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흔들리는 공수화] ④ 한국공항㈜의 입장은?
"지하수 고갈.오염, 공적관리시스템 붕괴 우려는 과장"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한국공항㈜ 전경.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 요청을 제주도가 받아들인 후 지하수 공수(公水)개념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인 한국공항이 말문을 열었다.

한마디로 20여년동안 먹는샘물 시판을 삼가면서 제주도민과의 약속을 지켰는데, 취수량 증량 시도 만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게 서운하다는 입장이다. 

물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고, 오히려 자신들은 그동안 대한항공 기내 제공 등을 통해 제주 물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드높이는데 일조했다고 했다. 

또 지하수 공수관리체제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은 보기보다 견고하며, 자신들도 제주도의 이같은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지하수 고갈 또는 오염 우려, 공수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는 매우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 '한진제주퓨어워터' 생산라인.
<제주의 소리>는 제주도가 지난16일 지하수관리위원회를 열어 월간 지하수 취수량을 3000톤에서 9000톤으로 늘려달라는 한국공항의 요청을 수용하자 21일부터 23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제주도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석연치 않다는 취지의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이에대해 한국공항은 지하수 업무를 총괄하는 김치훈 상무를 통해 24일 <제주의 소리>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공항의 입장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다소 장황하지만,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가감없이 실었다. 한국공항측의 요청에 따라 당사자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다.

◇ "과거엔 과학적인 연구.조사 미흡...지금은 상황 달라져"

-예전에 시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기업윤리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2006년 소송과정에서 재판부도 인정한 내용이 있다. 1996년 한국공항의 대표이사가 국내 판매를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으나 이는 당시 제주도민의 정서, 허가권자인 제주도와 의회의 관계, 사업상의 불이익 등을 고려해 국내 시판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당시 제주에서는 한국공항만 먹는샘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으며 지하수 함양량, 개발량 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조사가 미미했다. 이로인해 지역 여론이 부정적이었으며, 한국공항 역시 행정소송에선 승소했지만 제주도민의 여론을 수용하고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시판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먹는샘물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제주도개발공사는 삼다수로 업계 1위의 매출을 올리는 반면 한국공항은 확대된 시장규모에 상응하는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지 못한채 생산시설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고법 재판부도 이같은 상황변화와 한국공항이 받고있는 불이익을 고려해 과거 약속을 철회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는 얘긴가.

"재판부가 인정하는 것처럼 제주도민 중에도 먹는샘물 사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약속보다 앞으로 한국공항이 제주도 물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도 있다. 한국공항은 20여년동안 제주도민과의 약속을 지켜왔다. 이제 제주도가 물산업을 미래 비전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한국공항 역시 제주도 물산업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활동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판단했다.

제주도의 물산업을 개발공사만 추진하는 것보다 한국공항이 동참해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시장 점유율 1위인 제주 삼다수는 독과점법에 따라 더이상 동종 제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국내 먹는샘물 시장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수입 샘물들이 급속하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다수 역시 수입 샘물과 경쟁하는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 공장 내부 생산라인.
◇ "증량한다고 공수체제 무너지지 않아"

-삼다수 문제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지 않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삼다수(개발공사)와 한국공항이 제주 지하수의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공항은 그동안 프리미엄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해왔다. 지하수 증량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활동은 삼다수의 프리미엄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량이 공수관리체제 붕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저희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공수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는 국내 어느 지역보다 잘 되어있다. 1970년대 이후 제주에서 지하수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농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취수공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뤄져왔다.

현재 6000여개의 취수공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특별법을 만들고 지하수 관리를 체계화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지하수공은 폐공 처리하고, 신규 굴착은 엄격하게 제한하는 등 지하수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는샘물로 지하수를 상품화한다고 해서 지하수를 사유화하거나 공수관리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우려가 과장됐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현재 사기업 중에서 지하수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호텔, 골프장 등이다. 골프장에서 잔디 관리용으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과 먹는샘물로 지하수를 이용하는 것은 지하수 사용 형태가 다를 뿐이다. 증량 요청도 제주 전체 지하수 적정개발량의 0.002%밖에 되지 않는 극히 미미한 양이다. 저희가 요청한 월 9000톤은 제주시내 대형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지하수양과 비슷하다"

◇ "공수 개념은 경제주체들이 평등하게 지하수 이용하는 것"

-그럼 한국공항은 공수관리체제의 의미가 뭐라고 보나.

