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산간] ⑥ 제2산록도로 일대 개발 줄줄이 대기
관광휴양리조트 도시계획심의 절묘...진짜 시험은 지금부터

2월24일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이 회의에는 우근민 도정이 천명한 '선 보전 후 개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엿볼 수 있는 안건이 하나 올라왔다. 

롯데관광단지 처럼 제2산록도로변에 계획된 서귀포관광휴양리조트의 도시관리계획 변경(유원지 지정) 여부를 심의하는 자리였다.

사업구역은 제주도민 사이에 개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중산간지대, 그것도 상층부(해발 370~500m)에 속해 개발 허용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시설 배치는 제2산록도로를 가운데 두고 남, 북으로 계획됐다.  

전날 위원들의 현장 방문에선 갖가지 우려가 제기됐다.

반나절 가까이 진행된 이날 심의 결과는 절묘했다. 사업 자체는 허용하되, 여러가지 조건을 부여하는 '조건부 의결'이었다.   

위원회가 조건으로 단 내용은 산록도로 북쪽(한라산 방향)의 클럽하우스와 일반호텔(25실)을 도로 남쪽으로 배치하라는게 핵심이다. 골프장은 짓되 클럽하우스와 분리하도록 한 셈이다.

◇ 까다로운 조건 부여...사업 자체는 허용

이럴 경우 골프장과 클럽하우스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게 된다. 조망권 저해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결과적으로 보기드문 광경을 연출하게 됐다.   

위원회는 그러나 도로 북쪽에 계획된 골프장(18홀) 건설 자체는 문제삼지 않았다. 다만 골프장 용지의 경우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을 곁들였다.

위원회는 특히 녹지자연도 7, 8등급은 원형 보전을 주문했다. 녹지자연도는 환경부가 전국 토지를 대상으로 작성한, 일종의 보전 등급을 말한다.

위원회는 이밖에 주 진입부 또는 대체도로 연결 지점의 교차로는 회전교차로를 검토하고, 교차로 설치 때 사업지로 진입하는 차량은 분리 처리토록 했다. 교차로 내 횡단보도는 교차로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지하수 대신 상수도를 이용하고, 골프장에 농약을 뿌릴 때 지역주민과 합의하는 것은 애초 사업자가 주민들과 약속한 사항이다. 지하수(1개공) 개발 계획에 주민들이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산간은 지하수의 주요 함양지대여서 고갈, 오염 우려가 상존하는 곳이다.

회의 직후 일부에선 '중산간 보전을 위해 고민한 흔적은 있지만 사실상 개발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대해 회의에 참석했던 제주도의회 김태석 환경도시위원장은 다른 얘기를 했다. 부여한 조건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 "중산간 보전 고심 흔적" vs "사실상 면죄부"

가령 녹지자연도 7, 8등급의 원형 보전을 주문한 것은 사업 자체를 어렵게 하는, 매우 엄격한 조건이라고 했다. 18개홀 가운데 7, 8등급에 해당하는 경우는 2개홀. 전체적인 구상이 뒤틀릴 뿐만 아니라 2개홀 조성을 위한 추가 부지 매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사업자는 개발 구역의 토지를 이미 상당부분 사들였다고 했다. 국.공유지가 92%인 롯데관광단지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였다.  

제주도에 따르면 사업자는 전체 부지의 89%를 매입했다. 국(12만2000㎡), 공유지(9500㎡)는 9% 정도에 달한다. 아직 매입하지 못한 사유지는 3만5000㎡. 

사업시행자가 ㈜남양개발(대표이사 양팔진)인 서귀포관광휴양리조트는 서귀포시 서홍동 산 3 일대 142만3364㎡에 2015년까지 2110억원을 들여 가족호텔(48실), 휴양콘도(50실), 워터테라피센터, 미술관 등 관광휴양시설과 골프장, 일반호텔(25실) 등 체육시설을 갖추는 것으로 계획됐다. ㈜남양개발은 ㈜부영이 만든 현지 법인. 

서귀포관광휴양리조트는 1990년대 말부터 사업이 추진됐다고 한다. 다른 업체가 사업을 추진하다 중간에 ㈜부영이 인수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업자 쪽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워낙 이행하기 힘든 조건을 달았다'며 아우성을 칠 정도"라며 중산간 보전을 위해 고심했음을 내비쳤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무리 조건이 까다롭더라도 도시계획위 결정이 무시돼선 안된다"며 "이행여부를 철저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원지 지정 결정이 난 서귀포관광휴양리조트는 앞으로 사업자가 서귀포시에 유원지 지정 신청을 하게 된다. 그 다음엔 환경영향평가서 심의, 경관 심의, 교통개선대책 심의, 도의회 동의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줄줄이 놓인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또 어떤 브레이크가 걸릴지 주목된다.

◇ 환경단체 "중산간 생태축 흔들"...개발철학 시험대

제2산록도로변의 개발 예정지는 또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서귀포시 동홍.토평동 일대 142만6195㎡에 계획한 서귀포 제2관광단지가 대표적이다. 총 사업비 8037억원(공공 1228억원, 민자 6809억원)을 들여 부티크 호텔, 안티에이징 연구센터, 골프장을 지으려 하고 있다. 현재 개발사업 시행승인 및 기본설계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 역시 제2산록도로 남, 북쪽을 아우르고 있다. 인근에는 헬스케어타운이 자리잡고 있다.

하원동 산4 일대 38만7000㎡에 조성될 제주워터클러스터 단지도 제2산록도로 북쪽에 놓여있다. 19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잇따라 잡힌 이들 사업이 추진되면 중산간 생태축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전을 우선시한다는 우근민 도정의 개발 철학이 구호에 그칠지, 중산간의 파괴를 막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지 본격적인 시험일이 다가오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