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빅3’ 대선후보 중 처음으로 강정방문…“대통령되면 저도 사과”
‘고급정보 한계’ 전제로 “국가안보상 필요”…입장변화(?) 해석 분분

▲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제18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빅3’ 후보 중에서는 처음으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전면 재검토’요구에 대해서는 고급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는 점을 전제로 “지난 정부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상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인식 그대로다.

안철수 후보는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 마을주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행과 고통에 빠뜨리게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강정마을을 방문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4.3평화공원을 방문한 안 후보는 “제주4.3사건도 마찬가지다. 그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유사한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추진 과정상에 발생한 갈등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정부 당국자들이 강정마을을 직접 찾아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발언을 이어나면서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문제라고 더 구체화했다.

안 후보는 “오늘 여러분의 얘기를 듣고 보니까 입지 선정과 공사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가 주민들을 만나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저 자신이 먼저 강정마을을 다시 찾아 전임 정부의 일이지만 사과하겠다”고도 했다.

우선 안 후보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2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안 후보는 먼저 해군기지가 과연 대한민국 제주에 건설돼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여러 정부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 지금 고급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제주에 해군기지가 있는 것은 국가 안보상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눈여겨봐야 대목은 ‘고급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점. 만약 대통령이 되고, 고급정보를 접한다면 또 다른 판단,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대해 고권일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고급정보를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판단했다는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여지를 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안 후보는 또 아무리 제주해군기지 결론이 났더라도 주민들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구하지 못했고, 추진 과정 상에 갈등을 증폭시킨 문제에 대해서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안 후보는 “추진과정에서 마을 주민과 친척들 사이에서 반목과 갈등을 야기시킨 데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마 선언 이후 쌍용차,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장, 그리고 이곳 강정마을까지 갈등현장을 찾은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함이다. 그래야 이곳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국가 지도자가 되려면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보고나 받고, 언론으로만 접해서는 안된다.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고통을 직접 보고 느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강정 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강정주민들을 찾아 뵙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전 정부의 일이지만 다시 한번 강정마을을 찾아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주민들은 해군기지 전면 백지화를 주장한다”고 전제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사가 먼저 중단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 입지 선정을 비롯해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며 거듭 ‘선 공사중단 후 전면 재검토’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20분 정도 넘겨 낮 12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간담회를 마친 안 후보는 마을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요청에 의해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차량을 멈춘 뒤 농성중인 평화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평화활동가들은 “왜 이제야 왔느냐”면서 울부짖기도 했다.

▲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 2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안철수 대선 후보. ⓒ제주의소리
한편 안 후보는 지난 7월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주민설득 부족, 소통부재 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강행된 강정마을 공사는 무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역대 4개 정부가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받아들이는 게 옳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날 강정마을주민들과의 대화에서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 했다.

현재 이 부분이 강정마을을 비롯해 시민사회 등에서 역공을 받고 있다.

대권주자 중 비교적 뚜렷하게 제주해군기지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짚었지만, ‘4개 정부가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때문에 근본적인 인식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안 후보는 이후 서귀포농협감귤유통사업소, 구좌읍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등을 차례로 방문한 뒤 오후 7시에는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주희망콘서트’에 참석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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