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쪽 지방에는 산악지역이 많이 있었다. 하루는 오르막을 뛰면서 조금 무리를 하고 나니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아프기 시작한 무릎은 쉽게 나아지지가 않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런너들이 무릎, 발목 등에 부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참고 달려야만 했다.

 하루를 뛰고 나면 무릎은 더 많이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만 딱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다면...’ 그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참가자들에게는 힘든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800km, 900km, 1,000km.... 생각해보면 꽤 먼 거리를 달린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68, 64, 75, 68, 70km,.... 하루의 목표는 정해져 있었다. 매일 정해져 있는 거리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어느새 피니쉬 라인에 도착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던 날, 바람이 불던 날, 온 종일 비가 내리던 날,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던 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사람들은 이 멀고 긴 거리를 달리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찾기 위해? 무엇을 얻기 위해 달리고 있을까?

‘피니쉬 라인에 도착하면 바다로 가서 수영을 해야지.’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셔야지.’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누워 아픈 내 다리를 쉬게 해줘야지’

 우린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 이제 프랑스에서의 달리기도 끝이 나고 있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 17일째 레이스가 이어졌다. 가끔씩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고 바람도 불어 레이스하기에는 적당한 날씨였다. 여름이이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의 무더위는 아니었다. 오늘은 70km를 달리는 날이다. 60km나 70km나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10km를 더 달리는 건 부담이 된다. 그동안 너무 지쳐 있었다.

 다시 무릎이 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몸이 아프면 레이스가 많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걱정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된다. 거기에다 60km 지점에서 코스를 표시해 놓은 마크를 보지 못해 코스를 이탈해 버렸다. 20분 넘게 길을 헤매고 나서 다시 길을 찾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마음도 몸도 너무 지쳐 버렸다.

단 1분이라도 빨리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길을 잃어버리면 모든 게 힘들어 진다. 그래도 이정도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밖에. 이제 내일이면 18일 동안의 레이스가 끝이 나는데...

 72km. 어느새 대회 마지막 날. 1,088km를 달려왔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웃음이 가득했다. 새벽 5시 어두운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은 그동안 함께 달렸던 친구들이랑 피니쉬 라인 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30km 이후는 체크포인트에 사람도 없고 음식도 없이 물과 콜라만 있었다. 평소에는 콜라를 많이 마시지 않지만 레이스를 하는 동안 1.5리터 콜라를 2병 가까이 마신 것 같다. 30km를 지나고 나머지 42km를 물과 콜라만 마시며 달렸다. 내 생애 콜라를 가장 많이 마신던 날이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힘들 때마다 함께 달리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이 있어 고마웠다. 그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다.

 바람, 갈매기, 바다 냄새.. 프랑스 북쪽 끝 바닷가에서 출발해 이제 다시 남쪽 바다로 향하고 있다. 피니쉬 라인은 모래가 있는 해수욕장 한가운데에 있었고 우린 피니쉬 라인 깃발을 지나 모두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난 바다에 누워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마치 구름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무 행복한 순간. 나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 안병식

* 대회 협찬 : JDC, 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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