"제주도 공수 정책의 1차적인 목적은 지하수를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보전하는데 있다. 또 도내에서 모든 사업 주체들이 공정하게 지하수를 이용하는 공공성이 목적이다. 현재 도내에는 6000여개의 지하수 관정이 있다. 생활용수, 농업용수, 상업.공업용수로 다양한 사업체, 경제주체들이 지하수를 이용한다. 따라서 지하수는 이미 사유화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특별법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하면서 지하수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한국공항도 지하수 취수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공수관리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증량이 먹는샘물 시장 진입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고, 법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월 9000톤은 국내 먹는샘물 기업들과 비교하면 저조한 물량이다. 국내엔 80개가 넘는 업체들이 있다. 한국공항은 지하수 취수, 이용량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 제주특별법에 의하면 제주에서 먹는샘물 사업은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만 하도록 되어있다. 한국공항은 특별법이 제정되기 10여년전부터 먹는샘물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그 권리를 인정받고 있는 것 뿐이다. 한국공항의 먹는샘물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은 편이다. 시장점유율이 1% 정도이다. 증량을 해서 판매량이 늘어난다 해도 삼다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 한국공항㈜.
◇ "국내시장 영향 미미...제3의 업체 진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

-그런 논리라면 후발 기업의 진출 시도 역시 기우(杞憂)로 여기는 것 같은데.

"2006년 소송 당시 광주고법 제주부는 제주특별법이 기존 업체 외에는 제3의 업체 누구라도 제주에서 먹는샘물 제조 판매를 불허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판결문은 '---(특별)법 개정 과정 등을 비춰볼때 이(지방공기업 국한)는 법 시행 이후 새롭게 제주의 지하수를 이용해 먹는샘물을 제조 판매하고자 하는 자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이미 지하수 개발이용허가를 받았고 연장허가를 받아오던 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한국공항은 이미 법적 권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먹는샘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제3의 업체가 제주도에서 먹는샘물 사업을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공항의 증량을 허용한다고 해서 제주도가 갖고있는 허가권을 내주는 것은 아니다"

-영원한 것은 없지 않나.

"법 개정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제주 지하수는 제주특별법에서 중요한 항목으로서 그 비중이 크다고 하겠다. 다른 지방은 지하수관리법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제주 지하수는 특별법이라는 더욱 엄격한 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상위 개념이다. 법적 권한이 우위에 서 있다. 그래서 다른 지방에서 적용받는 지하수관리법 보다 더욱 확고하고 강력한 규제가 가능한 것이다. 다른 업체가 제주에서 지하수를 이용, 먹는샘물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허가권을 내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제주에는 지하수를 관리하는 확고하고도 분명한 체계가 갖춰져 있다"

◇ "결과적으로 제주 지하수 우수성 홍보에 도움될 것"

-지하수가 사기업의 장사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제주에서 지하수를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은 한국공항 말고도 여러 곳이 있다. 지하수를 이용한 상품은 대표적으로 먹는샘물, 혼합음료, 주류 등이 있다. 지하수에 어느정도 다른 원료를 섞느냐에 따라 상품이 달라질 뿐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100% 지하수로 삼다수를 만들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제주v워터'라는 혼합음료도 서귀포 공장에서 만들어 시판하고 있다. 한라산소주, 막걸리 등 주류도 지하수가 주요 원료이다.

단지 먹는샘물만 갖고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비 현실적이다. 호텔, 골프장을 비롯한 많은 사기업들도 지하수를 주요 자원으로 쓰고 있다. 엄연히 말해, 이들 업체도 지하수를 통해 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우리와 다를바 없다"

▲ 수송 대기중인 '한진제주퓨어워터'.
-제주도와 '윈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고있다. 어떤 내용인가.

"제주도가 추진하는 물산업, 이른바 스마트워터는 먹는샘물만 의미하는게 아니다. 스마트워터가 성공하려면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제주의 물 산업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군이 필요하다. 한국공항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공항에서 프리미엄 먹는샘물 시장에 도전해 홍보하고, 한진그룹의 전세계 네트워크를 이용, 홍보를 활성화하면 제주도에도 도움이 된다.

