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 쉬운 터미널과 정류장 만들어야

제주도청이 제주도 대중교통 정책을 만들기 위해 교통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는 제주도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여 반갑고 고맙습니다. 지난 2005년 여름 한 시내버스 업체의 업무 정지와 함께 제주도 대중교통의 문제는 폭발하는 듯했습니다. 그 후 신문지상에서 많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문제를 거의 포기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되살려야 할 필요성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1. 왜 대중교통이 중요한가?

(1) 인간이 정부를 만드는 이유

대중교통을 논하기 전에 우선 우리 인간이 왜 정부를 만드는지 생각해봅시다. 인간이 정부를 만드는 이유는 서로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킴으로써 모두에게 더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가 자동차의 우측 통행입니다. “도로에서 자동차는 오른쪽으로 달린다.”라는 이 간단한 약속을 우리가 만들고 이것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교통은 원활하게 돌아가고 모든 사람이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사람이 약속을 안 지켜 급한 마음에 역주행을 한다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볼지 모르지만, 이럴 경우 혼란이 벌어지기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 인간들은 정부를 만들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처벌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라는 제도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발휘하고 있는 뛰어난 지혜의 산물입니다.

(2) 대중교통의 상태는 정부의 상태를 보여준다.

위와 같이 인간이 정부를 만드는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우리는 대중교통의 상태가 정부의 상태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대중교통이 잘 정비되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부가 훌륭하게 조직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버스 몇 대 구입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노선 획정, 시민들에 대한 캠페인, 운수업체 관리, 전용 차선과 정류장의 개선, 심지어 도로 주변 토지 이용 계획 등 복잡한 일들이 얽혀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복잡한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시민들에게 훌륭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우리는 훌륭한 정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중교통은 운수업체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가 담당할 문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합니다.

(3) 대중교통은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잘 정비된 대중교통은 관광객을 끌어들입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흔히 우리는 관광버스나 렌터카 또는 택시만 제공하면 관광객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렇게 해야 관광객으로부터 많은 수입이 창출된다고 생각합니다. 즉, 돈을 쓰러 온 관광객이라면 몇 백원짜리 버스를 탈 게 아니라 몇 만원을 들여 렌터카를 빌리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오해입니다. 제주 관광에 대한 불만 중 가장 큰 요소는 비싸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주 관광이 비싸게 된 원인에는 항공요금이 가장 크지만 제주 내에서 체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관광객이 버스만 타도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면 관광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알려진다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많아질 것입니다.

2. 제주도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정책 방향

(1)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의 개선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단수히 차량 몇 대를 구입하거나 노선을 확충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혹은 정책교통평가원에 용역을 맡긴다고 해서 한꺼번에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그 연구결과를 실행에 옮겼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중교통 정책은 도로 개선과 토지 이용 계획, 혹은 주택 건설 계획과도 관련시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이를 한 발 한 발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장기적인 비전 없이 단기적인 대응만 한다면 예산은 예산 대로 들이면서 성과는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2) 장기적인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면 장기적인 전담 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가능한 한 이 전담 기구에서 일하는 사람은 부서 이동 없이 이 전담 기구에서만 평생 일할 만큼 대중교통 문제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대중교통의 획기적인 개선의 성공사례로서 전세계적으로 칭송되는 브라질 꾸리찌바 시의 경우에도 전담 기구를 만들고 20년 이상 연구와 실행을 거듭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습니다. 이 전담 기구는 공무원으로 구성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이 계획을 위한 용역을 주는 일, 운수업체를 지원하고 감독하는 일,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일 등 대중교통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면 될 것입니다. 지금 현재 제주도청과 제주시청에 있는 대중교통 담당 공무원들을 이 기구로 묶어내고, 부서 이동이 제한된 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만 해 주어도 이 전담 기구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3) 연구 용역을 제주도 내 연구기관에 맡기자.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서울이나 외국에 있는 연구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서울이나 외국에 있는 연구기관은 이론이 깊고 경험이 많아서 좋은 연구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주시가 이미 서울에 있는 연구자에게 용역을 맡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임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용역을 제주도에 있는 연구자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그중 첫번째는 산업과 학문이 연계될 때 산업도 학문도 같이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벌써 오래 전인데, 국제자유도시로 만들 수 있는 기반 중 핵심적인 것이 바로 교육기관, 연구기관, 그리고 인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제주도 내에 있는 연구기관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비록 제주도 내에 있는 연구기관의 능력이 서울에 있는 연구기관보다 떨어진다 하더라도 제주도 내 연구기관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1970년대에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입을 금지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가능한 한 연구용역을 제주도 내 연구자에게 맡겨야 제주도의 자원이 외부로 빠져 나가지 않고 제주도 내에서 순환함으로써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대중 교통 연구 용역을 제주도 내 연구기관에 맡겨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이것이 장기적인 대중교통 정책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책에 있을지 모르지만 노하우는 사람에게 남습니다. 대중교통 연구를 제주도 내 연구자에게 맡긴다면 향후 이삼십년 동안 위에서 말한 전담 기구가 그 정책을 실행할 때 만나는 문제들을 연구자에게 다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외국차의 정비공장이 제주도에 없다면 아마 여러분은 외국차를 사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연구의 경우에도 실제로 제주도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 연구자에게 맡겨야 향후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대중교통 연구 용역을 제주도 내 연구기관에 맡겨야 하는 세번째 이유는 연구자들 스스로가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대중교통의 문제를 피부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에 관한 학문은 순수 자연과학이 아닙니다. 이 학문은 여러 가지 사회 현상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이론이 분명 있지만, 그 이론을 각 도시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문제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을 잘 알고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연구 용역이 실행된 이후 그 결과도 직접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제주도 내에 있는 연구기관에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제주도 내 연구기관이 이론이 부족할 경우 이를 해결할 방법도 있습니다. 이론에 풍부한 연구자를 이 용역이 실시되는 기간 동안에만 제주도로 초빙해서 제주도에 기거하면서 공동으로 연구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제주도 내 연구자는 그들로부터 선진 이론을 배우게 됩니다. 이렇게 한다면 이론 부족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입니다.

