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협력 네트워크' 더불어 큰 물 만들다

▲ 하례초등학교병설유치원 어린이들이 연극 '해님달님'을 공연하는 장면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하례초등학교는 남원읍에서 가장 학생 수가 적은 학교다. 유치원을 포함해 70명 남짓한 인원이다. 행사를 재미있게 치리기 위해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하는데, 일손이 바쁜 농촌의 현실에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우진이가 며칠 전부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유치원 발표회가 다가오는데 연극에서 맡은 배역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 때문이란다.

10명 남짓한 원생을 데리고 발표회를 준비하는 선생님도 참으로 힘이 빠지겠고, 애써 연극을 연습해봤자 몇 명 되지 않은 관객을 놓고 공연을 하게 될 아이들의 낙심도 이만저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발표회가 열리는 1월 19일이 되었다. 이침부터 동생의 분장을 돕겠다며 진주가 화장품을 챙겼다. 카메라를 챙기고 온 가족이 행사가 열릴 서귀포시 학생문화원으로 갔다.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난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초라한 행사를 예견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장데 들어서자 그곳 분위기는 내 짐작이 여실히 보여줬다. 애초 기대보다 큰 무대에, 기대보다 많은 원생들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객석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고,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웃음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그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어린이는 고등어 장수로 등장한 내 아들이었다고 말하면 독자들은 믿으실지.....,)

▲ 2011년 1월 19일 서귀포시 학생문화원 대강당에서 '남원읍 유아교육 협력 네트워크' 소속 7개 유치원이 모여 합동발표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날 마지막 공연인 '카르멘'의 오르프킨더 공연 장면이다.

발표회에서는 '장난감들의 노래(의귀)', '잘못된 영어(흥산)', '행복한 마을(태흥)', '마트로 가자(하례)', 김치를 만들어요(신례)', '엄지공주(남원 사랑반)', '피터와 늑대(위미)' 등 각 유치원에서 준비한 동극이 공연되었다.

그리고 '다함께 차차차(신례, 위미)', '무조건(태흥, 흥산)'등의 트롯율동 공연되었고, '동창이 밝았느냐(남원 기쁨)'라는 제목으로 시조가 낭송되기도 했다.

또, '비행기, 도레미 송(의귀, 남원)'이 오카리나로 연주되었고, '함께 노래해요(의귀, 태흥, 흥산, 남원 행복)'와 '카르멘(신례, 위미, 하례)' 등이 오르프킨더로 연주되었다.

이날 발표회를 이렇듯 성대하게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개별 유치원이 단독으로 준비하지 않고, 남원읍에 소재한 7개 유치원이 합동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신례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위미초등학교병설유치원, 의귀초등학교병설유치원, 태흥초등학교병설유치원, 하례초등학교병설유치원, 흥산초등학교병설유치원, 남원유치원 등 남원읍에 있는 7개 유치원은 지난해 9월부터 '유아교육협력네트워크'를 구성했다고 한다.

이날 발표회는 프로그램의 공동 개발ㆍ활용, 종일제 공동 운영, 공동 홍보 등을 위해 협력해왔던 유치원들이 그간 이루어졌던 교육 협력의 결실물은 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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