이미 한국공항은 1980년대 제주 지하수로 먹는샘물을 개발, 지금까지 30여년간 항공기 기내 음용수로 제공하면서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해외 유명브랜드와 비교해도 품질에서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월등히 낫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고정된 수요층이 형성됐다. 국내 다른 먹는샘물 보다 고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인지도와 고급 먹는샘물의 이미지를 적극 홍보해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면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을 홍보하는데도 도움을 주게된다"

◇ "한국공항, 제주 물산업에 기여...삼다수 탄생에도 보이지 않는 역할"

-논리가 비약되지 않았나.

"한국공항의 먹는샘물이 제주도 물산업 발전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삼다수가 국내 1위로 성장하는데도 한국공항이 어느정도 기여했다고 본다. 한진그룹이 제주에서 먹는샘물 사업을 시작한 것에 영향을 받아서 개발공사를 설립하고 먹는 샘물 사업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개발공사의 위치도 한국공항의 먹는샘물 공장과 직선으로 4k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삼다수 탄생 배경에는 한국공항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숨어있다는 얘기다"

-9000톤 산출 근거가 궁금하다.

"한국공항은 1984년 제주에서 먹는샘물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 지금의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공장을 이전 설립하면서 월 6675톤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당시엔 월 6000톤으로 허가받기도 했으나 자유롭게 시판을 하지 못하면서 월 3000톤으로 제한받아왔다. 20여년동안 생산설비의 30%만 가동하는 상황을 감수했다.

▲ '한진제주퓨어워터'.
하지만 최근 국내외 항공시장, 특히 해외노선이 급성장하면서 (먹는샘물)수요가 늘고있다. 연 20% 이상 성장이 예상되면서 추가 공급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또 그룹사, 관련 기업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국내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이 먹는샘물을 수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물량이 없어 추진하지 못했다. 이런 수요를 감안하고 현재 보유한 생산설비를 기준으로 산출했을 때 월 9000톤이 나온다. 6600톤은 먹는샘물 생산에, 나머지 2400톤은 공정수 등으로 쓸 계획이다"

-지하수 고갈 우려는 없다고 보나.

"2003년 제주도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수문지질 및 지하수자원 종합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의 연간 지하수 함양량은 15억8000만톤, 적정개발량은 함양량의 41%인 6억4600만톤으로 조사됐다. 또 2010년 지하수영향조사 대행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 한국공항 공장 유역의 지하수 함양량은 연간 1억2000만톤, 적정개발량은 3300만톤, 월간으로는 275만톤으로 나왔다. 이번에 신청한 월 9000톤은 제주도 전체  적정개발량의 0.002%, 한국공항 유역 적정개발량의 0.33%밖에 안되는 극히 미미한 양이다.

9000톤으로 증량 한다고 해서 제주도 지하수 고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지하수 함양량 및 채집량 조사에서도 증량을 하더라도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훨씬 많은 양을 쓰는)삼다수 역시 3년전에 증량을 추진할 때 함양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지하수.오염 걱정은 기우...해외수출, 삼다수에도 도움"

-오염문제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할 것 같은데.

" 먹는샘물 업체들은 지하수 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다른 어떤 업체들보다 지하수를 더욱 잘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2년단위로 재허가를 받고 있는데, 용역기관을 통해 지하수에 대한 연구 조사를 한 뒤 보고서를 제출한다. 앞으로도 한국공항은 공장 유역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오염 방지와 관리에 힘쓰겠다"

-증량이 삼다수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에 뭐라고 대답하겠나.

"한국공항이 판매하고 있는 '한진제주퓨어워터'는 삼다수 처럼 일반 시중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삼다수는 농심과 계약을 맺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있는 반면, 한국공항은 그런 유통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반 시중 판매는 하지 않고 있으며 커피전문점, 고급호텔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에서도 수출 1조원 달성을 위해 해외 수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한국공항은 제주도 정책에 호응해 해외 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

해외수출은 삼다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삼다수 역시 국내 시장의 한계 때문에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제주 지하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고, 세계적으로 이미지를 고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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