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6.5 보궐선거 '꽃놀이패'로 활용…지역이기주의 우려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을 놓고 부산지역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부산시와 유치위원회를 필두로 정치권과 언론이 가세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시민단체까지 나서 제주시와 부산시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전혀 거론되지도 않고 있는 '정치적 고려'를 스스로 내세워 4.15총선 전후와 다가오는 6.5 보궐선거를 겨냥해 부산 스스로가 확대 재생산 시키면서 APEC 개최지 결정 문제를 정치 이슈화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 500만명의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 그리고 경남과 대구·경북까지 포함한 1000만명의 영남권 인구를 등에 업은 부산은 지난해 말부터 4.15총선 이전에 개최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부산시의회와 부산유치위원회가 내세운 논리는 개최지 결정이 총선 이후로 늦춰진다면 정상회의 준비가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주장이었으나 현지 언론은 정부가 APEC와 4.15총선을 연계 시키려 한다는 소위 '총선 연계설'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러나 '총선연계설'은 거꾸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팽팽히 맞서 있는 부산 선거현장에서 각 정당마다 4.15총선과 APEC을 연계 시키며 대 정부 압박을 가하는 명분을 제공해 왔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부산에서 표를 얻으려면 APEC을 부산에 주라"며 노골적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날려왔다.

부산은 그러나 총선결과 부산에선 '한나라당 압승·열린우리당 패배'로 끝이 난 반면, 제주도에선 열린우리당 압승으로 나타나자 이번에는 정부가 4.15총선 결과를 개최지 선정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전혀 근거도 없는 '정치적 고려'를 집중 제기하며 당초 20일 결정 예정이었던 개최지 선정회의조차 연기시키는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심지어 6월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오거돈 부산시장 권한대행(부시장)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선정위원회를 방문해 개최지 결정 연기를 요구하고, 부산출신 한나라당 소속 10명의 국회의원 당선자는 회의 당일 선정위원회를 방문해 '부산 유치결정'을 촉구하는 등 힘으로 밀어 부치겠다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산 정치권은 APEC개최지 선정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주도를 비롯한 그 어느 곳에서도 이 같은 '정치적 고려'를 제기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부산의 이 같은 주장은 오히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를 뽑는 6.5 보궐선거를 앞둬 '정치적 고려를 하라'는 식으로 중앙정부는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20일 부산출신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10명이 회의 직전에 선정위 사무실을 방문하는 '무례'를 범한 것도 결국은 자신들의 활동을 유권자들에게 홍보하고, 다가오는 6.5 보궐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6.5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거돈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경우도 APEC 개최지 선정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꽃놀이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APEC 개최지 유치를 놓고 벌이는 부산의 움직임은 4.15총선과 6.5보궐선거에 맞물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를 정치적으로 이슈화 시키면서 부산과 제주간 선의의 경쟁을 또다시 지역주의로 몰고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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