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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사 건립을 추진중인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청사 전경.
세월호 여파 연내 착공 불가능...사업비 불용액 처리될까 ‘끙끙’

제주지역 단일 공공기관 중 가장 넓은 부지에 신청사를 지으려던 제주해양경찰청의 연내 착공 계획이 세월호 사고 여파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23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언 이후 정부 조직개편안이 표류하면서 제주청 신청사 계획도 5개월째 멈춰섰다.

해양경찰청은 2012년 6월 창설후 옛 국정원 제주지부 건물에 첫 둥지를 틀었다. 43년 된 노후건물로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가까스로 신청사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

신청사 건립은 2013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제주시 아라동 옛 국정원 제주지부 부지 3만687㎡에 사업비 189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8472㎡의 청사를 짓는 내용이다.

사업비는 2014년 60억원, 2015년 20억원, 2016년 100억원 등이다. 해경은 올해 사업비 중 실시설계와 농지전용 등으로 12억원을 이미 사용했다. 4월에는 신축 설계용역도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설계용역이 이뤄진 4월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해경의 대처 능력이 도마에 올랐고 대통령은 한 달 후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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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지방해양경찰 신청사 조감도. 부지면적만 3만1763㎡(9625평)에 달해 도내 단일 공공기관 중 가장 넓은 청사로 점쳐졌으나 세월호 여파로 공사계획은 중단됐다.
제주해경은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달청 입찰 요청을 미뤘다. 7월초로 예정된 신청사 착공식도 늦춰졌다.

조달청 입찰공고가 85일 안에 이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해경은 10월10일 이전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요청을 해야 한다.

해경이 이 기간 내 발주에 나서면 1차년도 예산을 사고이월로 넘겨 내년 상반기 착공이 가능하다. 반대로 발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사업비 중 잔여액인 48억원은 불용액 처리된다.

사고이월은 불가피한 사유로 당해연도에 지출하지 못한 경비를 다음 연도에 이월해 사용하는 것이다. 불용액은 편성된 예산을 쓰지 못한 경우로 통상 예산 삭감의 절차를 밟는다.

제주해경은 어렵게 확보한 예산이 불용액 처리될 경우 향후 신청사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청사 건립에 따른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선뜻 공사 발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향후 정부조직 개편안 확정시 조직규모와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 예산을 이중으로 낭비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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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적편집도에서 본 제주해경청 전체 부지. 부지가 워낙 넓어 신청사는 청사 정문에서 현관까지만 60여m에 달할 전망이다
신청사 부지는 제주도청 1청사 1만9168㎡, 2청사 8896㎡를 합친 면적보다 크다. 정부 산하 17개 기관이 공동으로 입주한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부지에도 육박한다.

부지가 워낙 넓어 정문에서 건물 현관까지 거리만 60m에 달한다. 본관 건물 외에도 별관과 운동장, 테니스장, 직장어린이집(보육시설), 야외주차장(130대), 광장 등이 들어서기로 돼 있다.

협소한 사무공간으로 애를 태우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소방안전본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효율성 차원에서 공공기관이 함께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저 정부조직 개편안이 표류하면서 추진 자체가 어렵다. 정부와 여야의 조직개편안이 차례로 국회로 넘어갔지만 식물국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신청사 계획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로 신청사 발주시기를 유보했고 9월쯤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될 줄 알았다”며 “현 시점에 신청사 공사를 강행할지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을 무시한 채 신청사 설립에 나설 경우 조직 전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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