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문건 ‘해군기지' vs 국토부·道는 '민군복합 관광항' 불일치
강창일 “위조 가능성”...野 “청문회감” vs “전임 도정 둘 다 수용”

▲ ⓒ제주의소리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해양부 3자가 체결한 기본협약서가 이중으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협약서를 놓고 보면 군 당국은 제주도민들의 반대와 국회의 권고(민군복합형 기항지 부대의견)를 무시하고, 군사기지 사업으로 규정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기본협약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야당에서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향후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제주해군기지 사업 조사소위원회는 6일 오전 10시 제주도청 2층 회의실에서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제주도로부터 추진현황을 보고받았다.

이날 현지조사에는 권경석 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김성회, 백성운, 한기호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강창일, 주승용, 장세환 의원이, 자유선진당에서 김창수 의원이 참석했다.

집행부에서는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김형인 행정부지사, 김부일 경제․환경부지사와 실·국장들이 총 출동했다. 의회에서는 문대림 의장과 오영훈 의회운영위원장이 함께했다.

현황 보고에 이은 질의응답이 시작되자마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 민주당)이 지난 2009년 4월27일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해양부 3자간 체결한 기본협약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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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협약서에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부장관,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에 서명했다.

문제는 현재 국방부와 제주도가 소유한 기본협약서에 명시된 제목이 다르다는 것. 국방부가 갖고 있는 기본협약서의 제목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 반면 제주도와 국토해양부가 갖고 있는 것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라는 제목으로 작성됐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국방부는 제주도와 국토부가 소유한 협약서와 다른 협약서를 가지고 있다”며 “제목부터 다르다. 해군이 처음부터 장난을 쳤다.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에서 원본을 제시하면 누군가 공문서를 위조했던지 대국민 사기극이 드러난다”며 “공문서 조작에 대해 청문회나 국정조사뿐 아니라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세환 의원(민주당)도 거들었다.

장 의원은 “이중으로 작성된 기본협약서가 법적으로 유효하냐”고 따져 물은 뒤 “국방부는 민항은 안중에 없다. 오로지 해군기지 건설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육군 대장 출신의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은 “해군기지가 아니라면 해군이 공사를 시작할 필요가 없다”며 국책사업으로서 해군기지 건설을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한 의원은 “전 제주도지사가 국방부와 제주도의 기본협약서에 서명한 것은 해군기지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모두 수용한 것”이라며 “도지사가 결정한 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 주승용 의원(민주당)이 제주도와 국방부가 가지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제주의소리/뉴시스
주승용 의원(민주당)도 “상식적으로 협약서는 하나만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국방부가 당시 도지사가 서명을 한 이중 기본협약서를 갖고 있다. 뭔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약서의 제목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우근민 지사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우 지사는 “MOU안에 대한 협의과정에서 국방부와 제주도간 이견이 발생했다. 국방부는 끝까지 해군기지를 주장한 것으로 안다. 국무총리실의 중재로 1년간 문구 하나하나 협의가 이뤄졌다는 당시 담당자의 보고를 받았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툼의 소지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우 지사는 또 “지금 그대로 해군기지로 간다면 거기에 사인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강정항에서 군의 통제를 받지 않고 크루즈 입항이 가능하도록 무역항으로 지정해달라”면서 항만법 개정을 건의했다.

우 지사는 마무리발언에서도 “MOU가 이중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오늘 처음으로 알려졌다”면서 “서로 이해가 되면 쉽게 풀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주사회에 소용돌이가 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해 ‘이중 협약서’가 몰고 올 파장을 우려했다.

문대림 의장 역시 “MOU 이중 작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정치 쟁점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경석 위원장(한나라당) 역시 ‘이중 기본협약서’문제의 파장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권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성격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기본협약서의 이중 작성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비중 있게 언급했다.

이 밖에 제주도의회 문대림 의장이 갈등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주민투표’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국가안보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제주도가 제안한 우선 지원대상 사업과 관련한 예산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 지사가 제안한 군항과 민항이 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제도적 정비(무역항 중복지정)에 대해서는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정도에서 정리됐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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