 주민투표와 관련한 제주도와 시군의 권한을 가리자는 것으로 주민투표법 제7조와 8조가 주 대상이다.

제7조(주민투표의 대상) 2항의 2는 '국가 또는 다른 자빙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ㆍ분합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①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공표하여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 이내에 그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②항)고 명시하고 있다. 

# 도지사가 주민투표 건의할 수 있나 여부가 1차 관건

즉 이 법에 따르면 제주도지사가 시군의 폐치를 위한 주민투표를 부칠 수 없으며, 이게 '국가정책'에 관한 사항일 경우 행자부장관이 투표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첫 번째 타툼 대상이 바로 이 대목이다.

현재 행정계층구조개편 주민투표는 제주도가 건의했고, 행자부 장관이 이 건의를 받아들여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제주시와 시의회는 제주도와는 별도의 법인격인 타 시군을 폐지하는 주민투표는 제주도지사가 건의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도지사사 시장 군수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행자부 장관이 요구한 주민투표 내용이 어떤 ‘국가정책’인지 여부도 타툼이 대상이다. 즉 제주도가 요구한 것을 행자부가 받아들인 것이지, 행자부 스스로가 국가정책 차원에서 주민투표를 요구한 게 아니라고 제주시와 시의회는 항변하고 있다.

# 주민투표 실시요구 대상 도지사인가 시장 군수인가

다음으로는 행자부장관이 누구에게 주민투표 실시할 것이냐는 문제이다.

행자부 장관은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제주도로 정하고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제주도지사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제주시와 시의회는 주민투표 구역을 제주도로 정한다 하더라도 '관계 지방자치단체장'은 도지사가 아닌 자치단체가 폐치되는 해당 자치단체장인 시장 군수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 광역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게 아닌 이상 주민투표 구역이 제주도 전역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서 말하는 '관계 지방자치단체장'은 도지사가 아닌 시장 군수라는 것이다.

또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8조 2항도 제주도의회가 아닌 시군 의회라는 게 김영훈 시장과 제주시의회가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주된 이유이다. 이는 제주대 윤양수 교수가 지금까지 수 차례 제기해 왔던 부분과도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 기관끼리,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권한에 대한 다툼이 생길 경우 헌법재판소가 헌법 해석을 통해 그 분쟁을 해결해 국가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도모하고 국가 권력간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심판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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