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제주포럼] 전 독일 총리 "통일 대비 프로젝트 가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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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1일 제10회 제주포럼 특별세션에서 '통독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에 대해 특별대담을 했다.
독일 통일 이후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의 지속적인 대화와 긴장완화 정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오전 9시 제주해비치호텔에서 제1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막식에 앞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권영세 주중대사와 '통독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가졌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동안 독일 총리를 지냈다. 19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통일의 혼란을 극복한 총리로 기록되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초석이 '대화의 정치와 긴장완화'였으며, 한반도 통일 역시 남북한의 지속적인 대화와 긴장완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이 됐다는 점에서 독일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있다"며 "그렇기에 독일 통일은 한국의 미래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과 다른 점이라면 독일의 분단은 나치의 폭정과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라는 점"이라며 "분단이 40년 이상 지속돼 많은 사람들이 통일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통일을 이뤘다"고 회고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초석은 서독과 동독이 지속적인 대화를 했고, 긴장완화를 추진했다"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분단 극복에는 한세대 이상 긴 시간이 걸렸는데 분단의 장벽은 베를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시스템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아젠다 2010'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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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21일 제10회 제주포럼 특별세션에서 '통독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에 대해 특별대담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통일 후 경제통합과 사회통합 등 복잡한 과정에서 구조개혁에 소홀하면서 10년만에 유럽의 병자로 불리게 됐다"며 "통일에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면서 국가부채는 5000억유로에서 1조1000억유로로 2배 이상 늘어났고, 실업률이 증가하고, 의료.연금.실업보험 등이 한계에 부딪치게 되면서 성장은 둔화되고, 국가경쟁력은 약화됐다"고 어려웠던 과정을 소개했다.

사민당 출신 총리로 아젠다 2010 구조개혁 프로그램은 노동시장 유연화,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연금 수령 연령 연장 등으로 당내 반발과 국민 반발을 일으켰고, 결국 2005년 정권을 잃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슈뢰더 전 총리는 "구조개혁 프로그램으로 실업자가 절반으로 줄었들었고,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국가 재정 향상이 됐다"며 "하지만 국민에게 인기없는 정책이자 환영받지 못하는 정책으로(인식돼) 결국 총선에서 실패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정치인이 인기를 얻으려면 꼭 필요한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구조개혁은 국민경제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고, 당시 고통스러웠지만 이제 국가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했다.

한반도 통일 이후 구조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구조개혁 프로그램은 나라마다 경제적 구조가 다르고, 인구도 다르고, 의사결정 체제도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 독일 경험을 얘기하자면 통일 후에 반드시 구조개혁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뢰던 전 총리는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정치.경제.사회적인 성공을 한반도에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통일 후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리 통일비용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슈뢰던 전 총리는 "한국의 경우 통일이 된다면 어마어마한 비용 산출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경우 구 동독과 비교해도 경제적으로 더 낙후됐기 때문"이라며 "통일 프로젝트 가동을 장기적 안목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장은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적으로 통일은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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