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여유법이 제주관광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한 달 사이에 관광객이 30~40% 급감하면서 여행업계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여유법 시행 한 달을 맞아 11월3~7일 중국 현지(상하이·하이난)를 방문, 관광시장 동향을 살펴봤다. 2회에 걸쳐 제주관광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응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중국 하이난에 있는 국영면세점 CDFG(China Duty Free Group) 싼야 1호점. 오전 10시 개장 시간에 맞춰 고객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에서 중국인의 ‘면세쇼핑’에 대한 매력도를 느낄 수 있다. ⓒ제주의소리

[여유법, 독인가? 약인가?] <하>“물가 치솟는 중국, 제주 쇼핑관광 최고 메리트”
中관광객 겨냥한 대형 쇼핑센터 필수…中국영면세점 ‘희망기금’ 지역상생 모델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 여행과 쇼핑 옵션 등은 ‘제주는 싸구려 관광지’라는 심어줄 수밖에 없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세계 7대 자연경관, 세계인의 보물섬이란 찬사를 받은 제주치곤 해외 아웃바운드 관광시장에서 초라해도 너무 초라하다.

그렇다면 제주관광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까. 일단 가까운 중국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들의 니즈(needs)를 해결해주는 것이 곧 여유법 시행으로 제주행 비행기나 크루즈에 몸을 싣기에 주춤한 중국 관광객인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다와 산 등 빼어난 자연풍광이지만, 쇼핑에 대한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에 나가 면세쇼핑 제대로 하면 여행경비 다 빼고도 남는다”는 말에서 면세쇼핑의 매력은 그대로 묻어난다.

실제 지난 7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펑 하이빈 환도여유투자관리유한공사 총경리도 “중국인들이 해외에 갔을 가장 희망하는 것이 면세점 쇼핑”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무이자 입국이 가능하고, 중국 화동지역과는 비행기로 1시간, 크루즈를 타도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가 최대 장점이다.

자국 면세점 상품조차 ‘짝퉁’을 우려할 정도로, 한국(제주) 면세점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가격 없이 자국과 비교해 20~30%가 저렴하다.

이렇듯 지금 중국에는 돈 쓸 곳을 찾는 잠재 해외관광객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들이 곧 제주관광의 잠재 수요인 셈이다.

ITOP포럼으로 제주에도 잘 알려진 중국 하이난 성. 중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휴양관광도시다. 사계절 따뜻한 날씨 때문에 특히 겨울철에 관광객들이 더 몰리는 곳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유일의 내국인면세점 CDFG(China Duty Free Group) 싼야 1호점이 있어 쇼핑관광객들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 중국 하이난에 있는 국영면세점 CDFG(China Duty Free Group) 싼야 1호점. 오전 10시 개장 시간에 맞춰 고객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에서 중국인의 ‘면세쇼핑’에 대한 매력도를 느낄 수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6일 오전 10시. 문 열기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손님이 몰리자 구불구불 긴 줄을 유도하긴 위한 시설이 눈길을 끈다.

휴양도 휴양이지만 면세쇼핑을 위해 하이난을 찾은 내국인도 부지기수라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이 국영면세점은 2009년 문을 열었지만 다음해 확장 오픈했다. 2011년 276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한해 방문 고객은 43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늘어나는 고객들을 감당하지 못해 지금은 인근에 2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 면세점을 찾는 고객의 90% 정도는 자국민이다. 내국인이 면세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있는 JDC공항면세점이나,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중문면세점과 같다고 보면 된다.


“면세쇼핑 무한매력, 대형화·집적화 필요”

 롯데면세점 김보준 부문장(마케팅 부문)

   
중국의 고민 역시 다른 데 있지 않다.

여유법은 자국민을 싸구려 해외관광에서 보호한다는 취지로 10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외 여행을 억제하고 자국 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자국 내에서 치솟는 물가, 특히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요금 등은 해외로 자꾸 발길을 돌리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의 니즈가 뭔지를 파악하는 게 곧 제주관광이 살길인 셈이다.

중국 국영면세점이 있는 하이난에서 느낀 점은 중국인이 ‘면세쇼핑’에 대해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면세쇼핑 제대로 하면 여행경비 다 뽑고도 남는다”는 말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중국인들은 자국 면세점 물품은 안 믿어도, 한국(제주)면세점 물품은 믿을 정도로 한국 면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문제는 이들의 지갑을 어떻게 하면 많이 열게 하느냐다.

김보준 롯데면세점 부문장(마케팅)은 제주형 시내면세점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물론 중문관광단지 내 롯데면세점의 제주시내권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지만, 제주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외국인면세점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특히 김 부문장은 여러 개의 쇼핑몰이 특정 지역에 모이는 ‘집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년 넘게 면세점 마케팅이라는 한 우물을 판 그는 “고객은 본인이 희망하는 물품을 찾아 모든 쇼핑몰을 내방해 확인하려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면서 “단일 쇼핑몰에서 브랜드의 구색을 갖추는 것보다 다수의 쇼핑몰에서 유사한 브랜드 구색을 갖추는 것이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대형화, 집적화를 통해 ‘파이’를 기울 수 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쇼핑관광을 원하는 중국인들은 많고, 제주는 이들에게 충분히 ‘면세쇼핑’의 매력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 역시 제주관광의 몫이다.

중국 국영면세점의 매출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정확한 매출액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면세점 업계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760억원에서 2012년 3517억원, 올 상반기에는 벌써 2638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가지요금’이다. 이미 하이난은 살인적인 물가로 자국민들에게서조차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돈 쓸 곳을 찾고 있는 이들이 바로 제주관광이 눈독을 들여야 할 타깃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제주는 하이난보다 물가가 싸고, 상하이에서는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어 하이난(상하이-하이난 3시간)보다 더 가깝다.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문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형 쇼핑센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하이에서 만난 펑 하이빈 총경리는 “한국 면세점은 규모나 다양성에서 부족하다. 한꺼번에 수천명이 이동하는 크루즈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대형 쇼핑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형 쇼핑센터 건립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미 제주는 쇼핑아울렛 사업 추진 및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확장공사에서 보듯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지역 상생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도내 면세점 업계가 중국 국영면세점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중국 국영 면세점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희망기금’을 적립하고 있었다. 현재 제주도가 5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관광진흥기금’과 비슷하다. 조성된 기금으로 지역 관광발전을 위해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지역 내 학교를 설립, 지원하기도 하고, 면세점 2층 매장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특산품을 비면세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공공사업으로 이익을 내고 지역주민을 위해 기금을 적립하는 중국 국영면세점의 운영과 영업 방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제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쇼핑만족도를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쇼핑인프라 확충이 필요다. 여유법이 쇼핑강매, 쇼핑장소 지정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이면서 취향에 맞는 쇼핑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면세쇼핑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집적화, 대형화를 통해 비교 구매를 유도한다면 오히려 지갑을 더 많이 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고품질 자유여행상품의 개발과 마케팅, 중국인관광객 수용태세 정비, 동남아시장 공략 강화 등 시장의 다변화를 아울러 주문했다.

상하이에서 만난 천유웅 불야성국제여행사유한공사 총경리의 말은 제주관광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자국에서 바가지요금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는 아직까지 인식이 좋다”.

중국 여유법 시행이 제주관광에 궁극적으로는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 이 역시 제주도가 얼마나 준비하고, 중국인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 판매하느냐에 달려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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