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현인택 외 '동아시아 환경안보'

   
‘환경안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채택한 최초의 책을 읽었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평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올 가을에 출간된 이 책이 너무나 반가웠다. 기대만큼 평화에 대한 철학적인 해답은 없었지만, 안보의 개념을 정치, 군사 영역에서 환경으로 보다 더 확장시킨 것인 만큼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 또한 ‘동아시아’라는 지역차원에서 접근 한 것이기에 주변국의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 안보개념의 변화
지난 시기 냉전에 이어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안보(Security)라고 하는 것은 항상 반공, 반북이다. 북한의 한반도 적화전략에 따른 남침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방을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주요논지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하며, 대한민국을 군사화시키는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도 친해야 하고, 그들이 저지른 베트남침략과 이라크침략 처럼 나쁜 전쟁에도 ‘국익’을 위해서 파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안타깝지만, 이것은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안보’는 위와 같은 정치.군사적 안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냉전이 끝나면서 여러 연구자들은 군사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경제-사회-환경 등에서 안보위협을 발견하였고, 그러한 영역을 점차로 ‘안보’의 개념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국가안보를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인 ‘인간안보’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환경안보’도 새로운 안보의 위협문제로 떠올랐다.

# 환경안보
저자들이 주장하는 ‘환경안보’는 환경문제로 인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때를 말한다. 단순한 환경문제가 안보의 주체인 국가를 위협하지 않을 때는 환경안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이라 한다.

- 대기오염
이들이 꼽는 환경안보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칠 때를 맨 처음으로 꼽았다. 대부분 중국의 석탄연소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들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와 일본열도로 날아가는 문제이다. ‘황사’또한 환경안보를 위협하는 주요한 도전중의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 에너지 안보
두 번째는 ‘에너지안보’이다. 동아시아지역에서 에너지안보 문제는 심각하다. 한.중.일 모두 원유를 중동에 대부분 의존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석유공급이 불안정하게 되면 이 들 나라에서의 에너지안보는 위협을 받게 된다. 그렇게 때문에 이들 나라들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들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한.중.일 3국 중 어느 곳으로 먼저 건설하는가 하는 문제는 이 지역에서 에너지안보문제가 어떻게 각 국의 이해관계와 중첩되는 지를 보여준다. 또한 동중국해에서의 원유개발도 마찬가지로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자원에 대한 문제는 결국은 한-일 간의 독도 영유권문제,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 섬 문제등과 관련이 있다.

- 핵폐기물
셋째로 에너지와 관련된 핵폐기물의 문제이다. 핵폐기물과 관련된 환경안보의 문제중에는 지난 90년대 초 러시아가 동해에 핵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한 사건과 대만이 북한으로 핵폐기물을 수출하려던 사건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일본-한국-대만-중국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꼽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붇고 있다. 이들 원자력발전소들은 사용 중에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것 뿐 만 아니라, 유사시에 적국의 폭격목표가 됨으로써 환경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

- 물
동아시아에서 수자원안보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물부족으로 인한 전쟁위협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자원 안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수질오염이다. 지난달 중국 지린성의 화학공장의 폭발로 인해 대량의 벤젠이 쏭화강으로 유입되어, 하얼빈의 수백만의 시민들이 며칠간 급수를 중단되었으며, 하류에 있는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시(市)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수질오염이 국경을 넘어 안보문제로 까지 비화된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 해양
해양에 관해서도 물의 경우처럼, 해양오염이 가장 큰 안보위협이 된다.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유조선이 반-폐쇄해인 황해나 동해에서 침몰한다면 엄청난 양의 석유가 유출되어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킨다. 이뿐만이 아니라, 내륙에서의 오염물질들을 해양에 투기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치므로 안보문제가 된다.
또한 해양분야에서 중요한 안보문제로 어업문제가 있다. 현재 양 국간의 어업협정은 체결되어 있으나, 다자간 어업협정은 없는 실정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적인 어업국가이며, 이들이 잡는 어획량으로 인해 어족자원이 고갈에 이르렀다. 따라서 현재 남아있는 어족자원을 보호하면서, 각국이 충돌을 하지 않고 어획을 할 수 있는 공동의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식량
마지막으로 환경안보를 위협하는 도전중에 ‘식량’문제가 있다. 현재 동아시아 3국은 모두 식량수입국이다. 중국의 물부족 문제에 따라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면, 식량생산량도 감소하게 된다. 이것이 중국의 식량을 수입하는 1위-2위 국가인 일본과 한국에 끼치는 영향을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식량과 관련한 문제중 북한의 기아에 따른 탈북자문제가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탈북자들을 ‘환경난민’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북자는 인권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 동아시아의 환경협력
동아시아에는 위와 같이 대기, 에너지, 수자원, 해양, 식량 등의 문제로 인해 환경안보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들은 따라서 이러한 환경안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동아시아환경안보협력체라는 ‘레짐’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국의 정보를 상호교류하며, 서로의 문제에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대처하는 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 환경과 평화의 길로
이 책의 저자들은 대부분 기존의 전통적 안보인 정치.군사 영역만을 연구해 왔던 학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들의 연구틀에 환경문제를 끌어와서 ‘환경안보’ 개념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안보’만 있을 뿐, ‘평화’는 없었다.

환경의 관점에서 ‘평화’를 이야기하자면, 이들의 주장한 ‘환경안보’를 넘어서야 한다. 이들의 글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태도는 기존의 보수주의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몇몇 논문에 인용된 수치중에서는 잘못된 자료도 적지 않아보였다. 이들이 환경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군사적 원인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국가차원의 ‘안보’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미군기지에 의한 한반도 환경파괴문제는 우리의 인간안보를 위협한다. 예를 들어, 미8군에 영안실에 근무했던 맥팔랜드는 한강에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를 무단으로 방류했다. 이것은 수백만 서울 시민들의 수자원안보를 위협한다. 또한 환원될 미군기지들에서도 기름유출등 다양한 종류의 환경오염문제가 밝혀지고 있다. 그뿐 만아니라 군부대의 주둔으로 인해, 사격장소음문제, 생태계파괴 문제등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면서 ‘환경안보’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환경안보는 우리의 평화를 위한 개념으로 바뀌어야하고, 전통적 안보개념과 충돌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문제도 이러한 새로운 ‘환경적 평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효과를 앞장세우면서 군기지를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 진정으로 지역경제를 위한 것인지를 간과하게 된다.
더 이상 냉전시대의 산물인 군사안보만을 주장하는 것은 21세기의 평화에 뒷걸음질 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