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칼럼] 188건 제도개선, 340건 권한이양 내용 공개해야

'특별자치'란 무엇인가?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렇게 영문으로 표현하고 있다.
'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라고...

제주만의 '특별한 자치'를 실현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 외형적 개념만을 두고 볼적에는 뿌듯하고 기대감을 갖게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자치의 특별성'이란 전 세계와 비교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타 지역과 대비된 개념이다.

즉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현주소가 '자치'의 외양은 달고 있지만 대단히 불완전하고 문제점이 엄존하기에, 제주만이라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자치의 전형을 세워 보자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의 시범도'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특별'과 '자치' 중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은, '자치'이다. 온전한 의미에서의 '자치'에 우리의 시각을 맞춰야지,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고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특별자치와 관련한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당초 '자치와 분권'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특별자치도 논의는, 언제부턴가 '시장개방'을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전략의 특례에 맞추어져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특별자치도 논의가 시작된 지 2년이 경과하고 있으며, 제주도와 정부여당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이번 정기국회에 특별자치도법률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면서 그 기본계획안은 바로 한달 전에야 공개했다. 그것도 전면공개도 아니고 주요한 방향만을 공개한 정도다.

지난 15일 개최된 '특별자치도범도민추진협의회' 2차 회의에서 김창희 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장은 현재 188건의 제도개선 내용과 340건에 달하는 권한이양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 528건에 달하는 법률조항이 도민들에게 상세하게 공개된 적은 없다. 법률은 단 하나의 '문구'에 의해 도민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이는 이 회의에서 강영석 상공회의소장의 내국인카지노 관련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단장이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가 황급히 거둬들이는 장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은 채 제주도 당국은 여론수렴의 외양만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전의 제주도개발특별법이나 국제자유도시특별법과 관련한 논쟁에서는 법률안 전체를 공개하고서도 1년여동안 공청회와 토론회 등 수많은 공론화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이 법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특별자치도 관련 내용이 아직도 온전히 공개되지 않은 채로 줄기만 잡고 도민사회가 찬반논란에 휩쌓여 있는 것이다.

제주도 당국은 이제라도 530여개에 달하는 제도개선, 권한이양 내용을 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자치의 기본은 '협치'...이를 위해 '정보의 공개'가 우선돼야

'자치(自治)'란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여기서 '스스로'의 주체는 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지방정부나 지방의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도 포함된다.

자치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각 주체의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協治)'가 기본인 것이다.

이러한 협치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전제는 '정보의 공유'다. 정보의 대등한 공유 속에 적정한 비판과 올바른 대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제주도 당국은 이른바 '시장개방'과 관련한 도내 각계의 반대논리를 집단이기적 시각이나 개방의 당위성을 이해못하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반론을 가할 생각은 없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반대를 자초한 주체는 바로, 제주도와 정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의료, 노동시장의 개방과 관련한 논란은 이미 몇년 전 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만일 제주도당국이 이 시장개방 문제를 공론화시키려 했다면 오히려 빨리 공개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빨리 공개하고 지역사회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서로간의 타협선을 찾는 것, 그것이 필요했던 '전략'이고 바로 그것이야 말로 '협치'의 기본임에도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꺼번에 파도를 맞게 된 것이다.(시장개방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자치와 경찰자치 등 논쟁거리는 상존해 있다)

정부는 특별자치도를 추진함에 있어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주겠다고 하면서 '제주도민의 자치(혁신)역량이 문제'라는 발언을 은근슬쩍 흘리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자치역량이 있는가?' 사실 이 질문은 먼저 제주도정에게 던져져야 한다. 자치를 외치는 제주도가 정보의 공개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무슨 거버넌스를 얘기하는가 하는 말이다.

최소한 제주도가 특별한 자치역량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려면, 단체자치의 한계에서도 다른 자치단체와는 비교되는 모범적인 자치제도를 시행했어야 함에도 그런 전범을 보인적은 없다.

대법원까지 끌고 간 '판공비공개'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고, 다른 지역에서는 실시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도입하고 있지도 않다. 각종 위원회의 민주적 개편 또한 하세월이다.

급기야, 이번 특별자치도 기본계획과 관련한 논쟁 또한 정보의 독점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던가?

특별자치를 하려면 먼저 도당국부터 비공개의 관행을 깨고 유리창같은 투명한 공개의 바다로 나와야 한다. 법 만든 후 자치하려 하지 말고 '과정'에서 부터 자치와 협치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장개방'보다 제주 '교육.의료' 인프라를 세계수준으로 발전시켜야

또하나 시장개방과 관련한 문제다.

제주도는 최소한 인천 경제특구 수준만은 개방폭을 넓히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먼저 묻자. 인천경제특구가 제주도보다 개방폭을 넓혀서 외국자본이 들어오거나 정부지원이 특별하게 이뤄진 적이 있는가?

지난 4월 제주지역에서 열린 모워크샵에서 안영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국장은 "언론에 알려진 바와 달리 인천의 경우도 외자 유치 실적이 매우 부진함은 물론 정부지원도 별로 없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에 자유도 특별함도 없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주가 '교육'과 '의료'를 '관광'과 함께 제주발전 전략으로 내세운  취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매년 해외로 취학하여 낭비되는 달러를 국내로 유입하자는 것이며, '의료'와 관련해서는 제주를 메디칼리조트로 개발하여 동북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발전전략을 추진함에 있어 꼭 '시장개방' 만이 능사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의료'와 관련해서는 국내 자본인 '우리들병원'이 서귀포 돈내코지구에 '메디컬골프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 도내 의료시장을 뒤흔들면서까지 의료시장을 개방하기에 앞서 만일 메디컬리조트 관광객을 수용할 생각이라면 제주도가 직접 나서서 이러한 시설을 만들 생각은 왜 못하는가?

또한 제주대학병원을 세계적 수준의 메디컬리조트의 거점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교육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말 제주도가 교육문제로 인해 해외로 낭비되는 달러를 유입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하고 있다면, 제주도가 세계적 수준의 외국인 학교를 직접 지으면 될 것이 아닌가?

물 건너 가버린 '조지워싱턴대' 사례에서 보는 것 처럼 온갖 특혜만 요구하며 이익은 자국으로 반출하려는 외국 자본과 법인에게 왜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는가?

이런 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정부에 '특별한'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

시장개방의 전초기지로서 기능해주길 기대하는 중앙정부에 대해 시장개방의 폭을 넓혀달라고 애걸복걸하기 보단, 제주지역의 교육과 의료인프라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만 되면 외국 관광객은 우리가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올 것이며, 이것이야 말로 바로 '평화의 섬'의 표상임은 물론, 정부가 제주도를 '특별하다'고 내세우며 지원할 근거다.

정부여당은 우선 이번 정기국회에 행정구조 개편과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특별자치도 관련 법률의 국회통과 최종 마지노선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설정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제주도는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빌미로 도민여론 수렴 기한을 한정시키지 말고, 보다 충분한 공론화에 나서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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