(4) 예산 지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자.

대중교통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예산을 지출해야만 합니다. 정부예산도 결국 도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니, 정부예산을 쓸 적에는 그 예산을 씀으로써 도민의 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정부예산 1억원을 쓸 때 도민 지출 10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봅시자. 대중교통이 활성화된다면 도민들이 자가용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자가용 구입비와 자가용에 소요되는 유류비 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나는 1억원과 10억원이라는 금액을 제시했지만, 이는 예시일 뿐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 예산을 일정액 지출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민간부문에서 절약된다는 점입니다.

정부예산 지출로 인한 민간부문 비용 감소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장기간이 필요합니다. 올 한 해 예산을 1억원 지출했다고 바로 올해에 민간 부문 비용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는 현명하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해 장기적으로 신뢰해야만 행동을 바꿉니다. 더욱이 자가용 구매 의사 결정은 1년짜리 단기 의사결정이 아니라 적어도 5년 이상의 장기 의사결정입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대중교통이 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또한 이렇게 정부가 예산을 지출하기 시작하고 실제로 대중교통이 개선된 것이 피부로 느껴져야만 소비자들은 의사결정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을 바꾸기 전까지는 정부 예산 지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므로 최소한 10년 정도는 정부 측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이렇게 장기간 대중교통에 예산을 투입할 의사가 있을까요? 정부가 도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생각해서 이 질문을 다시 해보면, 우리 도민은 제주도청 혹은 제주시청이 이렇게 대중교통에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을 좋아할까요? 아니면 그냥 대중교통은 포기해 버리고 그 예산을 다른 것에 쓰기를 원할까요? 나는 이 부분에 대한 도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도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부터 우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대중 교통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대중 교통을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몇몇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책 방향에 대한 도민의 합의입니다. 그러므로 버스를 몇 대 투입할 것인지의 문제나 노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어떻게 수립해 나갈 것인지의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도민의 합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합니다. 위에서 제안한 내용을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토의를 위한 아이디어 혹은 안건일 뿐입니다.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많이 있을 것입니다. “꿈의 도시 꾸리찌바”라는 유명한 책에만 해도 브라질에 있는 그 도시에서 대중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던 여러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도민들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디어들을 모아내고 그 중에서 제주도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추려 내는 일입니다. 아래에서 나는 내가 가진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1) 제주시 단위가 아닌 제주도 단위로 생각하자.

제주시 대중교통 정책은 제주도의 대중교통 정책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어야 합니다. 마치 중세 유럽의 도시들이 주변 농촌지역과 긴밀한 연관을 지으면서 성장했던 것처럼 제주시는 제주도의 중심도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주시와 제주시 이외 지역의 교통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주중에는 제주시내에서 일을 하다가 주말에는 제주시 외에 있는 고향집을 찾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제주시내 교통이 좋아진들 시외로 나가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면 사람들은 시외로 나가는 데 쓰기 위해 자가용을 사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자가용 대수를 줄이고자 한다면 제주시에서 시외로 나가는 대중교통까지 만족할 만큼 개선되어야 합니다.

