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귀포시 성산읍 임명수 주무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깨 이불속에 웅크려 있다가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열었다. 시간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건 날짜...11월 28일!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2010년 가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성산읍사무소로 온지 이제 딱 세달째로 접어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3달하고도 5일이 지난상태...의 아침이다. 세달..세달이라...지난 세달 동안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아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됐다.

사람의 만남과 인연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지난 10년치의 인연을 자루에 꼭꼭 눌러 담았다가 근 3개월 동안 내 머리위로 사정없이 쏟아부은 느낌이다. 직격탄(?)을 맞은 지금 나는 몽롱한 상태다. 좀 멍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알게 됐고 또 가까워졌다. 물론 그 사람들 대부분은 같은 일에 몸담고 있는 현직 공무원분들이다. 같은 공무원이라는 이유 한 가지로 나는 그분들께 금세 마음을 열수 있었다.

이곳 성산읍사무소로 오게 돼서는 읍장님, 부읍장님, 계장님들을 알게 됐고 우리 건설계 직원들을 비롯한 많은 형들과 누나, 주무관님들을 알게 되었다. 같은 공무원, 같은 읍사무소 직원이라는 유대감은 군대에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같이 겪었던 부대원들 이상으로 느껴진다. 아니 왠지 그 부대원들을 다시 만난 기분이다. 이것이 처음으로 얻은 소중한 인연이다.
 
두 번째로는 절대인연! 바로 2010 신규공무원 동기들과의 만남이다. 총 76명의 동기들이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4주간 교육을 받으며 정말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의 끝이 맺어졌다. 처음 만났을 때의 우리들 표정은 정말 합격한게 맞는지 공무원이 된것이 사실인지 얼떨떨한 상태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사실 좀 많이 어색했었다. 하지만 모두들 고생하며 공무원 공부를 해온 사람들이고 우여곡절 끝에 이제 막 꿈을 이룬 사람들이란걸 서로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서인지 친해지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조금 웃기지만 술 한번 먹고 나더니 다음날부터는 모두가 절친이 되어버렸다. 다음주 현장학습도 가고 다다음주 분임토의까지 하고나니 마지막 주에는 거의 형제, 자매, 남매처럼 느껴졌다. 이 가족같은 동기들과 헤어질때는 꽤 많이 아쉬웠지만 앞으로 30년 공직생활의 든든한 동료들이 생겼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너무나 기뻤다.

교육수료 후 성산읍사무소로 돌아온 지금 나에겐 세 번째 인연이 기다리고 있다. 어찌보면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인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들은 바로 민원인분들이다. 한 공무원 선배가 술자리에서 한 말씀이 기억난다. “우리 공무원은 지역주민을 위해서 일하는 거다. 절대 돈 때문이 아니다” 그 말의 뜻을 이

▲서귀포시 성산읍 임명수 주무관 ⓒ제주의소리
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무엇 때문에 공무원을 목표로 공부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무에 한달정도 있어보면서 어떤 공무원으로 살아가야 할지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 해답은 바로 민원인과의 새로운 만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 심장은 새로운 만남과 인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두근거린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파란만장할 내 30년 공직생활의 첫발을 확신을 가득담아 그리고 꿈을 가득담아 천천히 내딛어 본다.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임명수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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