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새해소망] ①동문재래시장 변유생씨
30여년 경력의 '나물 베테랑' "바닥에 괸물 때문에 젊은층 꺼려"

신묘년이 밝았다. 늘 새해가 되면 새로운 기대와 다짐이 나오기 마련. 크든 작든 누구나 한번쯤은 소망도 품어본다. 이미 저문 경인년엔 참 많은 일이 벌어졌다. 때로는 우리를 우울하게, 때론 웃게 만들었다. 힘들었던 한해였다 해도 희망까지 버릴 수는 없는 법. 꿋꿋하게 일터를 지키면서 소박한 꿈을 일궈가는 서민들, 이름하여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의 새해 소망을 차례로 들어봤다. <편집자>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경인년 세밑인 12월29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야채상가 골목. 좌판 위에 콩나물과 숙주나물, 두부를 진열한 변유생씨(56)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연말이라 그런지 손님이 줄을 이었다.

30여년 경력의 베테랑 답게 그의 손은 기계처럼 움직였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면서도 비닐봉투에 담긴 나물의 양은 일정했다. 저울에 단 후 한 움큼이 더해졌다. 서비스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함께 시장 손님이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요즘은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관광객의 발길도 잦아졌다고 귀띔했다.

경기가 조금 풀렸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시장 활성화였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저희 상인들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재래시장은 관광객보다는 먼저 도민이 많이 찾아주셔야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시장 전반에 활기가 넘쳤으면 합니다" 

변 씨가 동문시장에서 장사를 한 것은 27년쯤 된다. 그 전엔 오일장, 도깨비시장을 전전했다. 동문시장에 와서도 고정 점포가 없었기에 이 골목 저골목을 옮겨다녀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품목은 마찬가지다. 이것도 외길이라면 외길이다.

반듯한 점포는 아니어도 시부모 부양과 두 아들 양육을 가능케한 효자인 셈이다. 그는 21년째 시부모를 모시고 있다. 장사를 하면서 업어서 키운 두 아들은 모두 대학을 나와 어엿한 사업가와 회사원으로 성장했다.

가지런히 자른 두부를 비닐에 담아 손님에게 건네던 그가 문득 두 아들과 남편이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 한가지를 보탰다. 남편(64)은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앓고있다고 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수십년을 장사에 전념해온 그에게 지역 현안이 뭔지, 생각을 묻는 것은 사치인 듯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질문을 던지자 "잘 모른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구제역 얘기를 꺼냈다. 관광손님이 줄어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당국에 바라는 점은 없을까. 역시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발상은 신선했다.

"장옥시설을 현대화해서 좋긴 좋은데 배수 문제까지 신경써 줬으면 합니다. 시장 바닥에 항상 물이 흘러 젊은층은 오길 꺼려합니다. 손님들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구요"
 
고인 물을 가리키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변 씨는 영락없는 우리네 이웃이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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