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해군기지 '절대보전소송' 원고 부적격 논란
법조계 일각 "대법원 판례도 원고 적격 확장하는 추세"

제주해군기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처분 효력정지 및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가 똑같이 원고 부적격을 이유로 각하, 기각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재판부가 원고 적격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일고 있다.

두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 절대보전지역이 유지됨으로써 해당지역 주민들이 보게 될 이익이 개별적, 직접적, 구체적이냐는데 초점을 맞추고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원고들이 주장하는 헌법상의 생존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만으로는 그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적격을 부정했다.

소송의 쟁점인 절대보전지역은  '제주특별법'에 의해 제주에만 있는 제도로, 산과 오름, 계곡, 해안 등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곳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위해 도입됐다.

문제가 된 절대보전지역은 해군기지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동 해안 10만5295㎡.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에 협조하기 위해 도의회 동의를 거쳐 2009년 12월23일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하자 소송이 제기됐다.

일대에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하고,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용암단괴인 '구럼비 바위'가 펼쳐져 있는 등 제주 전체적으로 봐도 환경적으로 보호 가치가 큰 지역이다. 

원고는 강정마을회와 주민 23명. 주민은 강정동에 땅을 갖고 있거나, 토지를 빌려 농사 등을 짓는 사람들이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 볼 수도 있지만 재판부는 절대보전지역이 지정됨으로써 보호되는 것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인근 주민의 주거 및 생활환경 등이 아니라 제주의 지하수, 생태계, 경관 그 자체라고 판단했다.

특히 주된 보호 대상도 절대보전지역 지정으로 인해 '환경상 혜택'을 받는 주민들이 아니라 권리의 제한을 받게되는 주민들이라고 엄격히 구분했다. 예를 들자면 절대보전지역에 묶여 재산권 행사가 어렵게 된 주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대해 도내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원고 적격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를 거스르는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A씨는 <제주의 소리>와 통화에서 "대법원 판사들도, 비유를 하자면 권투시합하겠다는데 링에 조차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추세"라며 "일단 링에는 오르게 한 뒤 우열을 가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 판례들도 원고 적격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추세를 전했다.

변호사 B씨는 "이번 판결대로라면 적어도 절대보전지역과 관련해선 어느 누구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사실상 소송 자체가 안된다는 의미"라고 판결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B씨는 이어 "대법원은 근거법령 외에 관련 법령에 의해서도 원고 적격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유사한 판례가 많이 있다고 소개했다. 가령, 환경영향평가가 문제 될 경우 그 대상 지역안에 있는 주민은 모두 원고 적격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판결 직후 즉각 상고방침을 밝히면서 "대법원 판례도 원고 적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원고 부적격 판결에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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