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WCC 뭘 남겼나] ICC제주 시설확충 ‘시급’

지구촌 환경축제인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우근민 지사가 폐회 기자회견에서 “주변에서 ‘퍼펙트 했다’는 말을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번 WCC는 ‘환경수도 제주’를 세계무대에 각인시켰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성과 뒤에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한계도 여럿 드러났다. 제주WCC가 제주에 무엇을 남겼는지,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제주국제컨벤션션터(ICC제주) 시설확충 시급. ⓒ제주의소리
<하> “오고 싶어도, 시설이 작아서”…MICE 육성한다며? ICC제주 시설확충 ‘시급’

지구촌 환경축제인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지난 15일 제주선언문을 남기고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 제주국제컨벤션션터(ICC제주) 시설확충 시급. ⓒ제주의소리
유독 ‘최초’, ‘최대’ 수식어가 많이 달릴 정도로 손색없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주선언문과 제주형 의제 5개 모두 채택되면서 개최지 제주로서는 향후 세계 평화회의 중심지로 설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하지만 ‘국제회의도시 제주’의 인프라 한계를 여실히 느낀 회의이기도 했다.

부족한 국제회의 시설, 국제회의를 기획하고 대행할 PCO(국제회의 전문용역업체)의 영세성, 동시통역 인력 등은 MICE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제주도의 의지와는 달리 열악하기 짝이 없음을 실감해야 했다.

이번 WCC는 참가 인원이 1만명이 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행사가 진행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제주ICC)는 이에 걸맞는 회의, 전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공간을 메우기 위해 야외에 4개의 대형 천막이 임시로 설치해야 했고, 로비에서도 ‘파빌리온’과 같은 주요 프로그램이 진행돼 북새통을 이뤘다.

전시회도 야외 임시 천막에서 치러야 했다.

JTO 면세점 맞은 편 야외에 설치된 2250㎡ 규모의 천막에 155개의 전시부스가 설치됐지만, 좁은 공간에다 관람객이 몰리면서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푸드코트와 등록센터도 야외에 설치해 참가자들이 제주ICC 안팎을 오가야 했고, 심지어 각종 사무실과 물품보관소도 야외 주차장에 설치돼 참가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제주국제컨벤션션터(ICC제주) 시설확충 시급. 180여 나라, 1만여명이 참가한 WCC 기간 중 회의시설이 부족해 로비에서 진행되고 있는 '파빌리온' 이벤트.ⓒ제주의소리
제주ICC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WCC에서 가장 역동성을 보여줬다는 ‘파빌리온’은 3층 로비(5개)와 5층 복도(2개)에서 운영됐다. 심지어 진지한 토론이 진행되는 와중에 바로 옆에서는 문화행사가 벌어져 회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이러한 임시 시설만 제주ICC 외부에 5300㎡, 내부에 5400㎡ 등 1만700㎡에 달했다.

제주ICC의 시설 규모가 회의장 7009㎡, 전시장 2394㎡ 등 총 9403㎡ 정도임을 감안하면 1만명 규모의 국제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설보다 배는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제주ICC의 시설 부족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지방의 컨벤션 시설들은 덩치를 대폭 키우면서 상대적으로 제주ICC의 경쟁력은 뒤처지고 있다. 설립 당시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제주ICC는 지금은 국내에서도 8개 컨벤션 시설 중 5~6위 수준으로 추락했다.

따라서 컨벤션 시설을 시급히 확충하지 않는 이상 ‘국제회의도시 제주’는 빈껍데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시설이 뒤따라주지 않아 포기한 국제행사도 여럿 된다.

대표적인 게 요즘 떠오르는 ‘인센티브 투어’다. 중국 바오젠 그룹 인센티브나 암웨이 인센티브는 1만명 이상을 보장하는 대규모 행사지만 열악한 시설 탓에 행사를 유치해놓고도 규모를 축소해 개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제주ICC의 당면과제는 1만명을 동시 수용하고, 5000명 이상의 연회장, 400부스 이상의 산업전시가 가능한 ‘다목적 홀’ 설치다.

▲ 제주국제컨벤션션터(ICC제주) 시설확충 시급.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첫날, ICC제주에는 4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이 없어 중문관광단지 내 여미지식물원에서 야외 뷔페로 환경부지사 주최 만찬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DB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ICC제주 맞은편에 있는 사유지(7500평)를 매입해야 한다. 토지매입과 건물 신축에 약 800억~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오수철 ICC제주 마케팅팀장은 “씀씀이가 큰 인센티브 투어단을 유치하고 싶어도 중국 쪽에서 원하는 시설(규모)이 따라주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WCC와 같은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현재 ICC제주 시설의 2배 규모는 돼야 한다. 최소한 5000명이 동시에 연회를 할 수 있는 다목적 홀 시설이 가장 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실제 국제회의도시에 걸맞는 인적 자원 등 소프트웨어 보강도 시급한 과제다.

이번 WCC를 맡아 대행한 PCO도 서울 업체가 메인이었다. 도내 PCO 3개 업체가 참여하긴 했지만, ‘돈 되는’ 핵심 사업은 사실상 서울업체가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ICE 산업을 향후 10년, 제주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회의산업을 이끌 ‘컨트롤타워’부터 필요하다. 지금은 제주관광공사의 부설기관 쯤으로 전락한 ‘컨벤션뷰로’의 역할 정립이 시급하다.

컨벤션 유치 전담 기구답게 관련 기관·업체들의 구심점으로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은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이사장을 겸임, 사실상 관광공사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 존재감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컨벤션뷰로의 모델로는 부산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시장 산하에 둬 최대한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능력 있는 전문가를 사무국장으로 영입, 최근 컨벤션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 등 대형 PCO와 어깨를 견줄 수 있도록 지역 PCO가 연합체를 구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번 WCC를 통해 ‘국제회의도시 제주’의 민낯을 보게 된 만큼 MICE산업 육성의 인프라인 시설 투자에 미적댔다가는 국제회의도시와 경쟁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도시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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