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이 고향갈 때 챙겨간 '제주 빵'은?
하멜이 고향갈 때 챙겨간 '제주 빵'은?
  • 양용진 (-)
  • 승인 2011.05.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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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의 제주음식이야기] 명품 제주보리빵을 위하여…

  제주 민가의 오랜 풍습 가운데 제사나 차례상에 빵이나 카스테라 혹은 롤케익을 진설하는 것이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매우 신기 해 하는데 서양음식을 제사상에 올린다면서 나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풍습은 당연히 오래되지 않은 풍습으로 생각하며 먹을 것이 귀한 섬 지방에서 어쩔 수 없이 제사상에 올린 것으로 단정 짓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특히 제주사람들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에 서양의 빵과 과자가 소개된 것은 1896년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손탁’이라는 독일 여성의 손에 의해 고종황제에게 맛보여지면서 부터라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그래서 제주의 제사상에 빵을 올리는 풍습은 당연히 그 이후부터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제주에는 그 이전에 이미 빵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빵의 기원지는 다름 아닌 제주라 할 수 있겠는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들자면 하멜 표류기를 제시할 수 있다. 하멜표류기에 의하면 하멜이 우리나라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항해의 시발점도 제주였는데 떠나기 전에 비상식량으로 빵을 챙겼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하멜이라는 서양인의 눈으로 봤을 때 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음식이 분명 있었다는 증거인데 과연 무엇을 보고 이런 기록을 남겼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제주 보리빵. ⓒ양용진

  빵이라는 음식의 현대적인 의미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글루텐이라는 밀단백질을 형성하고 발효균을 혼합하여 반죽을 발효시킨 후 열을 가하여 익힌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밀가루’라는 재료와 ‘발효’라는 제조공정이다. 열을 가하여 익힌다는 뜻은 오븐에 굽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서양식 가열법이라 할 수 있겠고 동양에서는 찌는 방법으로 가열했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찐빵이라고 말하는 음식이 과거에는 떡의 한가지로 분류가 되었으나 현대적 의미의 빵이 분명하므로 현대에는 완전히 떡에서 분리가 된 것이라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찐빵도 사실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과연 어떤 음식이 그 당시 하멜로 하여금 빵이라 부르게 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멜이 빵이라 칭했던 음식은 바로 제주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상웨떡’을 이르는 것이다. 상웨떡이 바로 보리빵의 기원이며 그 역사는 최소한 600년 이상 되었으리라 추정되고 있다. 또한 상웨떡의 어원을 얘기할 때 제사 ‘상위에 올리는 떡’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좀 더 믿음이 가는 이야기로 과거 중국에서는 수나라 이전부터 ‘상화병’이라는 떡이 있었다고 기록이 전해지는데 이 제조법을 보면 누룩으로 반죽하여 익히는 방법이 바로 상웨떡과 흡사하며 쌀로 빚은 기증편(기주떡) 또한 이 제조방법의 범주에 든다고 하겠다. 결국 중국을 통해 들어온 상화병이라는 한문 그대로를 우리식으로 읽은 것이 ‘상화떡’이고 이 말이 변하여 상웨떡이라 변했다는 설이 더 유력한 설이라 하겠다. 더구나 고려 말 원나라의 직접 지배를 받았던 제주는 그 당시 중국문화가 직접 전파된 경로였기 때문에 충분히 추리가 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옛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상웨’는 ‘삭힌 가루나 반죽’이라고 칭하는데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일부 학자들이 상화병을 ‘相化餠’이라 표기하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행사용 떡이어서 사람들이 어울리는 자리에서 먹는 떡이라는 뜻으로 이 같은 추리를 하는 듯 한데 뜻글자인 한자의 표기에 ‘鬺糀(상화)’라는 누룩으로 익힌다는 뜻의 글자가 있으므로 이것이 좀 더 근접한 표현일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보리빵은 보리상웨떡이라 불리고 밀가루만으로 만든 것은 그냥 상웨떡이라 했는데 차츰 밀농사가 줄고 그 흔적을 찾기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지금은 보리와 밀가루를 혼합하는 것을 당연시 하여 일반적인 보리빵을 상웨떡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귀한 밀가루로 만든 떡이었기에 조상님전에 진설한 것이었고 이후 일제시대에 이르러 상웨떡과 흡사한 찐빵이 빵집에서 판매되면서 점차 업그레이드 되어 단팥빵이나 소보로빵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좀 더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롤케익이나 카스테라가 차례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 ⓒ양용진

