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붙은 월아천, 둔황을 지탱하는 생명줄 '당허'
말라붙은 월아천, 둔황을 지탱하는 생명줄 '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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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 당허의 풍경. ⓒ양기혁
당허를 배경으로 지나가던 한 여학생이 찍어준 사진. ⓒ양기혁
류위엔 기차역 주변 거리 풍경. ⓒ양기혁
류위엔 역 밖에 주차되어있는 상처투성이 삼륜 승합차. ⓒ양기혁
운송용 오토바이 화물트럭. ⓒ양기혁
류위엔 기차역 대합실 벽의 대형벽화. 서역에서 온 사람들과 비단을 거래하는 풍경이 그려져 있다. ⓒ양기혁

<양기혁의 중국횡단기> 12 상처투성이 삼륜 자동차와 류위엔 기차역

 

▲ 인공강 당허의 풍경. ⓒ양기혁

시장 너머로 이슬람 사원의 돔이 보여 발걸음을 그리로 옮겨 갔다. 이슬람 사원인‘둔황칭전스’는 시장 뒤쪽의 주택가 좁은 길을 들어간 곳에 있었다. 이슬람사원의 중국식 표현이다. 사원 주변에는 이슬람 식당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슬람사원을 지나 한적한 큰길 교차로에 이르니 도로 표지판에 박물관 가는 화살표가 있어서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었다.

“보우관 짜이날 (박물관이 어디 있습니까)?”

학생은 길 건너편 멀리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아직 개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옛 박물관은 유물을 포장한 채 문을 닫아놓고 있고, 새 박물관은 건물은 지어졌는데 유물을 가져오지 못해서 문을 열지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시내 약도를 보고, 둔황시내 서쪽을 남북으로 흐르는 당허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엔 서늘했는데 오후가 되니 배낭을 지고 한참을 걸어서 그런지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다.

허름한 벽돌집들과 몇 개 블록의 철거된 주택지를 지나고 나니 푸른 물이 넘실대는 강이 나타났다. 마치 호수와 같이 잔잔한 수면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있고 강 주변이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황량한 사막 속의 외로운 도시에 푸른 숲과 푸른 물이 가득한 강이 흐르는 것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제 산 중국 지도에는 칭하이성 북부에서 둔황으로 흐르는 푸른 물줄기가 그려져 있다.

그 강에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거기에서 다시 인공적으로 물줄기를 끌어와서 물이 흐르게 만든 것으로 보였다. 주변에 세워진 안내 표지판을 보니 2011년 3월로 되어 있어 주변 정비도 최근에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 가운데는 섬처럼 쉼터를 만들어 강가에서 징검다리를 통하여 건너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고, 그 주변에는 연꽃도 몇 개 떠 있는데, 한 소녀가 쉼터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것이 보기 좋아 사진 한 장 찍었다.

▲ 당허를 배경으로 지나가던 한 여학생이 찍어준 사진. ⓒ양기혁

나도 쉼터에 건너가서 등에 진 배낭을 내려놓고 지친 몸도 그 의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제 다이스케와 마시려고 샀다가 못 마신 캔맥주 두 개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마셨다. 한참을 기다려 지나가는 여학생이 있어서 사진 찍어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녀가 찍은 사진을 보고 내가“팅하오더(挺好的, 아주 좋다)!”하고 말하자,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도 환한 표정이 되어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강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탔다. 버스터미널에 거의 다 와서 내리려고 할 때, 택시 기사에게 물어봤다.

“당허스부스 쩐더허 당허가 (진짜 강입니까)?”
기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런꽁허, 런꽁허(人工河).”

가이드북에는 어제 본 명사산 사막 속의 오아시스인 월아천(月牙泉)이 말라가고 있고 인공호수에서 물을 끌어와서 유지하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 당허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당허가 둔황의 젖줄이고 생명줄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였다.오후 4시 낡은 미니버스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버스터미널을 출발했다.

버스는 사막 한가운데 누더기 아스팔트 길을 덜컹대며 두 시간 넘게 달려서 간이역 류위엔에 도착했다. 버드나무 정원이란 운치 있는 이름의 이 마을은 그러나 아직 정비되지 않은 시골 마을의 남루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 류위엔 기차역 주변 거리 풍경. ⓒ양기혁

 

▲ 운송용 오토바이 화물트럭. ⓒ양기혁

기차역 앞에는 식당과 차오스(超市)들, 둔황의 시장에서 봤던 것처럼 길가에서 호떡도넛을 파는 여인들, 구두 닦는 여인들이 섞여 있고, 길 건너편엔 당구대를 길가에 늘어놓고 있다. 역 앞에는 둔황에서 온 녹색의 새택시들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데, 역을 나가니 낡은 삼륜 승합차들이 곳곳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었다.

