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건축 산책] (6) 현대화, 경제화에 밀려 이미 사라져가는 제주의 '등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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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명대의 관리와 점화는 어떻게 했을까

등명대의 관리운영은 어촌마을 어부들이 주체였다. 어부들이 당번을 정하여 해 질 무렵 뱃일 나가는 어부와 그 부인들이 불을 켰고 또는 특정인에게 위탁하여 점등과 소등을 하도록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등명대에 불을 놓아두었던 상부부분의 형태는 등명대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등명대의 형태와 구조적인 특징으로 짐작하여 볼 때, 방사탑형태의 용담동 등명대의 경우는 점등만이 놓여 있는 형태다. 고산리 등명대와 같은 사다리형 등명대의 경우는 불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형태를 갖는 석등이 별도로 설치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 불을 놓아 두었던 등명대 상부모습. ⓒ김태일

북촌리 등명대, 하귀리 등명대, 구엄리 등명대과 같은 상부가 비교적 넓고 평탄한 등명대의 경우에는 불을 걸어두기 위한 철제 혹은 목재형태의 구조물을 별도로 설치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북촌리 등명대와 구엄리 등명대의 상부에는 불을 켜두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의 흔적을 살펴 볼 수 있다

▲ 등명대 상부에 별도의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사례(왼쪽 : 하귀리 등명대(인용자료), 오른쪽:구엄리 등명대) ⓒ김태일

학계에서는 등명대의 점등에 사용된 연료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갔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연환경에서 구할 수 있었던 송진류의 솔칵(송진이 많은 소나무 가지나 옹기를 칭하는 제주어)으로 불을 지폈거나, 생선기름인 비근다리(상어류) 기름 .궂은(고기)기름을 이용했다. 이후 석유, 카바이드 등으로 변해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을에 전기라 들어오고 어업수단이 발달되면서 등명대 기능이 축소되었으며 현재는 거의 10여곳 정도에 남아 있을 뿐이다.

#. 소통의 빛, 문화재로서의 등명대의 보존에 대하여

근대와 현대로의 전환기에 남겨진 문화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체 잊혀 져 가고 있지만 분명히 제주 역사의 한 면을 나타내는 중요한 문화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등명대’다. 일제 강점기에 강탈한 물자를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 혹은 여객선의 안전한 항해하기 위해 행정주도로 건축되었던 현대식 등대가 건축되었던 것과는 달리 등명대는 어촌마을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건축되고 관리되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이는 일제강점기라는 정치적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 고단한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가려고 했던 사람들의 혼(魂)이 담겨진 장소이자 흔적인 것이다.

▲ 북촌리 등명대에는 몇 개의 구멍을 뚫어 첨화시설을 설치한 흔적이 보인다. ⓒ김태일

1970년대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육지와 바다, 어부와 어촌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여 주었던 소통의 빛, 등명대는 차츰 그 불빛을 잃어가게 되었다. 불빛이 약해지고 꺼져 가면서 등명대에 담긴 애달픈 제주 어촌마을 사람들의 삶의 역사도 잊혀 져 가고 있다. 제주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많은 문화유적만큼이나 등명대는 제주 사람들의 삶의 역사를 알려주는 훌륭한 문화자원이다.

우리들의 무관심속에서 1990년대에 18기였던 등명대가 지금은 10여기밖에 남아있지 않다. 포구를 현대화한다는 이유로 해안도로를 개설한다는 이유로 혹은 별다른 문화적 가치가 없다고 철거해버리는 무지함에서 일어나는 일들인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적 가치는 역사적 배경이 있을 때 더욱 빛나는 것이며 의미가 깊은 것이다. 등명대는 어촌마을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돌 하나하나를 쌓았던 혼(魂)이 담긴 것이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빛을 통한 소통의 유적」으로서 문화재의 가치는 충분히 갖고 있다.

따라서 조속히 문화재로 지정되어 그나마 남아있는 등명대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것이고 학술적으로도 등명대에 대한 보다 깊은 조사를 통해 등명대 연구자료가 더욱 보완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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