  어쨌든 이 상웨떡은 쌀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밀가루와 보릿가루 반죽에 술을 섞어 만든 대체식 이었지만 이것이 바로 현대적 의미의 빵과 그 개념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양인의 눈에는 빵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추정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든 상웨떡은 마치 핀란드의 전통 호밀빵이 그렇듯이 거칠고 부드럽지 못한 투박한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시대와 해방을 거치고 또한 많은 수의 화교들이 제주로 들어오면서 찐빵이나 만두 제조법과 혼합되고 또한 빵집에서 빵을 만드는 것이 가열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상웨떡과 흡사하므로 빵집의 빵 제조법이 변화함에 따라 과거의 전통적인 제조법에서 벗어나 중국의 찐빵 제조법과 제과점의 빵 제조법을 많이 혼용하여 부드럽고 먹기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제주보리빵을 건강식품으로 홍보하며 타 지역에까지 주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필자는 우려를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코 지금의 제주보리빵은 건강식품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리빵이라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리함량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며 심지어는 보리 가루 만으로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진실은 밀가루를 100%로 봤을 때 보리 가루는 그 중 20%를 넘기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니까 전체 함량으로 봤을 때는 보리가루 함량이 10%내외가 고작인 셈이다. 방부 처리 된 일반 수입 밀가루 반죽에 보리 가루를 살짝 섞어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옛날처럼 막걸리로 발효하는 것이 아니고 압착 생효모(이스트)를 넣어 속성 발효하고 있으며 설탕은 물론이고 더구나 고소한 맛을 내고 잘 부풀리기 위하여 가성소다나 당원 등을 첨가하고 마가린을 첨가해서 부드럽게 만들고 보리가루를 많이 사용한 것처럼 색을 좀 더 진하게 보이기 위하여 캬라멜 색소를 이용하기도 하고 제빵 적성을 더 좋게 한다는 유혹에 빠져서 유화제 등의 화학물질로 구성된 제빵개량제라는 것을 첨가한다. 이것이 건강을 위하여 먹는 음식인 제주 보리빵의 실체인 것이다.

  아마도 필자의 글을 읽는 사람 중에는 영세한 보리빵집들을 힘들게 한다고 성토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벌이를 위해서 건강을 담보로 이 빵을 주문해 먹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결국 제주 보리빵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제주도 전체의 이미지를 다시 되살리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할 것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심지어 항암 환자들이 환자식으로 제주보리빵을 주문해 먹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였다.

  제주 보리빵이 진정으로 건강한 음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밀가루를 최소한 유기농밀가루까지는 아닐지라도 방부처리하지 않은 우리밀로 대체하고 보리가루 함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생효모가 살아있는 신선하고 질 좋은 막걸리를 이용하여 천연발효를 시도하며 소다나 당원과 같은 화학 팽창제, 감미제 사양을 지양하고 설탕은 흑설탕이나 황설탕으로 대체하는 등 개선의 여지는 많다고 할 수 있다.

▲ ⓒ양용진

  기본적으로 화학적인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연물질만으로 식품을 제조하자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그렇게 변화함으로서 청정제주의 이미지에 걸맞은 제주 보리빵이 되지 않겠는가?! 

  물론 이러한 개선 된 방법은 현재 판매하는 보리빵보다 거칠고 맛 또한 무미건조한 맛이라 하겠다. 그리고 지금보다 만들기가 까다롭고 생산 원가는 많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보리빵 장사하는 사람들은 빵이 비싸면 팔리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명품은 비싸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대답이다. “다 같이 비싸게 팔수 있는 제주의 명품을 언제까지 싸구려 상품으로 남겨놓고 눈치만 볼 것인가?”가 필자의 반문이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는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중요한 것은 가격보다 진정으로 정직하고 안전한 먹을거리 그 자체일 것이며 나름대로 옛 맛을 되새기는 문화적 가치와 진정

▲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 ⓒ제주의소리
으로 건강을 위해서 먹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제주의 대표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주보리빵이기 때문에 그 어떤 노력과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명품 보리빵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제조업자들만의 몫이 아니다. 그렇게 노력하고 제대로 만들어 내는 보리빵에는 그만큼의 인센티브가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부서에서는 인증, 지원제도와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서 적극적인 육성을 유도해야 한다.

  작지만 제주에만 있는 것! 이것은 결국 ‘제주’라서 가능한 일이다.  /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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