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민연대 주최 '도민토론회'…무엇을 개정할 것인가

   
지난 1999년 제정된 4.3특별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 개정의 핵심은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도민연대)는 29일 창립 6주년을 맞아 칼호텔에서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도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도민연대 양동윤 공동대표가 발제하고, 토론자로  허상수 성공회대 교수, 임기옥 제주도의회 의원, 정문현 4.3유족회 부회장, 박찬식 4.3연구소 연구실장, 김수열 민예총 제주지부장이 나섰다.

▲ 양동윤 공동대표
발제자로 나선 도민연대 양동윤 공동대표는 "4.3특별법은 진상조사보고서 확정,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등 제주도민들에게 덧씌워진 이념의 굴레를 벗겨주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며 "국가폭력을 국가가 조사해 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사과한 예는 지금까지 4.3이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양 대표는 "하지만 4.3특별법은 과거 냉전적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태생적 한계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며 "이번 법 개정의 최우선 핵심과제는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춰 올바른 4.3 역사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양 대표는 △4.3에 대한 정의 개정 △희생자 범위 확대 △유족의 범위 규정 △집단학살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설치 △제주4.3사건 관련자료 수집 및 분석 △진상조사보고서 재작성 △의료지원에 대한 재심의 가능 △희생자 신고 상설화 △호적정리 등 9가지 사항이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 대표는 "진상조사보고서에는 분명히 4.3이 일어난 시점과 그 전개과정에서의 역사적 성격 등을 명명백백하게 적시하고 있다"며 "현재 법 2조에 나와있는 '4.3사건' 보다는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허상수 교수
양 대표는 "희생자와 유족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단학살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며 "또한 4.3 관련자료 수집 및 분석을 위해서도 '과거사법'만큼 조사권과 수사권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강창일 의원이 국회간담회를 여는 등 4.3특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은 몇몇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창일 의원의 개정안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토론자들도 대부분 4.3특별법 개정에 공감하며 '진상규명' '희생자' 범위 확대 '배상' 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

성공회대 허상수 교수는 "김대중 정권 당시 제정된 의문사법, 민주화운동법, 4.3특별법이 3대 인권법이지만 4.3특별법은 그중 내용도 가장 빈약하고, 조문도 몇개 안된다"며 "이번 개정은 국회의원 중심이 아니라 유족과 도민 중심으로 그동안 법시행의 문제와 한계를 집약해 개정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개정 방향으로는 인권과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인류보편의 가치가 실현돼야 한다"며 원칙으로 △피해배상 △진상규명 철저 등을 제시했다.

▲ 임기옥 의원
허 교수는 "유족과 피해자 및 희생자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하기 때문에 개정안에는 피해배상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허 교수는 "4.3의 막연한 이름 대신 '항쟁'이나 '민간인 학살 사건' 등을로 분명히 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평화의 섬' 지정 당시 분명하게 '4.3항쟁'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옥 의원은 "희생자의 범위를 정신적인 부분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후유장애를 당해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을 위해 특별 재심의 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배상과 관련해 "국가유공자들은 항공료와 입장료 등 우선권과 혜택을 주고 있다"며 "예산문제로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조그만 혜택 규정이라도 개정안에 삽입해야 한다"고 토론했다.

▲ 정문현 부회장
이어 임 의원은 "다시는 4.3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법에 4.3문화재단 설립 근거를 마련해 교육지표를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문현 부회장은 "강창일 의원의 개정안에 우선적으로 동의하지만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지적할 것이 있다"며 "추모일 지정은 국가행사로 대통령령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4.3특별법에 '진상규명'의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진상조사보고서에도 형무소 재소자의 집단학살 내용이 나오지 않는 등 여전히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관련법이 없어 4.3유적지가 계속 훼손되거나 방치돼4.3유적지의 발굴에 대한 정부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4.3유족의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광주 5.18과 같이 교육.의료.취업 등의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찬식 연구실장
박찬식 연구실장은 특별법 개정원칙으로 진상규명.명예회복.배상.교육에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실장은 "진상규명과 관련해 정의 부문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또 진상조사보고서를 새로 발간하기 위해 별도의 기획단을 꾸리는 부문은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소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희생자 선정과 관련해 유족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헌재의 각하조항이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헌재의 단서조항을 무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문제와 관련해 "국가가 희생자로 선정한만큼 원칙적으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집단적 보상이나 개인적 보상인 아닌 현실적인 방법으로 희생자들을 보훈처에서 관리하고 보훈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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