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심포니 월드' 2008년 민간업체 제안 판박이
한시도 중단 안돼...JDC "철저하게 공공기관이 주도"

▲ '제주 아이스 심포니월드' 주요시설 조감도. 사업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한 자료로, 실제 내용과 다를 수 있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3일 공식 발표한 '아이스 심포니 월드'(Ice Symphony World) 프로젝트가 2008년 민간 업체가 제안한 사업 내용과 거의 일치해 경빙(競氷) 도입을 골자로 한 이 사업이 최소 3년 가까이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JDC가 브리핑에서 밝힌 사업의 내용은 약 70만㎡ 부지에 총사업비 약 9000억원을 들여 계절적인 영향과 비, 바람 등 기후 영향이 적은 실내 아이스링크와 스키장, 봅슬레이 체험시설 등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JDC는 잠재수요를 연간 261만명으로 추정하고 영업개시 3년후 총 매출액을 2조8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약 2400억원은 지방세수(레저세 1720억원, 지방교육세 680억원)로 거둬들일 수 있고, 순이익은 1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또 생산유발효과 2549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190억원, 고용유발효과 3386명으로 각각 내다봤다.

이중 핵심은 1단계 사업에 해당하는 실내 아이스링크. 약 1042억원을 들여 3만7000㎡ 규모로 짓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도입시설은 주 경기장(경빙 본장)과 이벤트홀, 판매장, 식음료시설 등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추가 사업을 단계적으로 벌이겠다는게 JDC의 복안이다. 

관리방안은 직영이나, 경기.선수관리 등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개인 또는 단체)에 위탁경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제주 아이스 심포니월드' 경빙 이미지.
전체적인 사업추진도 토지매입, 경빙시설 건설 등 초기 막대한 투자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공공에서 51%의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나머지 49%는 경빙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담보로 주식공모를 시행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별도 법인 설립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 출자지분 49%의 상당부분을 도민주 형태로 우선 공급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같은 계획은 JDC와 제주관광공사가 2008년 10월 내놓은 사업 구상과 딱 들어맞는다.

당시 JDC는 두 달 전(8월)에 제작한 '제주도의 신성장동력-아이스파크 및 경빙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비(9000억원)와 부지면적(70만㎡), 최대 1만명 수용 가능한 실내 아이스링크, 도입 시설 등을 제시했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제주에 차별적인 인프라를 제공, 제주관광을 혁신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해 아이스파크를 조성하겠다는 설명이 붙었다. 

사업을 제안한 업체는 ㈜아이스더비인터내셔널(대표 현도성). 이 업체는 경빙 유치를 통해 연간 2조원에서 최대 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림으로써 연간 275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제주도 연간 순수입 700억원, 1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해 3월엔 미국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안톤 오노가 제주도를 방문, 제주에서 아이스레이싱 사업을 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별도 법인을 설립해 제주도가 51%의 과점주주가 되고, 나머지 49%는 모집한다는 추진방식도 지금과 똑같다.  

이 업체는 그러나 당시 홈페이지 조차 구축하지 않는 등 검증 부실 논란이 일면서 공공기관이 장밋빛 사업제안에 이끌려 사행산업 유치에 총대를 맸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이 구상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치상 부회장은 "아이스 심포니 월드는 안톤 오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미 사인한 사업"이라고 밝혀 사실상 3년전 구상이 오늘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물건너간 듯 했던 경빙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2010년 2월. JDC가 발주한 '제주 경빙사업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가 이 때 나왔다.

올 2월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로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 용역은 2009년 3월 제주도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용역은 그해 11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진행됐다.

이어 JDC는 용역 결과를 제주도에 보고했고, 5~8월 법률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됐다. 6월에는 제주도와 JDC, 대한빙상경기연맹 3자간에 업무협약이 체결됐으며, 이윽고 올 1월에는 경빙사업법안이 발의됐다. 잠시 경빙이 물밑으로 가라앉았을 뿐 한시도 중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도 그 전 혹은 이날 브리핑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용역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050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1405㎡의 경빙장을 지을 경우 28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1300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3500여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등 공공기관과 전문성을 지닌 민간사업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되 투자지분은 공공 51%, 민간 49%로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애초 민간 사업자가 제안한 내용이 법안에 녹아있고, JDC 추진계획과도 일맥상통해 처음부터 제안 업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대해 JDC 김창희 경영본부장은 "이미 밝혔듯이 아이스 심포니 월드는 제주도 등 공공기관이 철저하게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JDC는 기존 테마파크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외자유치 시도가 잇따라 무산된 신화역사공원을 부쩍 자주 거론해 아이스 심포니 월드의 후보지로  이곳을 점찍은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으나 김 본부장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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