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문학 속의 제주 방언' 출간

   
제주 문학 속에 쓰인 제주어는 제주 정서를 드러내는 동시에 ‘읽는 맛’도 놓치지 않는다.

‘엉덩이는 허공에 대고 괄락괄락’(문충성, ‘자청비’) 흔들어 대야 맛이고, 웃는 얼굴 중엔 ‘허우덩싹’(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이 최고다.

감칠맛 나는 제주 문학 속 제주어들이 책 하나로 엮였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강영봉, 김동윤과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연구원인 김순자씨가 함께 쓴 ‘문학 속의 제주 방언’이 출간됐다.

국립국어원이 문학 속의 방언 총서 네 번째 편으로 경상 방언, 전라방언, 충천방언에 이어 펴낸 것이다.

430여개의 단어가 수록됐다. 제주어에 해당하는 표준어와 품사, 다른 방언형을 달았다.

여기에 현기영, 현길언, 오성찬, 문충성 등 제주 소설가들의 소설 예문이 뒤따른다.

오성찬은 ‘땅 뺏기 놀이(1984)’에서 ‘‘똥수레기’도 떨어뜨릴 것 같던 권세가 하루아침에 폭삭 무너지다니...’라고 적고 있다. 여기서 ‘똥수레기’란 솔개를 말한다.

제주어는 제주음식과 일대일 대응하기도 한다. 현길언의 글이 두드러진다. ‘자리젓이 맨조팝 맛을 더해주었다’(현길언, ‘한라산’)에서 맨조팝은 좁쌀만으로 지은 밥을 말한다. 팍팍한 옛 제주 살림을 엿보게 한다.

‘신화의 섬’ 제주에서 난 소설들에선 무속과 관련된 단어도 드물지 않다. 현기영은 ‘쑤어나라. 쑤어나라. 물 넘어가라, 산 넘어가라, 요놈의 잡귀야, 헛쉬!'(‘변방에 우짖는 새’)라고 쓰고 있고 문충성은 ‘써나라 잡귀들아 삼천리 방방에’라고 적었다. ‘쑤어나라’는 잡귀를 내쫓으며 하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것들이기에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는 작가들이 사용한 방언들은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이태영 한민족언어정보화 분과 연구책임자는 “흔히 국어사전을 편찬할 때 문학 작품을 가지고 예문을 뽑는데 이는 작가들의 국어에 대한 감각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어 편을 공동 저술한 강영봉 교수는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 사상을 표현할 때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라며 “제주 출신 작가들이 문학 작품 속에 제주어를 적절하게 섞어내는 것은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이 책은 국립국어원의 ‘21세기 세종 계획’ 일환으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루어진 ‘문학 작품에 나타난 방언 검색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조사했던 자료 가운데 430개 어휘를 뽑아서 정리한 것으로, 방언 어휘 연구에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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