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릴레이칼럼(1)] "아빠, 저 사람들 왜 저래?"

2004년 3월 12일, 이 날은 정치모리배들이 총칼 없이 국민들의 마음 깊은 속살에 숨겨놓은 작은 희망까지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 날입니다.

기성세대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 부끄러운 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일말의 양심은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다시금 비수를 갈아야겠다며 분노할 수밖에 없음이 참으로 부끄러운 날입니다.

쿠테타로 얻은 권력, 그 맛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말하고 있습니다.

미군정의 꼭두각시였던 이승만 정권이 국민들의 힘에 의해 하야를 한 이후 총칼을 이용해 권력을 잡았던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그를 지지했던 이들이 끊임없이 청산되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럽고 통탄스러운 날입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보다도 더 악랄하게 같은 동족을 수탈했던 친일의 잔재들과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 어쩌면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을 것이니 더 부끄럽습니다.

국민들을 위해서 봉사하라고 했더니 국민의 3분의 2이상이 반대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계산과 감정적인 일 처리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수준은 상식이하입니다. 욕심에 눈이 멀어있으니 민심이 안중에 없고, 정쟁에만 귀가 쏠려있으니 국민들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겠지요. 그래도 어느 선에서는 멈추겠지 생각했는데 마치 고장난 열차가 끊겨진 철로를 보지 못하고 달려가듯 멈추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표결에도 성공을 했으니 승리했다고 축하주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속전속결 탄핵안을 가결시켰으니 자기들의 뜻대로 되었다고 기뻐하고 있겠죠.

그러나 그 웃음과 승리의 기쁨이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다 바보가 아니라는 것,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할 줄 알기에 참으로 부끄러운 역사의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16대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에 의해 탄핵을 받을 것입니다.

정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유치원생 막내가 의원님들 싸우는 것을 보면서 묻습니다.

"아빠, 저 사람들 왜 저래?"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을 다 큰 어른들이, 더군다나 국민들의 녹을 먹고사는 이들이 합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선출했는데, 국민들은 맘에 드는데 자기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탄핵을 합니다. 정말 당신들이 주장하는 대로 이것이 구국의 결단입니까?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이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잘못 정도는 여야가 조율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단지 다수의석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뜻과 다르면 무조건적으로 매도하고 탄핵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는 것,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에 못을 박았다는 것이 탄핵사유가 된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으셨는지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하는 언론들의 책임도 이번 사태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단지 이런 일이 있고 저런 일이 있다는 식의 보도 내지는 자기들 편한 대로 자구적인 해석으로 국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지 못한 책임 역시도 탄핵감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제시대 때는 친일파의 선봉이 되었었고, 군부독재하에서는 꼬봉노릇이나 했던 중앙언론들은 차라리 침묵하십시오.

종교인들은 또 어떠했습니까?

종교라는 것이 현실의 삶과 무관한 것일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힘있는 자의 편에 서면 비정치적인 것이고, 힘없는 자의 편에 서면 정치적인 것이라고 매도하면서 물량적인 성장에만 눈이 멀어서 종교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않았는지요? 종교의 역할이 어느 시대에나 있지만 종교가 지배세력과 결탁을 했을 때는 한결같이 암흑의 시대였다는 것을 모릅니까? 독재정권의 무사안녕을 위해서 조찬기도회를 열심히 열어주던 종교지도자들이 언제 한번이라도 철저하게 국민들 앞에 회개라도 한 적이 있는지요? 참 부끄러운 일입니다. 종교의 본질은 어디로 가고 껍데기만 남아버렸습니다.

저도 이 나라의 국민이니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도 잘잘못에 대해서까지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이 또 다른 편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상식적인 선에서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정치에만 전념하시는 분들이니 다 뜻이 있겠다 생각하기도 하고, 국회의원까지 되신 분들인데 최소한의 교양은 있을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에 제 삶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도 급급한 삶이라 그냥 믿고 총선 때나 선거 때가 되면 국민의 의무라 생각하고 한 표의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고,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려고 해도 아닙니다. 정말,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지금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아빠, 저 사람들 왜 저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려고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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