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산간] ⑤ 방송토론에서 개발 폐해 집중 제기
패널들 "롯데 허용되면 마지막 저지선 무너질 것" 위험신호

▲ 왼쪽부터 강승화 본부장, 김태석 위원장, 김태일 교수, 이영웅 사무국장(가나다순). <제주의 소리 DB>
롯데관광단지를 비롯한 제주 중산간 개발의 문제점이 방송토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KBS제주방송총국이 '개발의 마지노선, 제2산록도로 무너지나'라는 주제로 15일 밤 11시40분부터 생방송으로 진행한 특별기획 '집중진단 제주' 에서 참석자들은 롯데관광단지 개발이 허용되면 일대 개발의 마지막 저지선이 무너질 것이라며 일제히 위험신호를 보냈다.

제주도 역시 '선 보전 후 개발'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할 것이라고 밝혀,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토론회엔 제주도의회 김태석 환경도시위원장, 제주대학교 김태일 건축학부 교수,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 제주도 강승화 국제자유도시본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영웅 "제2산록도로 개발 줄줄이 대기...롯데, 신호탄 될 것"

KBS는 롯데관광단지 사업자인 롯데제주리조트㈜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영웅 사무국장은 롯데관광단지가 제2산록도로 주변 개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해발 400m이상 고지대에 롯데관광단지 뿐 아니라 서귀포관광휴양리조트, 제주워터클러스터단지, (서귀포)제2관광단지, 헬스케어타운 등 대규모 개발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며 환경적, 생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 롯데관광단지 개발의 문제점을 끈질지게 파헤쳤던 김태석 위원장은 개발의 원칙과 행정행위의 투명성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그는 "(제2산록도로 일대는)2007년 광역도시계획 수립 때 개발의 마지노선으로 제시된 곳"이라고 운을 뗀 뒤 "개발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해답을 줘야한다"며 "법리적으로는 개발이 가능할 지 몰라도 개발 뒤의 모든 책임을 도민이 떠안아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 제주도가 너무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정책행위는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관계 부서가 반대 의견을 내면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도청 내부 검토과정에서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음을 거론한 뒤 "2007년 12월 환경부지사가 부서 회의를 주재한 다음부터 갑자기 속도가 붙었고, 어떤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의구심을 보냈다.

김태일 교수는 중산간이 지닌 가치를 부각했다.

◇ 김태석 "재벌에 엄청난 개발이익 안겨줄 것"

그는 "산록도로는 대체로 중산간 지역으로서 경관적으로, 생태학적으로, 그리고 하천이 지나간다는 물리적인 면에서 가치가 많다"며 "그러므로 공공성을 띤 지역으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가치는 거꾸로 개발사업자에겐 상품의 가치로 다가온다"면서 미리 준비한 골프장 분포도를 가리키며 "대부분 골프장이 중산간에 들어서 경관훼손, 생태계 파괴, 하천 범람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 이게 바로 난개발"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난개발의 폐해는 태풍 '나리' 때 이미 경험했다. 단순히 법과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며 "(중산간 개발은)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벌기업에 엄청난 개발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석 위원장은 "제2산록도로 밑 (롯데)1차사업 지구에 지은 빌라 73실 가운데 20%정도가 3.3㎡(1평)당 2100만원에 분양됐다. 사업비는 1115억원이 투입됐다. 2차사업(롯데관광단지)에는 480실의 지구촌빌리지가 계획됐다. 이 계산대로라면 분양가가 5060억원에 이른다. 2차사업에는 3000억원이 투입된다. 3000억원 들여 빌라로만 2000억원이 남게 된다. 더구나 국.공유지가 92%다. 기획부동산에 일조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승화 본부장은 "행정은 법적인 검토를 중시할 수 밖에 없다"며 "법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으면 사업을 진행하는게 일반적"이라고 현실론을 들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선 '상황 논리'를 전개했다.

◇ 강승화 "당시 고용창출에 목마른 상황...선보전 후개발 지킬 것"

그는 "2007년 당시 도정은 민자유치, 이를 통한 고용창출에 목이 탄 상황이었다"고 회고한 뒤 "투자유치 활성화에 더 큰 관점을 두고 (추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뒤집어보면 지금은 민자유치 보다 더 중시하는 뭔가가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패널들은 국.공유지 매각의 부당성도 파고들었다.

이영웅 사무국장은 "2007년에도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계속 제기했지만 행정당국은 환경적인 검토가 미흡했고, 사회적 비용 문제를 감안하지 않았다"며 당국의 무신경을 나무랐다.

그는 "사업자들은 싼값에 매입 가능한 국.공유지를 선호하지만, 국.공유지는 공공목적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며 "국.공유지가 사기업의 이윤 추구에 쓰이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부수적 효과만 돌아가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석 위원장은 "롯데관광단지의 92%인 국.공유지는 가격이 3.3㎡당 8만~9만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유지는 20만~3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고있다. 맹지까지. 이것만 봐도 명백한 특혜"라고 단언했다.

그는 "롯데는 1차사업 지구도 94%가 도유지였다"며 "롯데는 국.공유지 92%, 94%만 찾아다니는 놀라운 기획력을 가졌다"고 비꼬았다.

이에대해 강승화 본부장은 "제주에는 다른 지방에 없는 토지비축제도가 있다. 기업프렌들리 제도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는데 특혜시비로만 보기엔 좀 그렇다"면서도 "공공토지를 내주는 것도 적법하게 하겠다"고 원칙론을 폈다.

강 본부장은 그러나 "선 보전, 후 개발 원칙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태일 "난개발 이미 경험...행정이 불신 조장"

롯데관광단지와 관련해 남은 절차는 공유지 매각,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의회 동의와 지하수 심의 등이다. 도정과 함께 사실상 키를 나눠 쥔 의회의 역할을 주문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영웅 사무국장은 "롯데가 의회 동의를 받게되면 주변 중산간의 전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롯데는 상징성이 큰 곳"이라며 "논란이 컸던 비양도 케이블카에 대해 동의를 보류했듯이 이번에도 의회가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태일 교수는 "예래휴양형주거단지(건축고도 완화), 노형 초고층 쌍둥이빌딩 등을 보면 제대로된 토론이나 논의 없이 행정이 하려고 하면 다 됐다"며 "선 보전 후 개발의 의지를 의회에서 먼저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법의 논리로만 따지자면 의회도, 아무것도 필요없다"며 "과거 행위만 보면 모순적인게 한 둘이 아니"라고 그 사례를 들었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차지했다고 자랑하면서 그 지역에 바짝 붙여서 개발을 이어가고, 골자왈을 보전한다며 공유화재단까지 만들면서 한쪽에선 계속 골프장을 짓게하고 있다며 행정이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석 위원장은 잇단 의회 역할 주문에 "자연자원은 현 세대가 처분할 권리가 있나"라는 말로 공유지 매각에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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