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산간] ② 부서의견 한순간에 휴짓조각
의회 환경도시위, 환경부지사 개발면죄부 몸통 지목

롯데관광단지 사업 위치도. <제주의 소리 DB>
지난해 11월16일 제주도의회. 김태석 환경도시위원장은 도시건설방재국(지금은 도시디자인본부) 소관 업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롯데관광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한 '석연치 않은' 행정 절차를 문제삼았다.

환경보전 업무를 총괄하는 환경부지사가 "보전 필요성이 높다"는 관련 부서의 의견을 묵살했다며 그를 중산간 개발에 면죄부를 준 몸통으로 지목한 것이다. 당시 환경부지사는 유덕상씨였다. 유 씨는 나중에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민선5기 도정 출범 이후 물러났다.

김 위원장은 2007년 12월24일의 일을 거론했다. 도시관리계획 입안 제안서에 대한 주요 부서의 검토 의견이 제출된 직후였다. 앞서 거론했듯이 각 부서의 검토 의견은 롯데관광단지 개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주류를 이뤘다.

'부서별 검토 의견에 따른 도시계획부서와의 토론회' 형태로 진행된 회의는 유 부지사가 주재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료가 없다는데 상식적으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모종의 흑막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에 담당 국장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1차 심의(부결) 이후 2차 심의까지 2개월 조금 넘는 기간은 사업계획을 보완하고, 주민공람을 밟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 "안된다"→ "왜 안돼?" ...'경관훼손 다른차원의 접근 필요' 의미는?

사흘 뒤엔 부서별 검토 의견에 따른 회의가 또 열렸다. 이번엔 담당 국장이 주재했다. 이 때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이뤄졌다.

사업구역이 생물권보전지역 관리계획, 환경부 고시인 전국 생태자연도(3등급), 제주특별법에 의한 관리보전지역 GIS 등급 분포현황(지하수 4등급 95%, 생태계 4등급 95%, 경관 3등급 90%) 등에 비춰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취지의 결론이 내려졌다. 종전의 부서 의견이 무색해졌다.

사업 부지가 해발 400~550m인 점에 대해서도 자연경관 훼손과 관련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차원의 접근'이 뭘 의미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전 필요성이 높은 생태 전이지역으로서 생물권보전지역의 완충지역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도시계획과의 의견과 완전히 상충된 결론이었다.

개발 여지를 활짝 열어주는, 보다 적극적인 해석도 나왔다. '이미 인근 지역에 핀크스CC, 스카이힐CC, 롯데1차, 중문색달온천관광지, 레이크힐스CC, 우보악 관광지구 등이 있어 그 일대에 대해 향후 광역도시계획 차원에서 종합관광단지화 추진이 필요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관리로 세계적으로 메리트 있는 컨셉트의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문색달온천관광단지는 개발사업 승인(2009년 2월5일)이 난지 2년 넘게 착공이 안되자 제주도가 지난 2월 사업시행승인을 취소했다. 희대의 사기극에 연루된 곳이기도 하다. 우보악 관광지구 역시 진척 소식이 없기는 마찬가지.

특히 롯데가 국내 재벌그룹으로서 확실한 투자유치의 메리트가 있다고 사업자를 적극 두둔했다.

'바뀐 흐름'은 이듬해 1월23일 열린 내부 회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광역도시계획에서 제시된 제2관광단지와 태양골프장 등을 제2산록도로 북쪽에 허용하면서 롯데관광단지를 경관 등의 이유로 제외하면 형평에 어긋나고, 국.공유지를 특정 기업에 제공하는데 따른 특혜 시비는 제주특별법에 의한 토지비축제도를 이해함으로써 불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쯤되면 제주도가 사업자인지, 허가 관청인지 헷갈릴 정도.

◇ "국.공유지 매각 특혜 시비, 토지비축제도로 불식 가능" 사업자 두둔

더구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주민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특별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에도 롯데관광단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입안 제안에 따른 재검토 요청, 개발사업시행승인 신청서 보완 요청, 주민설명회 등을 거치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우려들이 다시 등장했다.

예래동 5개 통장들은 롯데제주리조트㈜가 대체도로를 놓겠다고 한 지역이 오름(모라리악) 지대여서 환경파괴는 물론 급경사지로서 겨울에는 노면 빙판 등으로 주민들의 차량 통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체도로 개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색달마을 주민들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냈다. 2009년 3월18일 열린 주민과의 간담회에선 제주도에 대해 '롯데쪽의 입장을 대변하지 말라'는 뼈있는 소리도 나왔다. 

최초의 주민 제안(2007년 1월)이 접수된 후 3년넘게 난항을 빚던 롯데관광단지 개발사업은 2010년 4월8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조건부 의결이었다.

롯데는 한달후 쯤 제출한 '조건부 의결사항에 대한 검토내용'에서 교차로와 진.출입로의 형태를 바꾸거나, 조경계획을 수립하는 정도의 경미한 이행계획을 내놓았다.

이어 8월10일에는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역시 조건부 보완동의였다.

당시 심의위가 내건 조건은 △앞으로 공공용수 공급이 가능할 경우 지하수 개발, 허가를 제한하고 △강수량이 많은 해발 450m 이상 지역임을 감안, 관개용수는 전량 빗물로 공급하며 △저류지에서 우수가 방류돼 예래천, 색달천으로 유입될 경우의 영향을 조사하라는 것 등이다.    
  
논란의 핵심인 국.공유지 92% 매입 계획에 대해선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사업을 추진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모호한 문구로 사실상 개발 사업의 면죄부를 준 셈이다.

하지만 공유지 매입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가 공유재산을 매각하려면 도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도의회 동의 절차가 남아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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