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막화복원사업 방문기(6)] 장춘, 만주국의 흔적

▲ 옛 만주국 시절 일제가 세운 '신무전(神武殿)' 건물.ⓒ김동주
# 만주국과 박정희
1932년 일제는 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 등을 합쳐 ‘만주국’을 세웠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항하여 한·중·일의 양심적 학자와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최초의 동아시아 공동역사교과서 '한·중·일이 함께 쓴 미래를 여는 역사'에는 “일본·만주족·한족·조선족·몽골족 등 다섯 민족이 ‘화합하는’ 국가를 수립했다고 선전했지만, 사실상 만주국은 일본 관동군이 장악한 괴뢰정권이었다. 모든 기구는 위에서 아래까지 완전히 일본인 관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라고 만주국을 평가하고 있다.

▲ 만주국 신무전 앞에 있는 공원에서 결혼 사진을 찍는 중국인.ⓒ김동주
대구에 있는 국립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신관으로 가려면 ‘참교육’이 새겨진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이 건물 로비 벽면에는 지난 1971년 만들어진 거대한 박정희 흉상이 전면에 박혀있다. 이 학교가 박정희가 다니던 대구사범학교였다. 이 흉상을 철거하려는 많은 학생들의 시도는 수많은 구속자들을 양산하였다.

대구사범을 나와 문경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박정희는 ‘긴 칼을 찬 군인’이 되고 싶어, 만주국의 수도 신경(新京)에 있는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을 위해 혈서를 써 보낸 일은 유명하다. 만주군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항일운동을 하던 독립운동가를 토벌하는 데 앞장섰던 곳 또한 이곳 만주다.

만주국은 1945년 일제의 패망에 의해 사라졌다. 당시 만주국의 수도는 ‘신경(新京)’은 현재의 장춘(長春)이다. 장춘은 길림성의 성도(省都)이며, 1998년 현재 200만 명이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이다.

▲ 장춘에는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상업 거리'가 있다.ⓒ김동주
# 장춘
이번 방문의 주요 목적지는 사막화 복원협력 사업지구였다. 그래서 대부분은 사막화된 초원지대와 농촌을 보았다. 그러나 마지막 날 일정을 조금 바꿔, 장춘시내를 돌아볼 수 있는 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오전 내내 중국 대학생들과 토론회를 갖느라 힘이 들었지만, 중국의 대도시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에 밖으로 나섰다.

나 또한 대학생인지라 중국의 대학이 보고 싶어 길림대학을 목적지로 하였다. 안내를 하던 ‘옌리칭’씨에게 길림대학 가는 방법을 물어보자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길림대학은 워낙 크고, 캠퍼스가 여러 곳에 나뉘어 있기 때문에, 길림대학이 장춘에 있다고 하지 않고, 장춘이 길림대학 안에 있다고 한다”고.

결국 길을 따라 걷다가 많은 캠퍼스 중에 한 곳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처음 간 곳은 ‘장춘 한국 상업거리’였다. 한글로 된 간판이 많이 있었고, 한국관광객을 목표로 한 발마사지점도 많이 보였다. 여러 가지 음식점, 식료품 가게, 그리고 시장들. 중국답게 사람들도 많았다.

▲ 장춘 도서관이다. 책이 많았고 다들 열심히 공부했다.ⓒ김동주
위쪽으로 가보니 ‘장춘도서관’이 있었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로비에 인터넷을 할 수 있게 검색코너가 있었는데, CNN, BBC 등 외국 언론 사이트는 접속을 할 수 없었다.

▲ 장춘 한국 상업거리에 있는 헤어설계원. 미용실을 대신한 독특한 표현이다.ⓒ김동주
# 길림대학
더 길을 걷다가, 길림대학을 찾았다. 이곳은 길림대학 대학원건물이었다. 길림대학은 1946년 개교하였고, 이 곳 둥베이(東北)지방 유일의 국가교육부 직속의 중점 종합대학이다. 이 대학은 이미 해외 20여 국가와 70개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학교와 학술교류를 맺고 있다. 내가 다녔던 경북대학교도 이곳 길림대학과 복수학위제를 운영하고 있어, 이것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양 대학의 학위를 동시에 준다.

▲ 길림대학 대학원부 건물을 정문에서 찍은 모습.ⓒ김동주
현재 총 학생수는 5만9735명이며, 이 가운데 석사학위 과정에 3871명, 박사학위 과정에 1227명이 재학중이다. 교직원은 총 1만5642명이며, 교수 923명, 부교수 1668명, 강사 2161명, 그리고 938명의 조교가 근무하고 있다. 181개 학과에서 석사학위를, 71개 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 길림대학 대학원부 건물이다.ⓒ김동주
16개의 실험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은 542만여 권에 이른다.

도서관 장서수가 540만권이면 대단한 수치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책이 많은 국립도서관도 400만권 정도이고, 대학도서관으로는 서울대학교가 250만 권 정도 이며, 그 뒤를 이어 경북대학교가 200만권을 넘어 섰고, 제주대학교는 50만 권 정도 이다.

교문안으로 들어가 대학을 구경하는데 건물은 하나 밖에 없고, 그 뒤로 공원과 이상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만주국 시절 일본이 지은 ‘신무전’ 이었다. 길림성 인민정부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된 것 같았으나 가끔씩 공안들이 순찰을 할 뿐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 옛 만주국 민생부(民生部) 건물이다.ⓒ김동주
돌아갈 시간이 되어, 숙소로 가던 중 옛 만주국 민생부 건물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건물들을 보니 장춘이 만주국의 수도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3시간 내내 걷다보니 힘이 들었다. 많은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엄청난 매연이 쏟아 지고 있었다. 숨을 쉬기가 곤란했다. 역시 세계 어디서나 대도시 문제는 모두 똑같다.

[연재를 마무리 하며]

▲ 제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김동주씨.
이번 중국 방문에서 인위적 원인에 의한 사막화라는 자연환경의 파괴를 보았다. 또한 장장 1000km를 이동하면서 지린성의 농촌을 보았다. 그러나 그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땅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으나, 그럴 기회는 없었다.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만나지 못하고 바라만 본 다는 것은 그들의 생활과 내면을 왜곡할 우려가 높다.
지난 100여 년전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꼬레아'의 이미지를 연구하던 곳에서 보조원으로 일했었기에, 함부로 다른 곳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칫하면 나의 세계에 그들의 세계에 대한 왜곡된 모습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세계의 끝 줄에 속한 국가의 가난한 대학생이 사막화된 초원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본 기록으로 이 글을 남긴다.

※ 김동주 님은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 숲과 나무에 대해 배울수 있는 임학(산림자원환경학)을 복수전공으로 했습니다. 
현재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관심분야는 '도시농업'과 '한반도 평화'이며,  블로그는  
http://sne.knu.ac.kr/~mzsinbi/blog/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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