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토끼의 지혜’로 도민화합과 경제발전 도전!

▲ 전남 순천 선암사의 원통전 법당 문에 조각된 방아찧는 토끼가 익살스럽다.  ⓒ제주의소리 / 사진=오마이뉴스

2011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토끼해인 신묘년(辛卯年)이다. 물론 아직 음력 1월1일까지는 한 달간 남았으니 정식으로야 설명절인 오는 2월3일에 토끼해가 시작된다.

우리말 ‘토끼’는 한자 ‘토(兎)’에 접미사 ‘-기’가 붙어서 된 말이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우리 문화와 풍습 속에서 토끼는 어떤 동물로 인식되어 왔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  조선시대 민화 방아 찧는 토끼. 계수나무 아래 찧어놓은 낟알을 키질 하고 있는 토끼 한 마리. 그리고 방아질을 하면서도 시선은 절구공이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향하고 있는 두 마리의 토끼에게서 소박한 민간의 해학이 느껴진다. ⓒ제주의소리
‘토끼’를 표기하는 한자는 십이지(十二支) 띠 동물을 표시할 땐 묘(卯)를 쓴다. 그러나 실제 토끼를 지칭할 땐 토(兎) 자를 쓴다. 십이지 동물 중 네 번째인 토끼는 방향은 정동(正東)이고, 달로는 음력 2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기도 하다.

토끼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우리나라 민담에서 토끼는 바닷속 용궁에서 간을 빼앗길 뻔 하다 용왕과 별주부를 속이고 무사히 육지로 돌아온 이야기에서부터, 달 속 떡방아를 찧는 토끼에 이르기까지 의롭고 꾀 많은, 때로는 신비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호랑이를 속이는 토끼, 자라를 속이는 토끼의 이야기 등은 토끼가 꾀많은 지자(智者)로 표현된 대표적 이야기다. 고전문학의 경우 판소리계 소설 중 하나인 ‘토끼전’의 토끼를 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남해 용왕이 병이 들어 토끼의 간을 먹어야 낫는 다는 말에 충성스러운 별주부(자라)가 육지로 나가 토끼를 속여 용궁으로 데리고 가지만 이 사실을 안 토끼가 용왕과 별주부를 속이고 육지로 무사히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지혜의 경쟁을 우화한 소설로, 그 뿌리는 삼국사기에 전하는 ‘귀토설화(龜兎說話)’에서 찾을 수 있다.

토끼는 벽사(辟邪)와 다산(多産)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선 토끼는 뒷다리가 튼튼해 잘 뛰므로 삿된 기운으로부터 잘 달아날 수 있고, 귀가 크므로 장수할 상(象)으로 비유된다. 또한 윗입술이 갈라져 여음(女陰)을 나타내 다산의 상징이 되고 있고, 털빛이 곱고 부드러우니 선녀의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실제로 토끼는 한 번에 많게는 20마리에 가까운 새끼를 낳기도 한다.

특히 토끼는 달과 연관된 대표적 동물로 묘사돼 왔다. 조선시대 민화에서도 다정하고 화목한 관계를 상징하는 두 마리 토끼가 쌍으로 등장하는 것이 보통인데 배경에는 거의 대부분 계수나무와 달이 함께 등장한다.

민간설화에서 옥토끼는 달에 살면서 떡을 찧거나 불사약(不死藥)을 만드는 동물로도 전해진다. 흰 이슬 비꼈는데, 밝은 달 돋아온다 / 봉황루(鳳凰樓) 묘연하니, 청광(淸光)을 뉘를 줄꼬 / 옥토(玉免)의 찧는 약을 호객(豪客)을 먹이고자…(생략) 고산 윤선도의 시조에서도 장생불사(長生不死)의 토끼 이미지가 잘 나타나고 있다.

▲ 고려청자 칠보 투각 향로. 향로를 세마리의 토끼가 받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사진=문화재청 홈페이지

우리나라 고려청자에서도 토끼를 엿볼 수 있다. 고려청자 투각 칠보향로는 둥근달을 칠보문으로 투각하고 연꽃으로 받친 향로인데 이 향로의 받침다리가 세 마리의 토끼다. ‘토끼 같은 자식’이라는 말처럼 부부애와 자손번영을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선암사 법당 판문의 조각에도 방아 찧는 토기 한 쌍이 등장하고, 경복궁 근정전 앞의 석수(石獸)에도 의젓한 토끼가 조각돼 있다. 그리고 각종 왕릉이나 경주 석굴암 등의 12지 신상에서 토끼 신상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찰과 궁궐 조각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토끼는 오래전부터 벽사와 풍요의 신성한 동물로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었다. 신묘년 제주도가 토끼의 지혜를 발휘해 도민화합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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