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단독인터뷰] "제주시장 잇단 낙마 난감...당 혁신위 참여 비판 억울"

두 번의 인사 실패를 겪었지만,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물론 당혹감은 엿보였다. 그렇다고 제도 탓으로만 돌리지는 않았다. 이기승 제주시장 내정자 자진사퇴 직후 만난 원희룡 지사 얘기다. 지난 8일 [제주의소리]와 가진 ‘취임 100일’ 단독 인터뷰에서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원 지사는 인터뷰에서 ‘예상 외’ ‘난감’ ‘어려움’ 등의 단어를 자주 썼다.

그는 “어차피 청문회를 도입한 취지가 공직자로서 엄격한 잣대를 갖고 검증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의회가 여러 가지 추궁한 부분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또 나름대로 거를 부분은 걸렀지만, 이 정도까지 추궁을 받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도적인 한계를 거론했다. 조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청와대 처럼 사전검증시스템도 없어 기초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였다. “사적 인연을 다 떠나서 나름대로 괜찮은 분들을 추천했는데도 연이어 낙마를 하니까 상당히 난감하다”는 회한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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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지사가 8일 [제주의소리]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있다.

원 지사는 “그렇다고 제도 탓은 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좋은 사람이 의회나 도민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사권을 잘 쓰겠다”고 말했다.

화제를 돌리자 이내 어조가 바뀌었다. 요즘 가장 핫(Hot)한 이슈, 드림타워와 신화역사공원 문제였다.

원 지사는 드림타워에 대해 “지금 잘 막고 있다”고 했다. 고도 문제, 도시기반시설 문제를 일으키는 빌딩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대폭적인 계획 수정이 없는 한 착공은 어려워 보였다.

원 지사는 드림타워를 ‘위험물’에 빗대기도 했다. “전임 도정에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어찌보면 위험물을 해체하는 것처럼 조심조심 다루고 있다”는 대목에서다.  

드림타워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신화역사공원은 무엇보다 카지노 문제가 걸려있는 사업이다. 원 지사는 공언한 대로 세계적으로 가장 투명한 카지노 관리감독기구를 만들기 위해 현재 싱가포르에서 벤치마킹 차원의 현지조사를 실시중이라고 전했다.

‘감독기구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일부의 지적처럼, 감독기구가 설치되고 나면 신규허가를 내줄 것이냐고 묻자 원 지사는 “이미 8군데 카지노가 있는데 한 두 군데 신규 허가 여부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먼저 질서를 바로잡고, 정책을 가다듬는게 본질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자본의 마구잡이 토지 매입에 대해선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당국의 정책주도권이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개발정책을 정비하면 (중국자본의)부동산 매매는 (정책에)따라올 수 밖에 없다”고 처방했다.

일부 전문가들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는 국내 경기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거론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대신 부동산투자영주권 적용 대상 제한 등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첫 정기인사가 신선함 등의 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어떻게 새 인물을 데려오며, 또 밖에서 영입하려면 낙하산이다 뭐다 비판을 가하는 상황에서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논리였다.

또 시민사회나 야당에서 발탁하려고 해도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적재적소 배치인데, 줄세우기, 편가르기 등 공직사회의 오랜 병폐를 걷어내려면 한 차례 인사로는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산하 기관장 사표 수리 과정에서의 잡음을 물을 때도 원 지사는 단호하게 반응했다. 도정이 바뀐 만큼 사표는 당연하며, 형식적 임기를 내세워 버티는 모습은 옳지않다는 것이다. 그게 책임정치라고 했다.

도지사와 기관장의 임기를 맞추는 방안에 대해선 우선 제도를 바꿔서 맞추도록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그럴 사람으로 임명하면 그만이라며 “간단한 문제”라고 자신했다.

잠재적인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원 지사는 얼마전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원래는 혁신위원 제안을 받았는데, 한바탕 내부 격론 끝에 자문위원으로 자리가 바뀌었다. 그래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현안이 산적한 자치단체장이 그럴 때냐’는 비판이 나왔다. 잠룡(潛龍)과 연계해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다’는 눈총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원 지사는 몹시 억울해했다. 임명장 받은 후 회의에 참석한 적도, 도정을 제쳐놓고 당사에 앉은 것도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언제는 중앙절충 잘 하라고 주문하면서 당 최고 지도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국가 현안을 얘기하는 것을 콩밭에 가 있다고 하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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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단독 인터뷰에 응한 원희룡 지사. 오른쪽은 김성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  

8년을 끌어온 강정마을 갈등에 대해선 “공동체가 찢어지면서 겪었던 고통을 어떻게 제주도 공동체로 끌어안고 녹일 것인가, 거기에만 전력하면 다음 길이 나올 것”이라며 “정해진 각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상조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구성지 도의회 의장을 향해선 “관련 조례를 도의회가 제정해줘야 공신력있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할 수 있다”면서 “다른 대안이 없다. (구성지 의장도)그 점을 잘 헤아리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감귤 1번과 논란’과 관련해선 할 말이 말은 듯 했다. 논란은 상품 규격기준을 변경하려다 갑론을박 끝에 시행을 1년 유예한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제주도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도정이 섣부른 정책을 들고 나왔다가 농가에 혼선을 준게 아니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다소 장황하게 농민단체, 농협 등과의 합의 과정을 소개한 뒤 “가격이 폭락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소모적 논란의 조짐이 있었다”며 “그러면 더 안좋다고 판단해 입법예고 끝나는 즉시 1년유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농업에 치명타가 우려되는 한중FTA에 대해서는 “11개 민감품목을 통째로 막아내기란 어렵지만, 푸는 것(개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협상진행 상황을 실시간 체크하면서 중앙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선6기 들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는 질문에 대한 반박이었다.

원 지사는 얼마 전 특강에서 ‘도지사 한번 더 할 수 있다’고 한 말의 의미를 묻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면서 “‘이번 지사 4년만 버티만 된다’는 잘못된 풍토를 막기 위한 얘기였다”고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을 경계하기 위한 멘트 임을 시사했다.

원 지사는 취임 100일의 소회에 대해 “제주사회에서 사람을 발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조금은 시행착오를 겪고있다”고 거듭 인선의 어려움을 토로한 뒤 “사적인 연고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갖고 도정을 (운영)하려는 마음 전혀 없다. 고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많이 조언해주시면 크게 귀를 열어서 겸허하고 신중하게 도정을 살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대담=김성진 기자
영상 촬영.편집=오영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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