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도 “다음 도정과제로 넘기라”…연내 제주특별법 개정 계획 사실상 ‘좌초’

▲ 우근민 도정이 밀어붙이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강한 견제구를 날리면서 향후 입법화 전망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벌써부터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제주의소리
제주도정이 밀어붙이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정치권의 반발이란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시민사회 진영이 ‘무늬만 자치권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한 우근민 지사의 “고도의 선거전략”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주특별법 개정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진보정당뿐 아니라 집권여당과 제1야당까지 등을 돌리면서 우 도정은 비빌 언덕이 없는 고립무원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13일 논평을 내고 내년 지방선거를 10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실시 여부를 도민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제주도정의 방침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도민사회의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만큼 차기 도정 과제로 넘기라고까지 했다. 지난 8일 먼저 입장을 내놓은 민주당 제주도당과 똑 같은 주문을 내놓은 셈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행정시장 직선제가 진정한 기초자치단체 부활과를 거리가 멀다며 우 도정의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을 일축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10개여월 정도 남기로 도민보고회라는 형식을 빌어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숨겨진 의도를 의심했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얘기라고는 했지만 한 마디로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고도의 선거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문제로 가뜩이나 도민사회가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들은 “행정체제 개편은 단순하게 도민의견 몇 번 수렴하고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닌 제주의 백년대계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시간을 두고 도민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검증에 검증을 거쳐도 지나치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 3년여 세월을 허송세월 한데 대한 일차적 책임도 우근민 도정에 초점을 맞춰졌다.

이들은 “지난 3년 허송세월 보내고 나서 이제와서 ‘제주특별자치도형 자치단체 부활’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추진하려는 것은 도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12일부터 시작된 도민보고회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하고 관변 단체 위주로 이뤄져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많다”고 지적한 뒤 우근민 지사를 향해 “행정체제 개편 문제를 다음 도정의 과제로 넘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이날 오전 당 소속 도의원과 당직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

이날 새누리당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우 지사의 ‘말 바꾸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을 도울 응원부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도의회 다수당이자 무소속 우 지사의 친정격인 민주당도 “도민총의를 모으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하고 차기 도정 과제로 넘기는 현실적인 차원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다고 제1·2당이 행정체제 개편방향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도민들의 관심 사항인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직접적인 찬·반 의견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3의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도민사회 갈등·분열 등이 우려되는 만큼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는 ‘핑퐁’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물론 속내에는 차기 도지사선거를 염두에 둔 ‘견제구’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유력정당들과 달리 진보정당들의 입장은 뚜렷하다. 법인격을 갖는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라는 것이다.

한편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1·2당이 “차기 도정으로 넘기라”고 주문한 만큼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 역시 이 정도 수위의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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