(2) 소형버스를 도입하자.

소형버스 얘기를 하기 위해 네팔의 얘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저는 2005년 5월에서 6월까지 두 달 동안 네팔의 수도인 카투만두에서 지냈습니다. 정부는 내전을 치르느라 대중교통 등 민생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투만두의 대중교통은 훌륭히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버스만 타고서 시내 곳곳을 두루 구경했습니다. 그 핵심적인 요인이 저는 소형버스인 것 같습니다. 카트만두와 시외를 연결하는 시외버스는 40인승 대형버스이지만, 시내를 돌아다니는 버스는 거의 모두 12인승 소형버스였습니다. 소형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 구입비나 유류비 등을 줄일 수 있고, 그래서 정부 지원 없이도 버스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주도에도 소형버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12인승 소형버스의 가격은 약 2천만원, 40인승 대형 시내버스는 8천만원 정도 합니다. 버스를 8년 동안 사용한다면 소형버스는 매월 20만원, 대형버스는 매월 80만원 정도를 차량 구입비로 사용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만일 대형버스 대신 소형버스를 이용한다면 60만원 정도의 돈을 매월 고스란히 회사의 이익으로 남기거나 운전기사의 월급을 올리는 데 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커다란 버스가 승객 한 두 명을 싣고 운행하고 있는 제주도내 버스를 보고 있자면 왜 소형버스를 도입하지 않는지 궁금해집니다.

(3) 택시도 고려하자.

마지막으로 저는 제주도가 대중교통 정책을 세울 때 택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주도의 택시 또한 영업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택시기사가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나아가 택시기사의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택시의 수익성도 반드시 높여 주어야 합니다. 더욱이 버스가 잘 안 다니는 시외 지역에서 최근에는 서민들도 택시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택시도 대중교통으로서의 역할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택시 기사나 택시 차량을 정부가 지원하거나 이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혹은 이용자가 적은 노선에 대해서는 택시 차량을 버스처럼 이용하되 여기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4. 획기적인 개선 방법: 갈아타는 시스템

나는 이 글에서 제주시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의 대중교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갈아타는 시스템”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제주도청도 이미 시외버스 이용자가 시내버스 요금을 안 내고 탈 수 있는 교통카드를 도입하는 등 갈아타는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습니다. 대중교통의 질이 안 좋은 이유, 즉 사람들이 자가용에 의존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요금이 비싸서일까요? 저는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서”, 즉,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씀씀이는 이제 커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하고서라도 더 좋은 품질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의사가 있습니다. 자가용 차량의 구입대수가 11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는 최근의 보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즉, 교통카드 할인제도는 대중교통 비용을 낮추어 줄 뿐 그 질을 높여 주지 않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성공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1) 갈아타는 시스템은 같은 자원으로도 교통의 품질을 높인다.

갈아타는 시스템은 대중교통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시 중앙로 현대약국앞 정류장과 관덕정 앞 정류장을 생각해봅시다. 시청에서 용담동으로 가고 싶은 사람의 경우 중앙로 현대약국 앞에서 내력 관덕정 앞까지 걸어간 다음 갈아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두 정류장이 거의 몇 백 미터나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두 정류장이 한 장소에 있다면 어떨까요? 시청에서 중앙로를 거쳐 함덕으로 가는 버스나 함덕에서 중앙로를 거쳐 용담으로 가는 버스가 한 곳에서 정류한다면 시청에서 용담으로 가는 사람은 함덕으로 가는 버스를 타서 중앙로에서 내린 다음 함덕에서 용담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즉, 갈아타는 정류장이 있다면 버스의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의 수가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이 편한 이유는 갈아타기 편한 지하철과 그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을 구석구석으로 실어 나르는 마을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2) 갈아타기 쉬운 터미널의 설치

그러므로 저는 제주도에 갈아타는 버스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제안합니다. 우선 현재 있는 제주시 시외버스 터미널을 없애고 그 대신 공항 근처의 해태 동산과 우당 도서관 앞 오거리에 두 개의 시외버스터미널을 만듭니다. 여기서는 서회선 시외버스와 동회선 시외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시내버스로 갈아타게 됩니다. 그리고 제주시청과 중앙로에도 커다란 정류장을 만들어 주요 노선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다른 주요 노선 버스로 갈아타게 합니다. 이 네 개의 터미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터미널에는 수많은 버스가 기다리며, 사람들은 이 터미널에서 내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다른 버스로 갈아 탑니다. 터미널은 반드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갈아탈 버스의 위치를 찾기 쉽도록 안내판을 설치합니다. 또한 터미널 설치 시에는 버스와 사람들의 이동 경로를 잘 고려해서 혼잡을 피하고 갈아타는 이동 거리가 짧아지도록 설계하면 됩니다.

