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임시회] 우근민 지사-도의회, 갈등 종식 방안 ‘입장차’
“주민투표 ‘당사자해결’ 초월”…당사자가 누군데? ‘아전인수’ 지적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문대림 의장이 해군기지 갈등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주민투표’에 대해 “국방부장관(정부)의 소관으로 제주도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해군기지 문제해결의 원칙과 기준. 해결방안, 구체적 프로그램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여론조사’ 방안을 역으로 제안했다.

18일 속개된 제주도의회 제28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는 우근민 도지사를 상대로 4명의 의원이 차례로 나서, 해군기지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댔다.

각각의 주체들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문제를 평화적이고 순리적으로 도민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자는 의지가 묻어났다.

▲ 손유원 제주도의원.ⓒ제주의소리
이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주민투표’수용 여부.

의원들은 “현재의 갈등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 중 하나가 문대림 의장이 제안한 주민투표 실시”라며 우 지사의 견해를 따져 물었다.

첫 번째 질문에 나선 손유원 의원(조천,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문 의장이 제안한 주민투표에 대한 도지사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 만약 제안을 수용할 경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고  수용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은 갖고 있는 지”를 따져 물었다.

손 의원은 또 “당사자 원칙에 입각해 어떻게 강정주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발전적 대안을 찾고, 중앙정부의 협력을 얻어낼 것인지”를 추궁하는 한편 “평화적 해결의 원칙은 언제까지 지켜나갈 것인지, 해군이 제기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사를 강행하려 할 때까지 (평화 해결의 원칙을) 고수할 것이냐”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책을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우 지사가 누누이 강조했던 ‘윈-윈 전략’을 어떻게 실천해나갈 것인지, 잘 준비된 마스터플랜이라도 갖고 있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 이석문 교육의원.ⓒ제주의소리
이어 발언대에 선 이석문 의원은 해군기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인 제주도정의 대응자세를 도마에 올렸다. 갈등 해결·조정 능력을 상실한 채 ‘방관자’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강정마을 국유지(농로) 용도폐지’를 꼽은 뒤 “권한이 없는 행정시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서귀포시장으로 하여금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만드는 게 정당한 것이냐”면서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용도가 폐지된 농로의 경우 과거 지역주민들이 상당부분 기부 채납한 토지가 포함됐다”면서 “주민들은 농로 용도이기 때문에 기부채납을 했지, 해군기지 부지로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거칠게 몰아 세웠다.

이 의원은 ‘주민투표’와 관련해서는 “국회가 지난 2007년 12월 정부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산을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활용하기 위한 크루즈선박 공동활용 예비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단 것은 사실상 사업의 기조를 바꾼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의 첨예한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길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더라도 결과에 승복하는 조건을 마련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길 뿐”이라며 우 지사의 수용을 압박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우근민 지사는 ‘당사자 해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카드를 꺼냈다.

우 지사는 “논란 종식과 함께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은 도민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방안을 바라고 있는지 광범위하면서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도민공감대 속에서 논란을 끝내고 전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임시회를 시작할 때 밝힌 바도 있지만 ‘당사자 해결의 원칙’이 중요하다. 우리 내부에서 대안을 먼저 찾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주민투표를 수용할 수 없는 입장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그는 주민투표와 관련된 권한은 국방장관이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지사는 “이 문제(주민투표)는 중앙정부의 입장이 정해져야만 가능하다. 주민투표는 제주도내 직접적 당사자끼리 해결하자는 원칙(당사자 해결 원칙)을 초월한 방안”이라며 ‘수용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그는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방식을 뛰어넘어 문제해결의 원칙과 기준, 해결방안, 구체적 해결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조사 방법은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 싶다”며 여론조사 방식을 역 제안했다.

우 지사는 이와 관련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경우 500~1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데, 해군기지 관련은 대상을 더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여론조사 방식에 합의한다면) 의회와 협의를 거쳐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 지사가 ‘주민투표’ 제안을 ‘당사자 해결 원칙’을 들어 수용 거부한 것은 국책사업의 주체가 엄연히 정부(국방부)라는 점에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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