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행불인유족협의회 영·호남 순례] 4.3유족회 기증한 산딸 꽃 활짝...목포형무소도 찾아
[김해·목포 = 이동건 기자] 중장비가 쉼 없이 움직였다. 작은 오름 같은 산을 깎아 아파트를 짓고 있었다. 불법 재판으로 제주4.3 피해자들이 수감됐던 옛 목포형무소 터에.
지난 23일 영·호남 순례를 떠난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회장 이중흥)가 둘째날인 24일 목포형무소를 방문했다.
4.3 당시 불법적인 재판으로 453명이 목포형무소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중 15년형을 선고받은 202명은 대구형무소로 이감됐다.
각종 사료를 종합해보면 목포형무소에 가장 많은 4.3 피해자들이 수감됐다. 수감자 중에는 일반 재판 피해자 뿐만 아니라 군법회의로 인한 수감 피해자도 섞여 있다.
이 사건으로 재소자 237명이 사살되고, 85명 체포, 6명이 투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경찰서 집계로는 413명이 탈옥해 298명 사살, 23명 미체포로 기록됐다.
사건 당시 목포형무소에 수감된 제주도민만 600여명으로 추산된다. ‘목포형무소 출소 좌익수 명단’ 등 기록에 따르면 제주 출신 수감자 52명도 탈옥한 것으로 전해진다. 탈옥한 제주도민들은 미국대사관의 국무성 보고 자료에 ‘정치범’으로 기록됐다.
목포형무소 터에는 이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 심지어 지역주민들 조차 형무소가 있었던 자리라는 사실을 몰랐다.
행불인유족협의회 순례단이 방문했을 때 목포형무소 터에서는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순례단은 공사 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공사 현장 구석진 곳에서 간단한 제사를 지냈다.
순례단 사이에서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목포형무소에서) 앞으로 제사 지내기 힘들겠다’, ‘약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아쉬움이 메아리치는 듯 했다. 그렇게 순례단은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바로 전날(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렸기 때문에 봉하마을은 노란색 천막으로 가득했다.
행불인유족협의회는 지난 2003년 국가원수로서 4.3 당시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을 인정하며, 4.3 피해자, 유족, 제주도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던 노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했다.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옮겨 갔다. 사저 마당에 심어진 많은 나무 중 유일하게 딱 한 그루에만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바로 제주에서 온 산딸나무다.
지난 2008년 11월16일, 4.3문제 해결에 힘을 보탠 노 전 대통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시지부회가 기증한 산딸나무다. 당시 제주시지부회장이 이중흥 현 행불인유족협의회장이다.
5월 따뜻한 날, 산딸나무는 흰색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행불인유족협의회를 맞이했다. 흰 꽃망울은 노 전 대통령처럼 ‘야 기분좋다’라고 외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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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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