(3) 주요 노선 대형 버스와 지류 노선 소형버스의 도입

또한 제주시내 버스는 서울시의 지하철과 같은 역할을 하는 주요 노선 버스와 이용객이 적고 구석구석까지 연결하는 지류 노선 버스 두 종류로 나누기를 제안합니다. 주요 노선 버스는 서울시 지하철처럼 색깔별로 구별해서 갈아타는 터미널에서 버스 위치를 찾기 쉽게 만듭니다. 또한 주요 노선 버스는 서울시 지하철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문을 여러 개 만듭니다. 버스 요금은 지하철처럼 터미널에 들어갈 때 지불하면 되며 이 또한 갈아타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지류 노선 버스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소형 버스를 이용하여 차량 구매 비용과 유지 비용을 줄이게 됩니다.

(4) 교차로 중앙에 설치되는 터미널

위에서 나는 시청과 중앙로에도 중요한 터미널을 짓자고 했는데, 여기에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갈아타는 터미널에서는 (1) 각 방향에서 온 버스들이 진입하기 쉬워야 하고 (2) 버스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출차하기 쉬워야 하며 (3) 다른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4) 승객들의 이동거리가 짧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청 앞 우생당 서점에서 내린 승객이 인제 쪽으로 가고자 한다면 거의 300미터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이렇게 불편하기 때문에 버스 이용을 싫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터미널을 교차로 중앙에 설치하면 위와 같은 조건들을 맞추면서 이용하기 편리한 터미널을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 상상이 잘 되지 않겠지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교차로 중앙에 원형의 터미널을 만듭니다. 이 곳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버스들은 교차로 30미터 전 인도 쪽 차선에 서 있다가 “터미널 신호”가 들어오면 터미널로 진입합니다. 터미널 신호는 새로운 신호로서 백색으로 하며 이 때는 버스와 승객들만 움직입니다. 이 하나의 신호로서 진입하려는 버스와 출발하려는 버스, 그리고 네 방향의 인도에서 터미널로 진출입하려는 승객들이 모두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교차로의 네 구석 인도에서 터미널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만들면 버스의 움직임과 겹치지 않게 하나의 신호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터미널에 진입한 버스들은 원형의 터미널을 따라 돌면서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위치를 바꾸며, 승객들도 원형 터미널 안에서 네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어느 것이든 탈 수 있습니다.

교차로 중앙의 공간이 모자라서 위에서 제시한 터미널을 마련하기가 힘들다면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버스 이외의 모든 차량은 고가도로로 가게 만들고 버스 터미널은 그 고가 아래 교차로 중앙에 설치하는 것입니다. 교차로 진입 100미터 전부터 중앙선 쪽 두 개의 차선을 고가도로로 만듭니다. 버스 이외의 모든 차량은 이 고가도로로 다니고 버스는 인도쪽 삼차선을 이용하여 교차로 중앙의 터미널로 진입합니다. 이 경우 승객들은 보도에서 터미널로 진입하기가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이 방안이 첫번째 방안보다 승객들에겐 더욱 더 편리하지만 고가도로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버스 이용객의 편의”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교통 시스템을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5) 갈아타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갈아타는 시스템이 제가 제안하는 대중교통 개선 방안의 핵심입니다. 갈아타는 터미널에서는 갈아탈 버스를 찾아가기 쉬워야 합니다. 또한 이 터미널은 청결을 생명으로 여겨 갈아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쾌적한 기분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정류장도 지류 노선 버스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각 노선을 다니는 버스의 배차 간격을 10분 이내로 만들어야 합니다. 시스템만 잘 짠다면 한정된 버스 대수로도 이런 배차 간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몇 번 갈아타지만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라는 것이 제주도 대중교통의 특징이 되게 해야 합니다.

5. 대중교통 악순환을 돌리기 위해서 재정 지출은 불가피하다.

대중 교통 문제를 논할 때 “자가용 차량이 너무 많아서 대중 교통이 망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종종 듣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줄어들어 버스 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노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대중 교통의 질이 안 좋아서 버스만으로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사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문제가 점점 악화되는 사회문제 악순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처음 몇년간 손실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최초 몇 년간은 정부가 과감한 재정지출을 해야만 도민과 시민들이 다시 대중교통을 애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후에야 자가용 차량의 증가 추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말씀 드리면, 제주도의 대중교통을 살리기 위한 첫걸음은 예산 지출에 대한 도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입니다.

장용창 (yongchangj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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