마치 상처난 곳을 반창고로 덕지덕지 붙인 듯이 차들은 성한 곳이 없어 보였다. 어떤 차는 운전석에서 지붕으로 연통 같은 것이 나와 있는데, 배기가스를 차 뒤쪽이 아니라 천장 위로 보내는 것인지 그 용도를 알 수 없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다. 들여다보니 장기판을 벌여놓고 있는데 장기말이 한국의 보통 장기보다 배는 커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이 진지하고, 매우 심각한 모습이 한국의 장터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내기 장기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조금 더 걸어가자 시장이 나왔다. 온갖 잡다한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다. 생선가게와 돼지고기 파는 곳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로 붉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고 생선 머리와 내장, 비늘들이 방치되어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장에서의 운송 수단은 다 오토바이에 화물칸을 붙인 삼륜 화물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과일가게가 있어서 들어갔다. 사과와 함께 앞쪽에 진열된 투명에 가까운 옅은 베이지 색 과일이 있어서 옆에 있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쩌예스 핑궈마(이것도 사과입니까)?”
“리(梨).”

‘배’라고 한다. 크기가 한국에서 보던 배의 절반도 안 돼 보이는데 색깔이 곱다. 하나만 사겠다고 하자 옆의 전자저울에 하나를 올려놓고 2.1로 표시된 숫자를 가리킨다.

“량콰이.”

2원을 주고, 조그만 배를 하나 들고 나왔다. 나는 옷에다 대충 문지르고 껍질째 한입 베어 물었다. 사과처럼 껍질이 얇고, 맛있었다. 단맛은 별로 없는데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다. 시장을 나오자 더 가볼 곳이 없어 보였다. 배를 먹으며 왔던 길을 도로 올라갔다. 장기판은 여전히 사람들이 둘러싼 채 진행 중이다.

한국의 PC방 같은‘왕바’가 몇 개 보이는데, PC게임도 할 줄 모르고, 한국 인터넷이 되지 않을 테니 들어갈 수가 없다. 저녁시간이긴 하지만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새벽 한 시에 기차를 타는데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답답하고 난감한 노릇이다.

잠시 기차역 앞에서 망설이던 나는 역 안 대합실에서 기차를 탈 때 까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행 중에 보려고 가져온 책도 있고 기록을 남겨야 할 것도 있을 것 같았다. 근처‘차오스’에서 생수, 과자 그리고 단팥빵 한 봉지를 사들고 역으로 들어갔다. 배낭을 벗어 검사기에 통과시키고, 기차표 검사와 몸수색을 거쳐서 여행객들로 가득한 대합실 한쪽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 류위엔 기차역 대합실 벽의 대형벽화. 서역에서 온 사람들과 비단을 거래하는 풍경이 그려져 있다. ⓒ양기혁

대합실 벽엔 실크로드를 상징하는 비단을 거래하는 상인들을 그린대형 벽화가 그려져 있고, 사람들의 생김새나 옷차림이 이제까지와 다른 위구르인종과 이슬람 풍의 옷차림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침부터 많이 걸어 다녀서 그런지 좀 피곤한 기분이 들었고 목도 좀 따끔거리면서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어제 다이스케가 목이 아파서 산 약이라면서 한 봉지 준 것을 무심코 받았는데 주머니에 넣어 뒀던 것을 꺼내 먹으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진맥진해가고,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뜨거운 인스턴트 커피에 단팥빵 하나로 저녁 한 끼를 때우고, 기차역 대합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양기혁

   
필자 양기혁은 1958년 서귀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상경해 도시 생활을 시작했다.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서울에서 바쁘게 살다 중년에 접어들고서 고향으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제주시에서 귀농 생활을 즐기다 우연치 않게 방송통신대 중문과에 입학해 중국어를 공부했다. 이왕 공부한 김에 중국 횡단 여행을 다녀와 <노자가 서쪽으로간 까닭은?>이라는 책을 냈다. 노자는 어쩌면, 필자 자신인지도 모른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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