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철의 제주해안 따라가기(18)] 월령해안

금능리 마을을 지나 서쪽으로 가면 만나는 마을이 '월령리'다. '월령리'는 한림읍의 제일 서쪽에 위치한 마을로 '손바닥 선인장'의 자생지로 유명하다.

▲ 금능리와 월령 사이의 해안, 돌담으로 둘러쳐진 새왓들이 인상적이다.ⓒ홍영철
월령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풍력발전기가 제일 먼저 눈에 띤다. 작은 풍력발전기 모형이 세워진 간판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풍력발전시스템성능평가기지'라는 긴 이름이 쓰여 있다. 제주에서 맨 처음으로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곳이다. 지금은 구좌읍 행원리와 한경면 용수리 지경에 상용화된 풍력발전기가 있지만, 이 곳이 지금의 풍력발전을 낳은 모태가 된 곳이다. 이 곳의 풍력발전기는 실험용이어서 그런지 작고 초라해 보인다. 많은 자손을 낳고 키워서 이제는 늙으신 어머니와 같은 모습이다. 제주는 이미 전체 전력사용량의 5%를 풍력발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원자력과 화력에 비해서 전기의 생산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화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공해와 온배수문제, 치명적인 핵폐기물 처리문제까지를 합한다면 현재의 생산단가만을 가지고 가치를 따지는 것은 우매한 일이다.

▲ 월령리 동쪽 한국에너기 기술연구원, 제주풍력발전의 모태가 된 곳이다.ⓒ홍영철
풍력발전시스템성능평가기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월령리 포구인 '아문질개'로 접어든다. '아문질개'라는 지명은 정확한 어원을 찾기는 어렵지만 '아문질개'가 방파제로 의지하고 있는 '조(아래아)럭코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짐작가는 데가 있다. '조(아래아)럭코지'는 바닷가로 길게 흐른 용암빌레 인데, 파호이호이 용암에서 나타나는 '튜물러스'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아래아)럭'은 호미자루의 자루를 뜻하는 것으로 길게 뻗은 용암빌레의 모습이 마치 '자루'와 같아서 이름 지어졌다. 이 '조(아래아)럭코지'를 자세히 보면 가운데가 바다쪽으로 길게 균열되어 갈라져 있고, 갈라진 틈새를 길로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갈라진 다음 아물어서 생긴 질(길의 제주방언)이라는 뜻으로 '아문질'이라고 쓰지 않았을까? 단순한 추측일 뿐이다. '아문질개'에는 포구 바닥에 하얀 모래가 깔려져 있고, 여름철 동네 꼬마들의 좋은 수영장이 된다.  

▲ 월령리 아문질개와 아문질개 동쪽의 조록코지.ⓒ홍영철
'아문질개'에서 바다를 따라 시멘트길이 마을 서쪽까지 이어져 있다. 여기서 부터는 평평하던 갯바위들이 사라지고, 거칠고 험한 바위가 솟아 있다. 이 곳의 용암류는 산간 마을인 한경면 저지리의 저지오름에서 흘러나온 병악조면현무암이라는 암질이 덮고 있다. 이 곳에  천연기념물 429호로 지정된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가 있다. 이 선인장을 '손바닥 선인장'이라고 하는데 멕시코가 원산지이다. 해류를 타고 이 곳 월령리까지 전파된 것으로 보이는데 월령마을은 대부분 잣담(작은 돌을 채워서 쌓은 성 모양의 담)위에서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다. 인위적으로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선인장 가시 때문에 뱀이나 쥐가 침입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손바닥선인장'의 강한 생명력은 돌 위에서도 좀처럼 말라 죽지 않으며, 잎의 일부를 잘라서 놓으면 그 곳에서 다시 선인장이 자란다. '손바닥선인장'은 여름철에 노란꽃이 잎으로부터 나와서 지고 난 후, 밤알 모양의 열매가 나와서 겨울철에는 자주색으로 익는다. 열매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들을 거친 면에 문질러 먹는데 시큼한 맛과 더불어 선인장 특유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입안에 퍼진다. 특히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한동안 이 곳에서 시작하여 주변마을로, 제주 전체로 재배지역이 넓어졌다. 지금은 과잉생산되어 가격이 폭락한 상태지만, 다양한 소비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 손바닥 선인장의 모습과 저지오름 조면현무암이 흘러내린 월령 해안.ⓒ홍영철

※ 홍영철님은 제주의 새로운 관광, 자연과 생태문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대안관광을 만들어 나가는 (주)제주생태관광(www.ecojeju.net )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주의 벗 에코가이드칼럼’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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