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제주도지사와 제주도교육감 선거 출마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6.4지방선거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제주도지사 선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다. 최종 대진표가 나오려면 갈 길이 멀다. 중앙당의 선거전략, 후보간 합종연횡 등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는 아직도 많다. 남은 변수들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6.4선거 남은 변수는?] <2>안철수 변수, 신구범·강상주 ‘새정치 인물’ 맞나?

   
요즘 제주지역 ‘안철수의 사람들’은 잔뜩 고무되어 있다.

최근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제주지역 인터넷언론 6사가 실시한 6.4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가칭 ‘안철수 신당’의 약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은 정당지지도 24.4%로 새누리당(36.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16.5%)을 3위로 끌어내린 것이다. 통합진보당(1.1%)과 정의당(0.6%) 등 진보정당은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정당 ‘없음’은 21.2%였다.

‘안철수 신당’주자로 신구범 전 지사가 나섰을 때를 가정한 3자 가상대결(새누리당 김방훈·우근민, 민주당 고희범·김우남)에서도 신 전 지사는 3승1패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오차범위 내(±3.1%p)이긴 하지만 신 전 지사가 이처럼 선두에 얼굴을 올린 것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철수 신당’ 약진 현상은 그야말로 안철수의 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여론조사가 있기 전인 지난 1월21일 안철수 의원이 제주에서 직접 ‘안풍’ 점화에 나섰기 때문. 이보다 며칠 앞서 안철수 신당 합류를 선언한 신 전 지사가 최대 수혜자가 됐다.

문제는 신구범 전 지사와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이 안철수 표 ‘새 정치’에 부합한 인물이냐다.

이유야 어쨌든 신 전 지사는 소위 ‘제주판 3김’ 중 일원으로 20년 넘게 제주사회를 ‘신파’와 ‘우파’로 양분시킨 장본인이다. 본인들이 부인할지는 몰라도 제주사회에 큰 생채기를 남긴 ‘패거리 정치문화’는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 번에 걸친 당적 이동에 따른 ‘철새정치’ 논란(신구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공천 과정에서 탈당한 전력(강상주)도 ‘새 정치’그릇에 담기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안철수 표 ‘새 정치’가 탄력받기 위해서는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구범·강상주 카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도민들이 많다.

따라서 ‘안철수 신당’이 어떤 인물을 새 정치 후보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安風’(안철수 바람)은 돌풍이 될 수도,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수도 있다.

‘안철수 변수’는 야권연대와도 맞닿아 있다.

인물 중심의 선거구도에서 새누리-민주-안철수 신당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삼국지’ 형국처럼 보이지만 중앙당이 선거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어쨌거나 정당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은 40~50%의 견고한 지지율을 자랑한다. 결국 안철수 신당이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중원공략에 실패할 경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 자칫했다간 후발주자인 안철수 신당에 역풍이 불수도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선택 가능한 카드는 ‘야권연대’로 모아진다.

아직까지는 양당 지도부에서 야권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지만 막판 양당의 참패가 예상될 경우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연대가 성사되면 제주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과 야권의 ‘빅 매치’로 국면이 전환된다.

이 경우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정치 이벤트’가 마련될 수 있어 본선 경쟁력을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안철수 바람이 적당히 분다면 40~50%대의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참패를 예상한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 논의가 더 빨라질 수 있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 상황은 금방 역전된다. 누가 야권단일 후보로 나서든 단일화 이벤트로 인한 시너지가 발생, 새누리당 쪽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치의 변방이라고는 하지만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안철수 변수를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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