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나침반교실] (3) 장소영 감정코칭 강사 "감정 공유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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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영 강사. 교육협동조합 '사람' 부이사장. ⓒ제주의소리
최근 줄임말이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답정너’는 ‘해져 있어. 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이다. 또 ‘정답너’는 ‘해진 는 말하면 돼’를 뜻한다.

혹시 우리가 ‘답정너’같은 부모는 아닐까.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에 부모로서 귀담아 준 적이 있을까.

자녀 말에 귀 기울이는 부모. 당연한 것 같지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부모도 적지않을 것이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공동 주최한 ‘2015 부모아카데미 -나침반 교실’ 세 번째 강연이 29일 오후 2시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강연자는 장소영 감정코칭 1급 강사.

교육협동조합 ‘사람’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 씨는 국가인권위원회 학생인권분야 전문 강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인터넷중독전문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집중력센터 학습상담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권, 중독, 집중력까지 우리 아이들의 정서 분야에서는 상담 달인(?)에 속한다.

그런 장 씨가 꺼낸 주제는 ‘우리 아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감정코칭 : 공감과 소통을 위한 사랑의 기술’.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하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점점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는 장 씨의 말 한마디에 강연장은 숙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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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영 감정코칭 강사.
◆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초심대로

“자녀의 감정 그대로를 수용하고, 아이가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감정 코칭입니다. 저에게는 9살 딸아이가 있어요. 며칠 전부터 밤마다 울기 시작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냥 울다 지칠 때까지 놔두나요? 아니면 울음을 그치라고 다그치나요? 저는 딸아이에게 먼저 물어봤어요. ‘왜 울고 있니’라고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딸 아이가 말 하더라구요. ‘친구가 무서운 얘기를 해줬는데, 잠자려고 누우면 자꾸 생각나요’. 그래서 저는 딸아이에게 '친구가 거짓말한거네. 괜찮아'. 이런 말을 꺼내기 전에 ‘그랬구나. 엄마도 네 나이 때 무서운 얘기를 듣고 자꾸 생각이 난 적이 있었어. 그럴 때마다 엄마는 숨을 크게 천천히 쉬니까 괜찮아졌는데, 너도 그러면 어떨까?’라고 했죠.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말을 부드럽게 전달해야 해요. 그것이 감정 코칭의 시작입니다”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싫어 그냥 놔두거나 ‘울지마’라며 다그쳤던 경험이 떠올랐던 것일까. 강연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깨는 장 씨의 말.

“처음 아이가 태어났던 날을 기억하나요. 아이 얼굴을 보고 머릿속으로 ‘서울대 가야되는데, 제주시내 인문계 가야되는데’라고 생각했나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수강생들의 얼굴에는 이내 미소가 번졌다.

그러면서 장 씨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상해줬다"고 말했다. 이유는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애초 부모의 소원은 '건강하게만 자라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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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장소영 강사의 '감정코칭' 강연은 참석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줬다. ⓒ제주의소리
◆ 행동의 시비(是非)는 따지되, 존재 자체를 꾸짖지 말라 

강연장에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 6살 남자 아이는 엄마에게 떼를 쓰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지친 엄마는 ‘그런 행동 하면 하나도 안 이뻐’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집 밖으로 나갈꺼야'라고 응수했다.
아이는 계속 떼를 썼다. ‘엄마가 나 못생겼다고 하니까 집 밖에 나가서 살 거야. 집에 안들어 올 거야’. 

엄마도 계속 다그쳤다. ‘왜 나가려는거야’.
아이의 대답. ‘엄마가 나 못생겼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못생김'은 착한 행동을 하지 않아 엄마가 ‘하나도 이쁘지 않은 행동’이라고 한데서 비롯됐다.

강연장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그저 웃는게 아니었다.

‘우리 집 모습을 보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아이들에게 ‘하지마’ ‘안돼’란 말을 하면 정말 (그런 행동을)안하나요? 점점 떼쓰는 정도가 심해질꺼에요. 물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지적해줘야 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 전에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민해야 돼요. 무조건 아니라고 하면 아이들은 어떨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바꿔서 생각해봐요. 누군가 무조건 아니라고 본인을 무시하면 여러분은 어때요? 기분이 좋나요? 점점 목소리가 커지지 않나요? 아이도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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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영 강사와 이완국 교사가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제주의소리
◆ “부모는 자녀의 검사가 아니라 변호사”

장 씨는 아이들이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에 정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기에 ‘답정너’ ‘정답너’같은 부모는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장 씨의 조언이다.

장 씨는 “자녀가 영유아기에 부모로서 제대로 된 감정 코칭을 해주지 못했다면 청소년기에라도 감정 코칭을 해주면 됩니다. 간단해요. 절대 자녀를 다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녀에게 검사같은 존재”라고 꼬집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이렇게 행동하면 안돼. 네가 잘못했어. 앞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마’라고 말해요. 그런데 우리는 부모가 아닌가요? 내 아이의 유일한 편이 자신이란 생각은 안하나요? 변호사가 돼야 해요. ‘왜 그런 행동을 했니. 솔직히 말해줘. 엄마(아빠)에게는 모두 말해주면 좋겠어’. 이렇게 아이의 솔직한 얘기를 다 듣고 난 뒤 ‘그랬구나. 엄마(아빠)는 그 행동을 보니 슬펐어’라고 말해줄 수 없나요?”

▲ 장소영 강사.
그런 뒤 장 씨는 감정 코칭 5단계를 설명했다.

1. 아이의 감정을 포착한다.
2. 아이가 슬퍼하거나 무서워하는 등 격한 감정을 느낄 때 변호사가 감정 코칭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여긴다.
3. 아이의 감정을 듣고 공감한다.
4. 아이에게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설명해준다. ex)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잖아? 그런 기분을 아쉬움이라고 해”
5. 감정들을 컨트롤해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강연이 끝난 후, 하귀일초등학교 이완국 교사의 진행으로 장 강사와 참석자들이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즉문즉답’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부모아카데미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길잡이는 부모에서 출발한다는 취지로 자녀 인성지도와 대화법, 진로 지도, 폭력 예방 등의 교육을 통해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매월 2~3차례 국내 내로라하는 자녀 교육 전문가들을 초빙해 11월말까지 총 24강좌가 진행된다. 모두 무료다. 

다음 강연은 오는 7월 1일 제주벤처마루 10층 강당에서 강영자 한국리더십센터 제주교육원 원장이 ‘나와 내 아이를 살리는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강연한다.

좌절감을 이겨내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회복탄력성. 간단한 방법으로 자녀에게 교육하는 방법을 과학적 사례를 들어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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