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전반 26분 선제골 등 제 역할 120% 소화..."적지서 우승 더 기뻐"

▲ 서울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전반 26분 선제골을 뽑아내는 등 제 역할을 120% 이상 소화한 제주 배기종. <뉴시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아쉬운 무승부로 마무리한 제주유나이티드지만, 배기종(27)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띄었다.

제주는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쏘나타 K-리그 2010 챔피언십 챔피언결정전 1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서울과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6년 광운대를 졸업하고 대전에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배기종은 2007년 대전에서 임의탈퇴선수 처분을 당한데다 수원 이적 후에는 탄탄한 스쿼드에 밀려 출전 시간이 불규칙했다. 또, 2군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해왔다.

지난 겨울 박현범, 최성현과 함께 제주로 둥지를 옮긴 배기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에서 오른쪽 족관절 부상을 입으며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시련은 사람을 더 강하게 한다는 말은 배기종에게 깊이 와닿는 말이었다.

박경훈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공.수 전환은 스피드와 돌파력이 장점인 그에게 안성맞춤이었고, 올 시즌 22경기에서 4골-1도움을 기록하며 부활 조짐을 보였다. 또, K-리그 주간 베스트11에도 수차례 이름을 올리는 등 '박경훈 사단'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우뚝 섰다.

모처럼 2만여명의 많은 관중들 앞에서 열린 이날 1차전에서 배기종은 4-2-3-1 전형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폭넓은 움직임과 빠른 돌파로 서울의 수비라인을 휘저었다. 특히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26분 아크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경기장을 '오렌지색 물결'로 물들이게 했다.

후반 25분 김영신과 교체될때까지 70분을 소화한 배기종은 이날 골을 넣은 후 상의를 벗고 머리에 뒤집어 쓰는 바람에 '상의를 벗거나 정치적인 구호를 담으면 안된다'는 골세리머니 규정을 어겨 경고를 받았음에도 화끈한 쇼맨십까지 선보이며 제 이름값을 120% 이상 해냈다.

그러나 소속팀 제주가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선제골의 의미가 약간 퇴색됐다. 21년만에 K-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제주는 배기종의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홈에서 뼈아픈 무승부를 기록하며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배기종은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막판 집중력이 부족해 무승부에 그친 점이 아쉽다. 감독님은 뒤끝이 없는 분이다. 경기 후에도 괜찮다고 말해주셨다"며 "적지에서 우승을 거둘 수 있다면 홈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기쁠 것 같다. 많은 관중 탓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때 '퇴물' 취급 받다가 올 시즌 제주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배기종. 그가 K-리그 15개 구단 중 최고의 응원을 자랑하는 서울의 텃세를 뚫고 제주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제주의소리>

<허지훈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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