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막화복원사업 방문기(6)] 장춘, 만주국의 흔적
1932년 일제는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 등을 합쳐 ‘만주국’을 세웠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항하여 한·중·일의 양심적 학자와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최초의 동아시아 공동역사교과서 '한·중·일이 함께 쓴 미래를 여는 역사'에는 “일본·만주족·한족·조선족·몽골족 등 다섯 민족이 ‘화합하는’ 국가를 수립했다고 선전했지만, 사실상 만주국은 일본 관동군이 장악한 괴뢰정권이었다. 모든 기구는 위에서 아래까지 완전히 일본인 관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라고 만주국을 평가하고 있다.
대구사범을 나와 문경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박정희는 ‘긴 칼을 찬 군인’이 되고 싶어, 만주국의 수도 신경(新京)에 있는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을 위해 혈서를 써 보낸 일은 유명하다. 만주군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항일운동을 하던 독립운동가를 토벌하는 데 앞장섰던 곳 또한 이곳 만주다.
만주국은 1945년 일제의 패망에 의해 사라졌다. 당시 만주국의 수도는 ‘신경(新京)’은 현재의 장춘(長春)이다. 장춘은 길림성의 성도(省都)이며, 1998년 현재 200만 명이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이다.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지는 사막화 복원협력 사업지구였다. 그래서 대부분은 사막화된 초원지대와 농촌을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 날 일정을 조금 바꿔, 장춘시내를 돌아볼 수 있는 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오전 내내 중국 대학생들과 토론회를 갖느라 힘이 들었지만, 중국의 대도시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밖으로 나섰다.
나 또한 대학생인지라 중국의 대학이 보고 싶어 길림대학을 목적지로 하였다. 안내를 하던 ‘옌리칭’씨에게 길림대학 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길림대학은 워낙 크고, 캠퍼스가 여러 곳에 나뉘어 있기 때문에, 길림대학이 장춘에 있다고 하지 않고, 장춘이 길림대학 안에 있다고 한다”고.
결국 길을 따라 걷다가 많은 캠퍼스 중에 한 곳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처음 간 곳은 ‘장춘 한국 상업거리’였다. 한글로 된 간판이 많이 있었고, 한국관광객을 목표로 한 발마사지점도 많이 보였다. 여러 가지 음식점, 식료품 가게, 그리고 시장들. 중국답게 사람들도 많았다.
더 길을 걷다가, 길림대학을 찾았다. 이곳은 길림대학 대학원건물이었다. 길림대학은 1946년 개교하였고, 이 곳 둥베이(東北)지방 유일의 국가교육부 직속의 중점 종합대학이다. 이 대학은 이미 해외 20여 국가와 70개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학교와 학술교류를 맺고 있다. 내가 다녔던 경북대학교도 이곳 길림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있어, 이것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양 대학의 학위를 동시에 준다.
도서관 장서수가 540만권이면 대단한 수치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책이 많은 국립도서관도 400만권 정도이고, 대학도서관으로는 서울대학교가 250만 권 정도 이며, 그 뒤를 이어 경북대학교가 200만권을 넘어 섰고, 제주대학교는 50만 권 정도 이다.
교문안으로 들어가 대학을 구경하는데 건물은 하나 밖에 없고, 그 뒤로 공원과 이상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만주국 시절 일본이 지은 ‘신무전’ 이었다. 길림성 인민정부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된 것 같았으나 가끔씩 공안들이 순찰을 할 뿐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3시간 내내 걷다보니 힘이 들었다. 많은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엄청난 매연이 쏟아 지고 있었다.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역시 세계 어디서나 대도시 문제는 모두 똑같다.
[연재를 마무리 하며]
만나지 못하고 바라만 본 다는 것은 그들의 생활과 내면을 왜곡할 우려가 높다.
지난 100여 년전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꼬레아'의 이미지를 연구하던 곳에서 보조원으로 일했었기에, 함부로 다른 곳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칫하면 나의 세계에 그들의 세계에 대한 왜곡된 모습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세계의 끝 줄에 속한 국가의 가난한 대학생이 사막화된 초원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본 기록으로 이 글을 남긴다.
※ 김동주 님은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 숲과 나무에 대해 배울수 있는 임학(산림자원환경학)을 복수전공으로 했습니다.
현재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관심분야는 '도시농업'과 '한반도 평화'이며, 블로그는 http://sne.knu.ac.kr/~mzsinbi/blog/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